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도 잘 놀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알코올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술병을 멀리하는 트렌드를 짚어봤다::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술, 알코올, 혼술, 음주, 숙취, 엘르, elle.co.kr:: | 라이프 스타일,트렌드,술,알코올,혼술

워어어어얼화아아수우목금. 머리가 깨질 듯한 숙취에서 깨어난 후 다신 술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이성을 놓아버린다. 주말 아침 요가 수업을 빠트리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자고 다짐해 봤자 쏜살같은 금밤은 흥겨운 밤샘 파티를 향해 치닫는다. 동행인의 압력에 휩쓸리든, 적당히 느슨해지고 싶은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든, 금주와 절주는 분명 자제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2013년 15세 이상 한국인의 1인당 연평균 알코올 소비량은 8.9ℓ. 1980년엔 14.8ℓ로 OECD 34개국 중 8위였으나 22위로 대폭 감소한 것. 독주로 회식하는 2차나 폭탄주 문화가 사라지며 위스키 판매량이 반 토막 나고 기타 주류의 판매량 역시 부쩍 감소했다. 특히 가볍게 마시는 혼술이나 저도주를 선호하는 2030 세대가 급증하는 건 이들이 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주변을 둘러보자. 소주보다 탄산수를, 밤새 알코올에 취해 있기보다 한강에서 러닝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 않나! 먼저 대학가를 살펴볼까? 대개 우리가 알코올에 대한 첫 실험을 하는 것은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다. 음주를 첫 키스, 면허증 취득, 신입생 신고식과 같은 통과의례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 대한보건협회에서 후원하는 대학 내 절주 동아리는 전국 94개. 이들은 음주 자가진단, 절주 캠페인, 교내 음주구역 지정 등의 할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축제 때면 잔디밭에 숱하게 굴러다니던 초록 병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올해에는 흥부자 많기로 소문난 한국예술종합학교마저 무 알코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새내기 음주 습관이 평생 간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대학 시절에 체득한 건강한 음주 습관을 사회인이 되어서도 유지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직장 내 회식 문화 역시 바뀌었다. “술 마시는 회식은 1년에 딱 두 번. 상반기 워크숍과 하반기 송년회뿐이에요. 직원 합동 생일 파티나 회사 창립기념일에는 푸드 트럭을 불러 맛있는 음식을 먹고, 2차로 가까운 영화관을 방문하죠.” 홍보대행사 커뮤니크의 우영지 과장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미래에셋그룹 역시 성공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주중 술자리로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라는 공지가 떨어진 이후 주중 회식을 자제하고 있다니 ‘억지로 권하는 사회’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는지도 모른다.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밀레니얼 세대. 이들은 술을 마셔야만 그룹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알코올을 입에 대지 않는 누군가를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실수를 저지르는 위험 대신 술을 마시지 않는 쪽을 택한다. 굳이 술자리로 흥청망청 서로를 알아가기보다 ‘좋아요’나 ‘공유’를 통해, 또 술집보다는 SNS에 업로드하기 적합한 맛집이나 카페에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친분을 돈독히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에 의존함에 따라 알코올과 더 멀어진다?! 꽤 흥미로운 측면이지만 알코올이나 담배에 관한 한 그동안 걱정스러운 ‘요즘 것들’로 일컬어지곤 했던 신세대가 구세대보다 건강한 생활방식을 택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음주가무에서 음주를 대폭 축소한 가무족도 늘고 있다. 술자리에서 말짱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을 덜 터부시하게 되면서 다양한 ‘알코올 프리’ 이벤트가 등장하고 있는 것. 2013년 런던에서 시작해 14개국에 번진 모닝 글로리빌(Morning Gloryville)은 의식 있는 클러빙을 추구한다. 말짱한 정신으로 이른 아침에 춤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종의 모닝 클러빙 커뮤니티인 셈! 엄밀히 말해 금주 운동은 아니지만 스무디와 요가, 춤, 유명 DJ의 음악으로 채워진 댄스 플로어에서 알코올 없이 몸을 흔드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70여 개 도시에서 성행 중인 노 라이츠, 노 라이크라(No Lights No Lycra; NLNL)도 마찬가지다. 어둠이 깔리면 이름처럼 조명도, 운동복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 주민센터나 교회, 학교 건물에 모여 아무런 압박 없이 자유롭게 춤을 춘다. 조명이 없으니 곁눈질로 춤 실력이나 옷차림, 외모를 판단할 일도 없다. 유행하는 스텝이나 배워야 할 테크닉 역시 전무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9월 한강에서 열린 음악 마라톤대회 비트런. 증정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즐기며 10km를 달린 후 패션왕 선발대회와 랩 배틀, 댄스 경연대회, 댄스 타임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저알코올 칵테일, 무알코올 맥주와 함께! 영화관이나 한옥마을, 건대 커먼그라운드 등지에서 개최되고 있는 소리 없는 댄스파티, 사일런트 디스코도 마찬가지다. 무선 헤드폰으로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춤추면 대화가 단절되기 때문에 클럽 파티에 비해 음주량이 적은 편이며, 대개 독한 양주보다 가벼운 맥주 또는 칵테일을 제공하거나 알코올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 “원샷!”을 외치는 타인의 압박이나 술자리 게임 없이 나만의 춤사위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DJ DOC의 노래 가사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추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합정에 있는 재즈 카페 ‘재즈다’에서는 재즈 하면 연상되는 술이나 담배 대신 무알코올 와인, 커피를 즐기며 라이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니 앞서 말한 이벤트들이 낯뜨겁게 느껴지면 시험 삼아 방문해도 좋을 듯. 술자리를 꽤 좋아하는 에디터 역시 치과 수술과 감기, 인대 치료라는 스리 콤보를 맞아 석 달간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 덕분일까? 다친 발목 탓에 평소 하던 요가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피부 상태가 역대 최고인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다. 한때 술이 나를 즐겁게 해주고, 분위기를 오르게 해준다고 생각했지만 독성 가득한 알코올이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것은 자명하다. 다리를 비틀대는 모양새나 술병으로 속을 앓는 상태는 내가 그리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나는 맑은 정신으로 보다 명료한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 그동안 술을 유일한 낙이자 영혼의 단짝으로 삼았다면 갑작스러운 절주나 금주를 실천하는 게 쉽지는 않을 터. 하지만 음악과 춤이 함께하는 이토록 흥겨운 무알코올 파티가 있다면 그 첫걸음이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실수를 저지르는 위험 대신 술을 마시지 않는 쪽을 택한다. ‘좋아요’나 ‘공유’를 통해, 또 SNS에 업로드하기 적합한 맛집에서 대화로 친분을 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