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폴센이라는 위시 리스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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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작은 도시 베젠에 자리 잡은 루이스 폴센의 본사 전경아르네 야콥슨이 디자인한 ‘AJ 테이블 램프(AJ Table Lamp)’ 셰이드에 코팅 작업이 한창이다.페인트 칠을 마치고 건조되고 있는 마드 오드가드(Mads Odgard)의 ‘어버브(Above)’ 램프 전등갓.루이스 폴센의 인기 모델 PH 5의 컬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다듬어진 각 셰이드가 페인트 공정실로 가기 직전에 규칙적으로 진열돼 있다.앙증맞은 톨드보드 120(Toldbod 120) 램프의 셰이드.완성된 PH 5 펜던트 램프의 모습.72개의 플레이트를 엮는 PH 아티초크 램프의 조립 과정.조명 갓 안쪽은 손으로 페인트 작업과 코팅 과정을 거친다.PVC로 제작된 밴드의 홈을 맞물려 조립 중인 파테라(Patera) 램프의 공정 과정.모델별 부품들이 차곡차곡 정리된 창고.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은 덴마크 저널리스트 출신의 조명 디자이너다. 그가 1925년 창립한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은 ‘조명을 더 명확하고, 더 경제적이고,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일하는 것’이라는 모토 아래 탄생한 조명 브랜드다. 지금 루이스 폴센은 대니시 모던 디자인의 아이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그는 ‘모던 무브먼트’라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계의 허세를 지양했다. 오히려 전통적인 형태나 재료로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스노볼, 아티초크 같은 조명의 이름이 이를 뒷받침한다. 루이스 폴센이 창립되던 해 빛 반사를 줄여주는 과학 램프로서 파리 장식예술세계박람회에 출품된 PH 시리즈는 금메달을 받으며 단번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뜨겁게 사랑받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필수 옵션으로 여겨질 만큼. 놀라운 건 전통적 형태였던 그의 디자인이 지금에 이르러 대니시 모던 디자인으로 일컬어진다는 것이다. “디자인에서 아주 작은 디테일 또한 그 목적이 확실해야 하고 모든 디자인은 조명에서 시작하고 또 끝난다” 했던 폴 헤닝센의 연구 자세와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가진 ‘쿨’함 때문일 것이다. 그의 모토는 아르네 야콥슨(Arne Jacobsen), 베르너 팬턴(Verner Panton), 오키 사토(Oki Sato),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 (GamFratesi)가 고안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라인업으로, 여전히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가고 있다. 우리가 갖고 싶은 조명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를 차지하는 루이스 폴센의 심장부를 경험해 보고 싶은 건 디자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 아닐까. 지난 달 루이스 폴센 팩토리의 초대장을 받아든 <엘르 데코> 코리아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고요하고 작은 도시 베젠(Vejen)으로 향했다. 코펜하겐 근교에 있던 공장이 이곳으로 이동한 건 지난 2005년,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중요한 행보였다. 멀리서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단층 건물, 바로 그곳에 디자인 팀을 포함한 본사 오피스와 완성도 높은 제작 공정으로 유명한 루이스 폴센의 모든 모델이 생산되는 심장부가 공존한다. 많은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는 공장 안은 거대한 슈퍼마켓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지에서 매일 입고되는 부품들과 자체 생산 부품들은 이른 아침부터 목록과 숫자별로 꼼꼼하게 확인한 후, 창고에 칸칸이 보관된다. 이후 그날 생산 물량에 맞춰 재료를 카트별로 이동하는데 이 공정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오차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루이스 폴센 공장에선 한 사람이 하나의 램프를 시작부터 끝까지 만들고 책임지며 제품 검수까지 진행한다. 장인 정신이 발휘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공정은 먼저 디자인된 램프 셰이드, 메탈 플레이트의 곡선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으로 시작해 표면에 컬러링과 코팅 작업으로 이어진다.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되는 조립 공정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얇고 예민한 메탈 셰이드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밸런스를 맞추고 특별 제작된 철사로 이들을 연결하는 PH 5 시리즈, 72개의 메탈 플레이트를 하나씩 손으로 꿰매야 하는 하나의 PH 아티초크 램프 등 많은 모델들의 작업 과정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실수가 발생할 경우 빛의 방향이 미묘하게 틀어지므로(때문에 루이스 폴센의 램프 셰이드를 다룰 때는 사용설명서를 꼭 읽어야 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루이스 폴센의 제품이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서 제작되고 있는 건 앞서 설명한 창업자의 모토 때문이기도 하지만, 메탈 폴리시 기법이나 컬러 파우더 코팅, 두왑(DooWop) 램프처럼 통주물 메탈을 곡선으로 다듬는 작업 등을 기계가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기존 모델을 하나하나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게 바로 루이스 폴센의 핵심 작업이에요.” 디자인 디렉터 라스무스 마크홀트(Rasmus Markholt)의 짧은 답변엔 완벽함을 추구하는 공정과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간격으로 드문드문 출시되는 ‘신상의 이유’도 함께 설명돼 있었다. 루이스 폴센 팩토리 곳곳을 누비다 보니 이곳은 ‘공장’이라 하기엔 너무 깨끗하고 잘 정돈된 공간이었다.  물론 기계음과 특수 공정을 위한 시설도 마련돼 있지만 램프 하나를 만드는 데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방해 요소들을 없앴다고 한다. 그 흔한 라디오도 하나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진지하고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제작 공정 속에서도 오전 10시, 오후 2시엔 모든 직원이 어김없이 작업을 멈춘다는 것이다. 공장을 비롯 본사 오피스 파트와 코펜하겐에 있는 커뮤니케이션 파트까지 모두 잠시 일에서 손을 뗀다. 그러고는 다 함께 음악에 맞춰 체조를 시작한다. ‘재미있고 건강한 삶을 함께 나누자’는 모토가 반영된 매일의 의식(!)을 보고 있자니 진지하다 말고 갑자기 코믹 댄스를 펼치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속 엔딩 장면이 떠올라 잠시 웃음이 났다. 그러나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체조가 작업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휴식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디자인 파트에서 팩토리 기술자들까지 베젠에서 만난 루이스 폴센의 모든 멤버들은 루이스 폴센이 가진 완벽한 디자인과 퀄리티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그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좋은 디자인은 특정 계층을 위한 사치가 아니었다. 폴 헤닝센이 약 100년 전에 이야기했던 기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민주적인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덴마크에서 두 집 건너 하나씩 달려 있는 루이스 폴센 램프의 민주적 매력은 덴마크를 너머 이제 전 세계가 공감하는 디자인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이 가치는 빈티지 숍이나 이베이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거래되고 있는 빈티지 제품에도, 작은 도시 베젠의 공장에서도 동등하게 지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