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11년 차. 지금까지 해온 온갖 일들을 일단 ‘알바’라는 단어로 묶어 <미쓰윤의 알바일지>란 책을 출간한 것이 지난여름의 일이다. 당시 일간지부터 대학생을 위한 잡지까지 꽤 다양한 매체와 인터뷰를 했고 독자와의 대화도 했다. 대체로 사회 경력이 없는 독자와 인터뷰이에게 자주 받은 질문은 이거다. “프리랜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프리랜서는 되고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프리랜서는 직업이 아니고 상태거든요.” 그렇게 대답하면 상대는 늘 더 긴 대답을 원하는 표정이다. 내 경우에는 직업은 ‘대충 작가’다. 일단 글 쓰는 사람이기는 한데 쓰는 글에 따라서 매번 직함을 바꿔 부르기 때문이다. 작가, 기자, 에디터, 칼럼니스트, 평론가, 자유기고가 등등. 일단 이걸 뭉뚱그려 ‘대충 작가’ 정도면 내 직업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작가가 과연 프리랜서일까? 작가가 프리랜서일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모두 프리랜서인 것은 아니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프리랜서인 것도 아니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하는 회사원도 많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은 없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프리랜서라는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프리랜서를 굳이 정의하자면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개인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물론 대개 선택되지만), 일상을 스스로 꾸리며, 일과 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할 자유가 있고, 대신 모든 선택을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사람. 프리랜서의 자유란 이런 것이다.이런 상황이다 보니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난감해질 수밖에.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은 우선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해당 직종에서 반드시 일해보라는 것이다. 최소 3년에서 5년은 일해야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개인으로 독립한 뒤에도 연계된 일을 해나갈 기반이 생긴다. 누군가는 나에게 ‘당신은 회사에 소속된 적이 한 번도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책을 쓰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워낙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독립적인 기반이 없다는 것은 보증금이 없거나 최소인 상태로 높은 월세를 지불하며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수중에 가진 가치, 곧 재능이라든가 얄팍하고 개인적인 인연 등은 통장 잔고처럼 순식간에 바닥난다. 물적 인적 자본 없이 개인 능력만으로 업계에서 평판을 얻고 돈을 버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지어 예술 영역도 그렇다. 이런 생각 없이 덜컥 ‘출퇴근의 자유’를 외치며 프리랜서라는 상태를 택해버리면 그건 그냥 백수가 되는 것이다. 근근이 들어오는 일로 겨우 월세와 카드값을 막으면 한 달이 지나버린다. 당연히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어떻게든 프리랜서라는 상태의 직업인이 됐다면 그때부터는 프리랜서다운 생활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소하게는 카페에서 일하기 좋은 자리 찾기라든가 가계부 정리의 기술, 종합소득세의 달 5월을 넘어서는 법부터 일을 거절하는 기술이나 건강 챙기기, 억지로라도 휴가 만들기 등의 기술이 없다면 프리랜서의 삶은 동틀 때 자고 해가 진 뒤에 일어나다가 몸이 망가져버리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이런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시행착오를 정리해 두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직원에게 주는 것은 월급과 업무 환경이다. 세금과 보험 등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도 포함이다. 프리랜서는 한 달에 카페에서 쓸 돈과 작업실 월세를 비교하는 것부터 시작해 다음 달에 일이 들어오지 않을 것에 대비한 아르바이트까지 챙겨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삶의 사소하고도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프리랜서의 삶이라는 것은 언제든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돈을 지불하려는 이들을 혈혈단신으로 상대해야 한다. 그러니 이런 삶을 감히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겠는가? 일단 회사를 다녀보세요. 어떤 프리랜서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당신은 그의 심연을 아주 잠깐이나마 들여다본 것이다. 그럼에도 언젠가 우리는 모두 프리랜서가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해 사실은 백수가 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세상이 그런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직장 수는 감소하고 자연히 취업은 어렵다. 평생 직장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은퇴는 빨라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일은 계속해야 한다. 로봇이 우리가 하는 일을 대체하는 날도 머지않은 미래이다. 반면 공간의 제약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일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어떤 프리랜서는 노트북 하나, 심지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도 세계 어디서나 일한다. 적은 수의 직원에게 최대치의 일을 시키려는 회사에서 번아웃된 사람들은 퇴사를 택하고 더 좁은 취향의 시장은 각기 다른 크기로 커져가고 있다. 때문에 언젠가 우리는 모두 프리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지금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날을 미리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프리랜서의 삶의 기술을 미리 습득해 두는 것은 언젠가 사용할 기술을 익히는 것과 같다. 최근 ‘프리랜서로서의 삶’이라는 코멘트가 달린 석 장의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첫 번째 사진은 코멘트와 똑같은 제목의 메일이다. 미디어와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 짧지 않은 분량의 에세이를 써주기를 요청한다는 내용. 그 다음 사진은 앞선 메일을 받은 프리랜서의 답장이다. “연락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료가 얼마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메일. “안타깝게도 고료는 지급하지 못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만큼 ‘프리랜서의 삶’을 정확히 요약한 텍스트를 본 적 없다. 자, 이런 순간이 닥쳤을 때 이 일을 거절하고 이 일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미리 불안을 견디는 근육을 키워두시길. ‘언젠가’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