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그 옛날 대학생들이 모닥불 곁에서 통기타 치며 부르던 노래 얘기가 아니다. 이번 시즌 프라다 컬렉션에 관한 얘기다. 양털 재킷과 트위드 코트, 펠트 스커트 등 어느 때보다 두툼한 소재가 많이 사용된 이번 컬렉션에 등장한 조개껍데기 목걸이는 신선했다. 리조트 룩에나 어울릴 것 같은 디자인이니까. 조개껍데기만이 아니다. F/W 시즌임에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룩과 액세서리가 대거 선보였다. 자연을 예찬한 많은 디자이너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선보이는 쇼에 관해 “언제나 내 세계에 관한 것이다. 나는 나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다”고 말했다. 미켈레의 세계가 담긴 인스타그램(@lallo25)을 살펴보면 시끌벅적한 파티나 셀럽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잎사귀와 꿀벌을 관찰하고 오후의 볕을 쬐고 들판과 호수, 꽃이 만발한 정원을 감상하는 것이 그의 세계다. 그러고 보면 120명의 모델로 꽉 채워진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자연에 대한 예찬, 뜨거운 연서처럼 느껴진다. 미켈레는 런웨이 위에 장미, 작약, 나팔꽃, 방울꽃, 아이리스 등의 꽃을 피우고 매미, 풍뎅이, 꿀벌, 잠자리 등의 곤충을 살게 했다. 이번 시즌 자연에서 영감받은 스타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플라워 프린트다. 땅이 새로운 기지개를 켜는 봄이 아닌, 결실을 맺는 가을에 꽃무늬를 사용한 것이 조금 의아하다고? 가을 꽃무늬는 산뜻한 봄 꽃무늬와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데, 소재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벨벳과 양모, 새틴 등의 소재에 그려진 플라워 프린트는 수채화보다 유화에 가까운 무디한 분위기를 풍긴다. 꽃무늬만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깃털 소재다. 발렌시아가, 소니아 리키엘 등의 컬렉션에는 깃털로 뒤덮인 룩이 등장했는데, 모델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새처럼 보였다. 랑방 쇼에 등장한 깃털 펜던트 목걸이도 주목할 만하다.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은 스타일 대열에 동참하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입체적인 꽃 모양의 코르사주로 장식된 백, 팔랑거리는 나비가 달린 슈즈, 플라워 프린트 부츠, 꽃 모양의 벨트에 주목할 것. 묵직한 가을/겨울 옷차림에 확실한 포인트가 돼줄 것이다. 액세서리가 부담스럽다면 주얼리에 눈을 돌려보라. 나비, 꽃, 산호, 돌멩이 등을 모티프로 한 목걸이나 반지는 한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에만 잘 어울리는 건 아니다. 다시 프라다 컬렉션으로 돌아가보자. 조개껍데기를 엮은 목걸이는 두툼한 스웨터와 빅 코트, 모직 소재의 묵직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의 룩을 완전히 다르게 바꿔놓았다. 산뜻한 마지막 터치를 더해 숨통을 틔워준 느낌이랄까? 좀 더 과감한 도전을 해볼 수도 있다. 마크 제이콥스의 생쥐 목걸이, 질 스튜어트의 거미 귀고리, 구찌의 매미나 풍뎅이 목걸이와 반지 등이 그것.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모티프로 한 키치한 주얼리는 스타일에 작은 유머와 생기를 더해준다. 태평하고 풍요로운 자연은 패션에 무한한 영감을 선물한다. 대지와 물, 공기는 신성하고 동식물이 지닌 생명의 힘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다. 자연을 흉내 낸 것만으로 생명의 힘을 다 담을 순 없겠지만 지친 일상에서 한 조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은 꽃의 마술/빛나는 여름 들판의 솜털 같은 색채들/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꿀벌의 노래”라고 노래한 헤르만 헤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