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가 그려낸 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남프랑스의 태양이 쏟아지는 테리 드 건즈버그의 프로방스 하우스. ‘바이 테리’의 미학적인 메이크업 컬렉션은 자연과 예술로부터 온 진정한 아름다움에 영감 받은 덕분에 탄생한 게 아닐까::바이테리,집,인테리어,데코,엘르, elle.co.kr:: | 바이테리,집,인테리어,데코,엘르

조경 디자이너 미셸 세미니(Michel Semini)가 처음 조성한 정원을 젊은 디자이너 다비드 파팽(David Papin)과 테리가 다시 매만졌다. 정원에 놓인 니키 드 생 팔의 작품은 ‘Le Poete et Sa Muse’.벽돌과 녹이 슨 철골 구조가 어우러진 ‘살롱 블랑’의 천장은 동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플레밍 라센(Flemming Lassen)의 덴마크 암체어는 1950년대 빈티지 제품이고, 갤러리에서 구입한 이레나 푸알란(Irena Poilane)의 벤치도 놓여 있다. 에토레 소트사스가 디자인한 낮은 테이블 위엔 마틴 제클리(Martin Szekely)의 ‘쿠론’ 꽃병이 놓여 있다. 바닥에는 이란에서 공수한 태피스트리가 깔려 있고, 큰 벽에는 필립 고네의 작품 ‘보부르 n°11’이 걸려 있다. 안쪽에 보이는 꽃 사진은 마리안 하스(Marianne Haas)의 작품이다.메이크업 아티스트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끈 테리 드 건즈버그. 현관 바닥에는 자크 그랑주가 디자인한 젤리주 타일을 깔았다. 흰색과 녹색이 그래픽적인 리듬을 준다. 장 루아예르가 디자인한 나무장 위에는 브루노 감보네(Bruno Gambone)의 세라믹 작품, 제라르 드루이에(Gerard Drouillet)의 세라믹으로 빚은 개, 로베르토 훌리오 리다(Roberto Giulio Rida)의 크리스털 상자 등이 올려져 있다.17세기의 포르투갈 분위기를 과감하게 낸 바. 천장은 소나무로 마감했고, 종이로 만든 펜던트 조명은 이케아의 ‘웜루프트’, 등나무 갓을 얹은 조명은 브루노 감보네의 작품이다.부엌의 나무 가구는 테리 드 건즈버그가 직접 디자인하고, 이 지역의 장인이 제작했다. 조리대는 규암 소재이며, 그래픽적인 띠 장식이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낸다. 옆에 놓은 등나무 의자는 19세기에 만든 앤티크 제품이다.창 안쪽으로 나무 덧문을 달고 포르투갈식 문양으로 장식한 침대는 달콤한 낮잠을 부른다. 조명은 프레데릭 타켄베르그(Frederik Takkenberg)의 디자인, 벽에 건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이다. 욕실엔 크리스티앙 베라르(Christian Berard)가 디자인한 거울 한 쌍과 마티에 마테고(Mathieu Mategot)의 스툴을 짝지어 놓았다. 세면대와 수전은 마르고(Margot) 제품.삶의 우연이란! 테리는 버섯 모양의 석재 테이블과 의자 세트를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는데, 이게 크리스토프 카리타(Christophe Carita)가 사용하던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 테리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프랑스 뷰티 브랜드 카리타(Carita) 오너 자매와의 연결 고리를 우연히 찾은 것이다.석고로 마감한 천장과 젤리주 타일을 깐 바닥, 석회 칠을 한 벽과 철제 난간이 어우러진 조합은 현관의 아트피스를 돋보이게 한다. 스틸로 만든 입술 모양의 벤치는 클레토 무나리(Cleto Munari)의 작품, 벽에 걸린 세라믹은 앤드루 우드(Andrew Wood)의 작품이다.니키 드 생 팔(Niki de Saint-Phalle), 토니 크랙(Tony Cragg), 필립 히퀼리(Phillippe Hiquily) 등 장르와 시대의 교차점이 없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태양 아래 정원에서 뛰놀고 있는 집. 내부로 들어가면 장 루아예르(Jean Roye′re),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필립 코그네(Philippe Cogne′e)의 작품이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프로방스 하우스 하면 보통 상상할 수 있는 코지한 집이라기엔 매우 초현실적인 분위기. 이것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집주인 테리 드 건즈버그(Terry de Gunzburg)와 파리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테리의 오랜 친구인 자크 그랑주(Jacque Grange)가 예술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결과물이다.  이곳은 본래 18세기에 누에를 치던 양잠장이었다. 테리는 남편 장 드 건즈버그는 물론, 인테리어를 맡은 자크 그랑주의 오랜 파트너인 갤러리스트 피에르 파스봉(Pierre Passebon)과 함께 20년에 걸쳐 이 집을 조금씩 고치고 재배치하면서 역사 깊은 공간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처럼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약 10년 전에 원래의 돌 구조물만 유지한 채 대대적인 레너베이션을 거쳤기 때문에, 건즈버그 부부 스타일대로 어떤 변형이든 가능했다. 프랑스 남부 농가의 전형적인 가옥 형태로 보이지만 정남향의 거대한 창이 있고 바닥에는 테라코타 타일을 깔았으며 벽에는 석회 칠을 하되 천장은 낮게 만들어 아늑한 무드를 놓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술품이 온 집에 가득한데도 갤러리처럼 보이지 않는 게 이 집의 비밀 아닌 비밀! 파리의 여러 명사들과 디자이너의 집을 디자인한 자크 그랑주와 테리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모든 시대와 스타일을 아우르는 박식함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기본 중의 기본인 소재에 대한 감각이 아주 놀랍죠. 예술에 대한 순수한 사랑도 항상 대단하게 생각되고요. 게다가 그가 정의하는 ‘고급스러움’이라는 것은 절대로 뽐낸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요. 그게 바로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 아닐까요?” 테리 드 건즈버그의 취향을 완성해 줄 수많은 작품들이 이미 충분하기에 가구는 오히려 많지 않다. 이미 작가의 작품을 어렵게 수집한 가구 몇 점을 제외하면 기성품은 집을 뒤지고 뒤져도 열 손가락을 못 채운다. 거실 가운데 놓인 소파는 흰색으로 선택해 휴식 공간인 동시에 예술품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 역할도 한다. “가끔 와서 눈 호강할 별장이라면 모를까, 여긴 엄연히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에요. 지나치게 장식이 많으면 피곤할 수 있어요. 여름이면 무려 4대가 이곳에 모여 북적거리는 게 우리만의 휴가이기도 해요. 어린 손주들이 초콜릿이 잔뜩 묻은 손으로 ‘살롱 블랑(Salon Blanc; 하얀 거실)’에 가는 건 좀 달갑지 않지만요(웃음).” 말을 마친 테리가 큰소리로 웃는다.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을 닮은 대담한 예술품들과 화려한 컬러, 그 속에서도 인간미와 편안함이 공존하는 집은 테리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특별한 스타일을 내뿜고 있다. 새삼 그녀의 메이크업 브랜드 이름이 특정 스타일이나 컨셉트를 담는 대신 ‘바이 테리(By Terry)’라 지은 데까지 생각이 옮겨간다. 어떤 취향도, 어떤 분위기도, 한 사람을 거쳐 새로 태어나면 다른 생명력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