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마주한 LA 다운타운 취향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사진가 정재환은 늘 다른 공간을 꿈꾼다. 취향은 게속 변하는 것이니까::집,인테리어,정재환,포토그래퍼,사진가,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 집,인테리어,정재환,포토그래퍼,사진가

통창 사이로 볕이 쏟아지는 거실. 가죽과 원목, 스틸 소재의 가구를 적절히 배치하고 패턴이 화려한 타일로 힘을 실었다.1층과 2층 사이에는 외부 계단을 두어 공간을 완전히 분리했다.일명 ‘개아빠’로 불리는 정재환과 그가 키우는 반려견 턱스.집 안 곳곳에 턱스를 닮은 강아지 모티프의 인테리어 소품이 많은데, 해외에 나가면 어디서든 하나씩 사오게 된다.입구 천장을 장식하는 조명은 이 집을 설계한 아티스트 임수미의 작품이자 선물.부부 공간인 2층은 1층에 비해 차분하면서도 멋스럽다.서핑을 좋아하는 부부답게 발리의 멋을 주방 한켠에 실었다.꼭 필요한 인테리어 소품은 부부가 함께 까사미아에 가서 구입하는 편.나무와 타일, 각종 소품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주방은 아내가 꾸민 공간.2층 침실. 장롱을 거울로 장식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인다.한남대교 남단 옆 뒷골목, 내비게이션의 최종 목적지 앞에 등장한 낯선 오픈 하우스 한 채. 가정집이라면 입구에서 문을 열거나 벨을 누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 집에는 문도 없고 벨도 없다. 야트막한 오픈형 펜스를 지나 아담한 앞뜰을 통과하면 그제야 활짝 열린 대문이 보인다. 집주인이 신발을 신은 채 자연스럽게 집 안에서 나온다. “(신발 신고)들어오세요. 1층은 늘 오픈이에요. 턱스(키우는 반려견)도 뛰어다녀야 하고. 덕분에 지나가다 테라스에서 미팅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잠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요. 심지어 화장실 쓰려고 들르는 친구들도 있다니까요(웃음). 좋아요. 원하던 ‘집’이에요.” 사진가 정재환(Jdzchung)라는 예명으로 활동한다)이 특유의 수줍은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재즈 보사노바 음악이 흥겹게 흐르고, 신발을 신은 채 널찍한 티크 테이블의 철제 스툴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신다. 이 집, 어딘가 스웨그(?)가 있다. ‘집에서 사진 찍기’로 유명한 그는 두 달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집에서 잠자고, 집에서 작업하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죠. 집이라는 공간은 특별해요. 가장 편하고, 자유롭죠. 이전 집이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좁았어요. 업무와 휴식 공간의 분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죠. 이사를 고민하던 중 원래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던 이곳을 발견했고, 주저 없이 대공사를 시작했어요.” 설계는 친구이자 아티스트, 임수미가 맡았다. 그녀가 집을 지으면, 그가 집을 채우는 식이었다. 공사 기간은 한 달. 현장에서 직접 손 쓰는 친구 덕에 거대하고 지루했던 2층 레스토랑은 흥이 넘치는 가정집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공간에 좋은 가구를 채워 넣는 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기본적인 틀을 바로잡으니 안 보이던 틈이 상당하더라고요. 친구 잘 둔 덕에 많이 배웠죠.” 말은 이렇게 해도 집 안 곳곳을 장식한 그의 인테리어 감각은 보통 아니다. 100년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빈티지 목재 바닥부터 입구 오른쪽 책장을 빼곡히 장식한 각종 LP판과 사진집, 인테리어 소품들, 높게 솟아 전장에 매단 라이팅까지. 매일같이 그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나눴던 흔적이 치열했던 공간 탄생 과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픈 키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논현동 가구 거리에서 직접 짠 티크 테이블과 그녀가 폐허 공장에서 직접 주워온 빈티지 타일, 여기에 훔치고 싶을 정도로 감각적인 주방 인테리어는 온전히 와이프의 솜씨란다. 1층이 비교적 오픈된 공용 공간 같은 느낌이라면, 2층은 부부 사적인 공간이다. 그레이와 블랙 컬러를 베이스로 사용하고 원목 가구를 곳곳에 배치했는데, 1층이 험블한 LA 느낌이라면 2층은 무심한 뉴욕 같다고나 할까. 군데군데 보이는 시크한 소품은 부부가 각자 해외 촬영을 갈 때마다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라고. “처음에는 집 안에 계단을 만들까 했어요. 그래야 정말 ‘집’이잖아요. 그러다 문득 1층과 2층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1층이 오픈 하우스가 됐어요. 파티 하우스나 렌털 스튜디오로도 사용하고. 대관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에 ‘포테이토 그라운드(@patatograound)’라고 검색해 보세요. 이미 행사도 몇 번이나 했는걸요! 지난 주에는 친구들과 1층에서 벼룩시장을 열었어요. 끝나고 창을 다 열어 바비큐도 구워먹고…. 좋더라고요.” 부부는 한 공간을 나눠 그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쯤에서 공간에 대한 그의 취향이 궁금했다. “굳이 말하자면 LA 다운타운 취향이겠죠. 자유롭고 험블한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취향은 계속 변해요. 변화는 정말 중요하죠. 공간도 마찬가지에요. 곧 계절도 바뀌고 인테리어도 다시 바꿔볼까 고민 중이에요. 안 쓰는 룸을 손봐서 에어비앤비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취향이 정해져 있는 게 좋은 건가요?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공간이든 일이든 사람이든 고여 있는 건 별로잖아요.” 취향이 분명한 사람은 취향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이 집에 두어 시간 머무르고 나서야 알았다. 그 변화 속에서 또 다른 매력적인 취향이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