패션 르네상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당신이 입는 옷은 당신이 무엇을 느끼며,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읽고 선택하는지를 보여준다." 2018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구찌의 신르네상스기::패션, 트렌드, 구찌, 크루즈 컬렉션, 알레산드로 미켈레, 엘르, elle.co.kr:: | 패션,트렌드,구찌,크루즈 컬렉션,알레산드로 미켈레

르네상스 시대의 장식적인 화려함이 빛을 발하는 구찌의 2018 크루즈 컬렉션. 메탈릭과 플라워, 체크, 로고 등이 조화를 이뤘다. 패션 트렌드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시대상에 맞게 ‘놈코어(Nomcore)’와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를 외치다가도 어느새 장식적이고 빈티지한 룩이 점령하며 ‘하이패션의 역할은 자극을 선사해 줄 창조적인 애티튜드’라며 유혹한다. 단정하고 클린한 옷은 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우리는 이런 옷이 항상 필요하지만 한 단계 진보하려면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재미있는’ 것도 필요하다. 패션계의 이런 터닝 포인트에는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찐따’에 불과했던 너드(Nerd)를 매력적인 호감 캐릭터로 변신시키거나, 먼지 냄새 폴폴 나는 할머니의 옷장을 습격한 듯한 장식적인 빈티지 룩, 남녀의 경계선을 가차 없이 허물어버리는 앤드로지너스 룩 등 젊고 로맨틱하며, 자유롭고 순수하다. 미켈레가 진두지휘한 2015 F/W 컬렉션을 시작으로 구찌는 늘 패션계의 화두에 있었고, 지난 5월 29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2018 크루즈 컬렉션 역시 그 연장선이었다. 크루즈 컬렉션은 늘 그것이 개최되는 ‘도시’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빈티지와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프린트를 자유롭게 믹스하는 미켈레의 나침반이 ‘피렌체’로 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세 번째 크루즈 컬렉션(2016년은 뉴욕 첼시 거리, 2017년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렸다)은 하우스의 본고장인 ‘뿌리’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저는 르네상스 시대의 장식적인 화려함과 모든 것이 가능한 규칙이 없는 아이디어를 사랑합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무대에는 자수와 브로케이드, 트롱프뢰유, 프릴, 빈티지, 지오메트릭 프린트, 플라워, 그래피티, 슬로건, 리본, 아플리케 등 ‘More is More’를 외치는 많은 것이 등장하지만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21세기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가 크루즈 컬렉션의 장소로 택한 곳은 피렌체 중에서도 피티 궁전(Pitti Palace)의 팔라티나 미술관(Palatina Gallery). 팔라티나 미술관은 르네상스를 꽃피운 든든한 후원자, 메디치 가문의 진귀한 보물과 보볼리 정원을 간직한 곳으로 우피치 미술관 못지않은 작품을 보유한 피렌체 대표 갤러리다. 세계 최초로 르네상스 시대 작품이 빽빽이 걸린 7개의 룸을 연결해 런웨이를 완성한 패션쇼와 마주하기 전,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 투어가 마련됐다. 새롭게 복원된 보티첼리 룸에서 작품을 감상한 뒤,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바사리 통로(Vasarian Corridor)를 따라 프라이빗한 투어가 이어진 것. 아르노 강이 흐르는 베키오 다리의 상점을 통과하는 바사리 통로에는 신비로운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으며, 그 끝에는 보볼리 정원이 자리했다. 피렌체의 일몰과 르네상스 시대의 감흥에 흠뻑 젖어 있을 때쯤 구찌의 2018 컬렉션이 시작됐다. 부드러운 하프 연주가 라이브로 울려 퍼지자 팔라티나 미술관 내부는 금세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단테, 보카치오 등 수많은 천재가 문화의 꽃을 피웠던 르네상스 시대 한가운데로 시간 이동했다. 시대와 성, 스타일링 규칙이 없는 자유로운 미켈레만의 장식주의 룩은 2018 크루즈 컬렉션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명화 속 인물의 머리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헤드피스들. 갖가지 헤드피스를 착용한 모델들이 동식물 프린트와 일렉트릭 컬러, 로큰롤, 빈티지 스포츠 웨어, 자수 장식 등을 자유롭게 믹스매치하고 런웨이를 걸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구찌가 지향하는 중성적인 로맨티시즘과 화려한 장식을 유지하되, 브랜드 로고나 심벌을 한층 재미있게 활용했다는 점. 더블 G 로고나 레드와 그린을 조합한 웹 스트라이프, 홀스빗 등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브랜드의 팝 심벌을 젊고 낭만적으로 변화시켜 온 미켈레의 도전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구찌(Guccy), 구찌피케이션(Guccification), 구찌파이(Guccify) 등 짝퉁 옷에나 등장할 법한 패러디 로고를 의도적으로 등장시켰는데, 유머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매스 패션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쇼가 끝난 후에는 시크릿 가든을 연상시키는 세레 토리자아니(Serre Torigiani)에서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가든은 미켈레 특유의 터치를 더한 가구와 소품들로 꾸며졌고, 다채로운 꽃과 식물들이 베스 디토의 공연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무드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밤이었다. 피렌체의 르네상스 걸작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번 크루즈 컬렉션을 통해 보볼리 정원의 복원과 개선을 위한 ‘프리마베라 디 보볼리’ 프로젝트도 수행 중이다. 16세기 말에 만들어진 보볼리 정원은 수 세기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식물이 조각품 혹은 건축물과 어우러진 녹지 공간이다. 문화유산활동관광부와 피렌체 시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번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3년간 우피치 미술관에 200만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라고. 누군가는 미켈레의 구찌가 무디한 핑크 조명과 연기, 거울로 가득 찬 방에 놓인 호화로운 벨벳 의자 같다고 말했다. 구찌를 최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은 톰 포드가 도발적인 섹시미를, 프리다 지아니니가 샤프한 현대적인 젯셋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였다면, 미켈레가 정의하는 아름다움은 ‘자유로운 센슈얼리티’다. 올드한 것을 섞어 최신 트렌드를 생산해 내는 미켈레의 구찌는 역사와 크래프츠맨십, 컬러, 유머가 아름답게 뒤섞인 한 편의 오케스트라 같았고, 그 아름다운 선율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는 듯하다.피티 궁전 내 팔라티나 미술관에 있는 7개의 룸을 연결해 런웨이를 완성한 구찌.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한 그림과 조각물 사이로 모델의 런웨이가 시작됐다.명화 속 그림에 등장할 법한 독특한 헤드피스의 모델들.브랜드 로고를 위트 있게 비튼 새로운 로고가 등장했다.화려한 샹들리에, 감미로운 하프 연주 사이로 피날레를 장식한 구찌의 모델들.브랜드를 상징하는 웹 스트라이프를 한층 젊게 변신시켜 니트 카디건과 티셔츠에 활용했다.소녀시대 수영이 뮤즈로 참석했다. 리본 장식의 시스루 블라우스와 플로럴 롱스커트를 매치해 세련미를 뽐냈다.게스트로 초청받은 배우 자레드 레토, 키얼스틴 던스트.쇼 직후 이어진 애프터 파티엔 베스 디토의 공연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