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를 보는 흰 토끼를 따라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그곳에 펼쳐진 신비한 세계. 작은 문고리가 말을 하고 물약을 마시면 꼬마로 변하는 곳. 엉뚱한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와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곳. 동화 세계에서 우리의 흥미를 잡아끄는 건 비단 재미난 이야기뿐 아니다. 언제나 예쁜 옷을 입고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동화 속 주인공. 그녀들의 스타일이 우리 안에 사는 소녀를 자극한다. 이번 시즌 여러 컬렉션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줄리 드 리브랑이 여섯 번째로 선보인 소니아 리키엘 컬렉션이다. 그녀는 프랑스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니키 드 생 팔(Niki de Saint Phalle)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다. 신체 중 일부가 과장된 여인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다가 ‘그대로 멈춰라’ 하고 있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 같다. 두툼한 소재 위에 그려진 커다란 꽃무늬, 입술 프린트의 파자마, 깃털로 장식한 드레스의 네크라인이나 슈즈 뒷굽 등에는 아티스트가 표현하려는 동심이 가득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알베르타 페레티 쇼에는 노란색 망토를 입은 소녀와 올 블랙 룩의 마녀가 동시에 등장했다.그 외에도 멀버리, 니나리치,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의 컬렉션에도 공주풍의 룩이 등장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소녀 시절에 입었던 드레스를 떠올려보면 쉽다. 노랑과 보라, 초록과 비비드 컬러를 다소 엉뚱하게 매치하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의 컬러로 도배한 것. 또 다른 특징은 과장된 디테일이다. 엄청나게 큰 리본, 끝이 둥근 라펠, 왕방울 단추, 꽃 모양의 코르사주, 과장된 퍼프소매나 러플로 장식하는 식이다. 그러나 유치원에 다니는 여자 조카가 좋아할 만한 이런 무드의 아이템으로 온몸을 도배한다면 마치 코스튬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기쁜 소식은 한두 가지 액세서리만으로도 이 즐거운 트렌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팁은 바로 슈즈다. 그중 가장 추천할 만한 아이템은 메리 제인 슈즈. 발목 위로 끈이 지나가는, 굽이 낮고 코가 막힌 형태의 메리 제인 슈즈는 소녀 같은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 어린이의 발에서 신발이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된 디자인이기 때문. 메리 제인 슈즈는 단정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쉽게 매치할 수 있다. 미쏘니, 토리 버치, No°21 컬렉션에 선보인 슈즈 디자인을 참고해 조금 더 과감한 것을 골라도 좋다. 리본과 시퀸, 깃털, 보석으로 장식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 화려한 아이템은 얼굴에서 멀수록 접근하기 쉽다. 트렌치코트나 심플한 디자인의 롱 코트에 화려한 슈즈 하나만 매치해도 색다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겨울왕국>을 떠올리게 하는 털 부츠는 트렌디할 뿐 아니라 보온성까지 갖췄으니 일석이조의 아이템. 슈즈를 신는 방식만으로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해볼 수도 있다. 샌들에 양말을 매치하는 식이다. 은색이나 금색, 레이스 양말이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이 트렌드를 좀 더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땐 작은 액세서리나 주얼리에 눈을 돌려보자. 미우미우 컬렉션에서 힌트를 얻어 빅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선택해 볼 것. 완벽한 원 형태의 둥근 프레임이나 캐츠 아이 선글라스, 커다란 스퀘어 프레임 중 어떤 것이라도 좋다. 톡톡 튀는 비비드 컬러라면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빅 프레임의 선글라스만큼이나 어려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은 반짝이는 헤드밴드나 보석 사탕을 추억하게 하는 커다란 칵테일 링 또는 작은 헤어핀 등이다. 영화 <로얄 테넌바움>에서 클래식한 모피 코트를 입고 토트백을 든 채 등장한 기네스 팰트로의 룩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수십 년 동안 회자된 그녀의 멋진 스타일의 한 끗은 단정한 단발머리 한쪽에 꽂은 작은 헤어핀이었으니까. 이 트렌드는 어린 소녀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자극하는 롤리타 트렌드와는 전혀 다르다. 은밀하고 도발적인 것이 아니라 밝고 희망적인 것이다. 마음속의 판타지를 건드려 일상에 즐거운 자극을 주는 것, 잠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은 열쇠가 돼주는 것이다. 톡톡 튀는 액세서리를 택해 룩에 명랑한 포인트를 더해볼 것. 그리고 앨리스처럼 말해보면 어떨까?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