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리칸 룩의 귀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옷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올드 스쿨 힙합 무드의 액세서리에 주목할 것::아메리칸 룩,올드스쿨,엘르,elle.co.kr:: | 아메리칸 룩,올드스쿨,엘르,elle.co.kr

이야기 하나. <쇼미더머니6>가 막을 내렸다. 늘 그렇듯 화제성이 풍부했는데, 2000년대 초반에 20대를 보낸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승자보다 패션 코드다. ‘유행은 15~20년 주기로 돈다’는 이론을 방증하듯,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크게 유행한 미국의 80년대 무드를 차용한 힙합 패션 코드들, 예를 들어 지코의 노티카 점퍼와 버버리 체크 아이템, 영비의 할리 헨슨 티셔츠와 오버올, 벙거지 모자와 베레, 나이키 업템포 같은 아이템이 매주 눈에 띄였고, 그런 흐름이 거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이야기 둘. 메르세데스-벤츠 옥외 광고판에는 세단 한 대가 있고, 그 앞엔 무심한 표정의 래퍼 에이섭 라키가 있다. 그리고 멘트, ‘Grow up. Drive’. 이 광고가 인상적인건 ‘성공한 화이트칼라 백인 사업가’를 클리셰로 앞세우던 고급 세단의 광고 모델로 에이섭 라키가 이전과는 다르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담당자는 브랜드의 전통 가치와 X, Y 제너레이션의 조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는데, 지난 몇 년간 힙합만큼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문화는 없으며 에이섭 라키는 이의 핵심이니, 최적의 모델을 택한 셈이다. 이렇듯 힙합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문화를 좌우하는 시대. 그리고 패션은 그 중에서도 다른 어떤 분야보다 이와 밀접하다. 힙합은 1970년대 말 브레이크댄스, 랩, 그래피티 아트를 중심으로 뉴욕 브롱크스 거리에서 태동했다. 뒤이어 이를 즐기던 이들의 트레이닝복, 스니커즈, 화려한 골드 주얼리로 상징되는 패션도 인기를 얻었는데, 1986년에 발표된 런DMC의 ‘마이 아디다스’를 봐도 알 수 있듯 유행이 거세질수록 부와 명예를 과시할 수 있는 제품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흐름을 눈치챈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와 칼 라거펠트가 그 시절에 이미 하이패션과 힙합의 조우를 시도했는데, 흥미롭게도 70년대 말~80년대 뉴욕의 올드 스쿨 힙합 무드가 지배적인 2017년 현재, 이 시절처럼 하이패션과 힙합의 만남이 매 시즌 일어나고 있다. 2017 F/W 시즌 이에 정점을 찍은 건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힙합 레볼루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뉴요커인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힙합이 예술과 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컬렉션은 그 시절 유스 컬처 스타일의 근간을 확립한 이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담겨있다”고 쇼 노트를 적었다. 컬렉션은 부드러운 톤의 실용적 힙합 룩으로 가득했는데, 트랙수트 같은 ‘정통 힙합’ 룩과 하늘하늘한 미니드레스에 박시한 아우터웨어를 걸치는 식의 정석적이지 않은 룩들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이를 힙합이라는 주제로 묶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소들이 있다. 스테판 존스의 버블 햇, 컨템퍼러리아트 작가 어스 피셔와 협업한 육중한 골드 주얼리, 그룹 솔트앤페퍼가 연상되는 부츠가 바로 그것. 이와 같은 올드 스쿨 코드의 액세서리는 다른 런웨이에서도 눈에 띄는데, 이번 가을 보다 성숙하게 힙합 룩을 즐기고 싶다면 이들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팩은 가격 미정, Chanel.오프 화이트와 협업한 에어조단1은 가격 미정, Nike. 첫 번째는 모자다. 마크 쇼의 버블 햇도 인상적이지만, 접근이 좀 더 쉬운 캡이나 비니에 집중한 런웨이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올드 스쿨 힙합 무드를 즐길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테일러드 룩에 강렬한 타이포그래피 장식의 비니를 매치한 베르사체와 정치적 슬로건이 적힌 캡으로 화제에 오른 퍼블릭 스쿨의 쇼가 대표적. 두 쇼를 보면 왜 이번 시즌 평범한 아우터웨어를 위트 있게 소화하기 위해 모자를 쇼핑해야 하는지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다음은 주얼리. 지난 시즌부터 다양한 무드의 볼드 주얼리가 대세인데, 힙합 무드의 블링블링한 골드 주얼리를 활용한 모스키노와 돌체 앤 가바나 런웨이를 살펴보면 골드 링 귀고리와 펜던트 목걸이의 높은 활용도를 눈치챌 수 있다. 이는 지루한 티셔츠 한 장까지도 비범하게 만드니까. 마지막은 슈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시즌엔 여성 힙합 뮤지션이 연상되는 강렬한 부츠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타이트한 사이하이 부츠부터 루스한 실루엣까지 각양각색의 디자인이 존재감을 뽐냈는데, 가장 실용적인 해결책은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 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포츠 웨어에 부츠로 파워플한 포인트를 더한 스타일링은 누구나 시도하기 부담 없는, 좋은 예이니 말이다. 이처럼 액세서리를 양념으로 활용해 올드 스쿨 코드를 즐기는 스타일링은 ‘과유불급’의 실수를 피할 수 있는 현명한 방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과 액세서리 모두를 그 시절의 코드로 무장하는 건 사실 공연 무대에나 어울릴 만한 스타일 아닌가. 게다가 ‘유스’ 느낌이 강조되기 때문에 10~20대 초반의 청춘이 아닌 이상,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모양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번 쇼를 “캐주얼 스포츠 웨어를 정제해서 입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마크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힙합은 매력적인 문화이며, 이를 패션으로 즐기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드디어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 힙합을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