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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비밀 식당 ep1. 참치포케와 카레

소문만 무성한 잔칫집이 아니다. 맛이라면 한 까다로움 하는 미식가들이 인정한 숨겨진 식당

BYELLE2017.08.14

도마뱀 식당



망원동의 이름난 커피 집 ‘동경’에서 아인슈패너 한 잔 마실까 하여 이른 시간 채비를 하고 나섰다. 한 시간 동안 강변북로를 달려 주민센터에 도착해 차를 대고 커피 집을 찾아가는 길. 그런데 아뿔싸! 시간 확인하는 걸 잊었다. 카페는 한시가 되어야 오픈을 한다. 


카페가 오픈할 때까지 망원동 산책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 겨울, 영하 7도의 날씨에 손과 발이 얼고 코끝의 감각도 무뎌졌을 때였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흘러 나오는 강렬한 커리 향만큼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냄새의 진원지는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작은 식당, ‘도마뱀 식당’이었다.




테이블이 세 개 남짓 아담한 식당. 나는 주방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웬걸, 커리 냄새에 이끌려 들어왔지만 메뉴를 보고는 신선한 참치로 만든 포케볼이 먹어보고 싶어졌다. 커리를 먹을지 포케볼을 먹을지 한참 고민하던 내게, 마스터는 포케볼을 권했다.




생 참치의 아카미살을 간장 양념한 뒤 숙성시켜 낸다는 참치 포케볼의 맛은 어떨까. 달콤한 간장에 숙성한 참치는 진득하고 고소한 맛을 품었다. 참치의 온도가 아주 차갑고, 신선도도 매우 좋아서 마치 한겨울에 빙수를 먹는 듯한 청량감이 들었다. 차가운 기운이 따뜻한 밥에 스며 있었다. 부서지는 식감이 아니라 쫀득하고 차지고, 살짝 얼린 듯 사각거리면서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중간중간 올라오는 생고추냉이의 톡 쏘는 향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참치와 그렇게나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마뱀 식당을 찾고 일주일도 채 안 된 어느 날, 지인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러 망원동을 다시 찾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여기 아주 맛있는 곳이 있어요!’ 하고 호들갑을 떨며 식당으로 안내했다. 사람이 네 명이나 되니, 먹고 싶은 것은 다 시켜 보기로 했다.




오징어 커리, 차돌박이 커리, 그리고 포케볼은 두개! 오징어 커리는 버터에 잘 구워, 마치 놀이동산에서 먹는 버터 오징어 구이를 떠올리게 했다. 커리 소스에는 토마토를 함께 넣어 더 깊고 농축된 단맛을 냈다. 오징어 커리가 강렬한 맛이라면, 차돌박이 커리는 부드러운 감칠맛이 가득했다. 차돌박이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더해졌다. 대개 이런 류의 커리 집들은 커리 소스 맛은 같고 재료만 다를 진데, 이 곳의 커리는 맛도 매력도 모두 다르다.

“와아 이 집 너무 맛있어요” 함께 간 지인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도마뱀 식당은 어디에 앉아도 주방이 잘 보인다. 주방을 들여다보면, 요리 하는 마스터의 모습이 꽤 진지하고 열심이다. 음식을 대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내게 내어줄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 예측이 가능하다. 대체로 정성스럽고 진지하게 음식을 준비해준 사람이 내어준 음식은 맛 없기가 힘든데, 도마뱀 식당의 음식이 딱 그렇다. 



 도마뱀 식당 

add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20길 75

tel 02-6498-3317

영업 시간 주중은 오후 17시부터, 주말은 오후 12시부터(월, 화 휴무)




*글쓴이 박수지는 푸드스타일리스트다. 음식의 맛과 멋을 만들고, 좋은 식재료와 음식을 만드는 곳을 찾아 대중에 전하는 일을 한다.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등과 함께 일했고, 저서 <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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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조한별
  • 글 박수지(푸드스타일리스트)
  • 사진 박수지, 인스타그램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