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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싱가포르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에서 불가리의 <세르펜티 폼 SerpentiForm> 전시가 열렸다::불가리,전시,세르펜티 폼 SerpentiForm,불가리전시,싱가포르,아트사이언스뮤지엄,패션,엘르,elle.co.kr:: | 불가리,전시,세르펜티 폼 SerpentiForm,불가리전시,싱가포르

불가리의 관능적인 순간이 담긴 사진전. 싱가포르에 도착해 숙소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해가 저문 뒤라 보이는 거라고는 어둠 속 빌딩뿐이었다. 20분쯤 달렸을까? 숙소에 가까워질 즈음, 홍보 담당자가 창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곳이 불가리의 <세르펜티폼> 전시가 열리는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이에요.” 환하게 반짝이는 건축물이 어두운 밤과 대비를 이루며 거대한 인공미를 과시하고 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을 형상화한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은 살바도르 달리와 반 고흐, 앤디 워홀 등의 전시를 열었던 싱가포르의 명소 중 하나다. 바로 내일, 이곳에서 불가리 130여 년의 헤리티지를 관통한 영감을 펼칠 순간을 앞두고 있었다.       브랜드의 뮤즈로 초청받은 알리시아 비칸데르.   불가리의 빛은 대담하고 압도적이다. 뱀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세르펜티 컬렉션.  전시 당일, 먼저 불가리 CEO 장크리스토퍼 바뱅(Jean-Christophe Babin)과 불가리 브랜드 & 헤리티지 큐레이터 루치아 보스카이니(Lucia Boscaini)가 참석한 프레스 컨퍼런스장으로 향했다. “불가리를 상징하는 뱀을 형상화한 150가지 이상의 전시물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접목된 디지털은 뱀의 형상과 의미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 뱀과 불가리가 불가분의 관계임을 확고히 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바뱅이 상기된 어조로 말했다. 오프닝 인사가 끝난 후 브랜드 뮤즈로 초대받아 싱가포르까지 날아온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불가리의 정통성과 혁신성이 담긴 이번 전시를 위해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난 후 전시장으로 이동하며 홍보 담당자가 넌지시 말했다. “2016년 로마에서 열린 <세르펜티폼> 전시의 규모를 확장시켜 개최한 두 번째 전시에요.” 로마에서 싱가포르까지, 먼 길을 항해해 마침내 상륙한 이번 전시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70m 규모의 디지털 설치물을 따라 자유롭게 유영하는 뱀의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브랜드 유산을 디지털과 접목해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치였다. 공간을 따라 불가리가 수집과 검증을 거쳐 선별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았다. 이번 전시의 핵심 포인트는 바뱅이 언급한 것처럼 뱀을 소재로 한 창의적 발상이 담긴 예술 작품과 세르펜티 컬렉션을 함께 진열함으로써 뱀이 지닌 다양성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대다수가 ‘뱀’을 떠올리며 먼저 방어적 자세를 취하지만 유혹과 부활, 변형 등을 상징하는 신화적 동물로서 인간과 명맥을 이어온 존재가 바로 뱀이다. 때로는 수호자로, 때로는 파괴자로 양면성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첫 번째 전시 공간에는 고미술품이 진열돼 있었다. 과시적인 크기의 뱀 형상은 눈앞에서 이를 드러낸 것처럼 압도적이었다. 뱀의 목을 졸라 죽이는 어린 헤라클라스 동상이나 뱀신 나가(Naga)에게 보호를 받는 부처상, 뱀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중국의 수호신 조각상 등 뱀이 지닌 위협과 매혹, 두려움, 보호 등의 감정이 뒤섞인 시공을 초월한 순간이 펼쳐졌다. 그 뒤로 근현대미술 작품의 전시가 이어졌다.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키스 해링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뱀을 재해석한 세계적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변화무쌍한 뱀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중 우지엔안(Wu Jian’an)의 손끝에서 탄생한 뱀은 이번 전시를 총괄한 큐레이터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언급한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뱀의 그림 같지만 코앞에서 들여다보면 종이를 하나하나 커팅해 붙여 질감과 색감을 살린 작품이다. 작가의 섬세함과 컬러플한 뱀의 색감은 불가리가 지닌 정교한 장인 정신과 세르펜티의 화려한 유색 주얼리와 일맥상통한다.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을 품은 이브닝드레스 전시와 헬무튼 뉴튼,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거장들이 담은 세르펜티 사진 전시도 불가리의 글래머러스한 감도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정점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세르펜티 컬렉션이었다. 뱀의 머리를 닮은 다이얼과 뱀의 몸통을 형상화한 스트랩으로 구성된 세르펜티 워치가 1940년대에 출시된 이후로 어떻게 진보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브랜드가 일궈낸 걸작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대담하고 압도적이었으며 지지 않는 별처럼 찬란한 빛을 품고 있었다. 불가리가 견고하게 쌓아올린 유산을 재창조하고 변형해 끊임없이 숨결을 불어넣은 결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뱀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불가리의 세르펜티라고 답하게 될 만큼 뱀을 향한 엄숙한 예찬이 느껴졌다. 머리, 눈, 몸, 혀가 유색 찬란한 보석을 입고 뱀의 독처럼 치명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고미술품과 접목한 뱀의 형상.   ‘징그럽다’는 뱀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동화적인 아트 피스.  흔히 뱀을 영속성을 지닌 동물이라고 한다. 고대 문화에서 영원한 시간을 상징했고, 뱀의 머리와 꼬리가 뒤엉킨 형상이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불가리는 전시를 통해 뱀의 상징성이 시공간을 거스르는 불사이자 재생임을 재확인시켰다. “뱀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듯 이번 전시는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라고 언급한 큐레이터의 힘 있는 어조에서 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전진하는 불가리의 철학이 느껴졌다. 브랜드의 영원한 뮤즈,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불가리의 영롱한 빛에 매혹돼 이렇게 말했다. “누구도 주얼리의 찬란함을 소유할 수 없어요. 그저 그 아름다움을 존중할 뿐이죠.” 그녀의 말처럼 불가리가 선사한 시간은 쉽게 탐할 수 없는 진귀한 빛을 향한 찬사의 자리였다. 이번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