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법을 잊고 살아왔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온오프 세상에서는 ‘타임아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종 지표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소진(번아웃)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 재해에 있어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청구 비율 또한 현저히 높아지는 추세다. 언제부터인가 쉴 새 없이 일하는 것이 당연시됐고 이런 과도한 노동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비록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라도  ‘휴식’은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각인돼 있는 개념이다. 호주에 있는 ‘행복연구소’의 팀 사프(Tim Sharp) 박사는 ‘휴식은 마음을 비우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활동과 무활동’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얼핏 간단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잘 쉬는 것은 일과 인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이자 <휴식: 덜 일해야 더 많이 얻는다 Rest: Why You Get More Done When You Work Less>의 저자 알렉스 수정-김 팡(Alex Soojung-Kim Pang)은 이렇게 말한다. “휴식을 통한 재충전은 업무 효율성을 높여줘요. 휴식의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정립할 수 있다면 직장이나 일터 밖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어요. 진정한 휴식은 우리 삶에 의미를 더해줘요.”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휴식에 대해 오해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알렉스에 의하면 가장 큰 문제점은 휴식을 일의 ‘대척점’에 둔다는 것이다. “대개 휴식을 ‘일하지 않는 시간’이라 여겨요. 게으름을 피우거나 차를 마시거나 마스크 팩을 하거나 SNS를 하는 등 일하지 않는 모든 시간을 휴식이라 부르죠. 휴식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으로 보는 것이 아닌, 단지 일이 없는 상태쯤으로 간주하는 거예요.” 적게 일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2015년 OECD 통계에 의하면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1419시간. 한국은 2113시간이다)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국가 중 하나이고 행복지수 랭킹에서도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한때 필자가 네덜란드에 살면서 알게 된 이웃과 친구들에게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냐고 물었더니 이런 동화 같은 답들이 나왔다. “해 질 무렵에는 무조건 사무실을 떠나 카페 테라스에서 맥주를 홀짝여요.” “강가에 앉아 세 시간 동안 책을 읽어요.” “저녁에는 해야 할 일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철칙이죠.” 알렉스는 우리가 ‘휴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잠시 숨을 돌리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코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없는 ‘우선순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 “사람들은 종종 바쁘다는 핑계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관리하는 활동을 포기하곤 해요.” 심리학자 베브 에른스트(Bev Ernst)가 말한다. “흔히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쳐요. ‘난 시간이 없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그렇다면 뭘 포기해야 할까? 당연히 여가활동이지!’ 하지만 그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활동을 포기하는 셈이죠.” 쳇바퀴 돌 듯 과도한 노동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그저 목욕하거나 TV 드라마를 보는 식의 휴식으론 부족하다. 좀 더 활동적이면서 생각의 패턴을 깰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알렉스는 윈스턴 처칠, C. S. 루이스, 마리 퀴리 등을 거론하며 이들이 ‘산책’을 통해 생각이 막힌 일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산책은 매일 필요한 일상이었어요. 산책은 정신을 맑게 해주고 문제 상황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갖도록 도와줘요. 특히 창의적인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죠.” 실제로 역사 속의 유명한 철학자와 작곡가, 예술가들은 저녁 산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헝가리 건축가 에르노 루빅은 다뉴브 강을 따라 산책하는 도중에 루빅 큐브를 만들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베토벤은 몇 시간씩 빈의 거리를 서성거리다가 전원교향곡을 작곡했다. 오늘날에도 산책은 실리콘밸리의 인기 있는 재충전 방법 중 하나다. 스티브 잡스는 나무들이 늘어선 팔로 알토 거리를 거닐면서 미팅을 가졌고, 우버를 설립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회사에 있는 실내 트레일에서 매주 60km 이상 걸었다. 구글, 링크인, 페이스북 역시 직원들에게 산책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한 휴식의 또 다른 형태로는 ‘심층 오락(Deep Play)’이 있다. 심층 오락은 깊은 정신적 몰입감을 주는 취미활동을 뜻하는데,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학습하듯 성인도 직업군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를테면 적정선의 신체활동과 더불어 문제해결력과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골프나 요트 항해, 암벽 등반 등이 그렇다(실내 암벽 등반 스포츠를 처음 개발한 것도 수학자였다). 가장 유익한 심층 오락은 어린 시절에 열광했던 놀이에서 온 경우가 많다. J.R.R. 톨킨이 어릴 때부터 어른이 돼서까지 은밀히 즐긴 것이 바로 ‘새로운 언어 만들기’였고 그로 인해 <반지의 제왕>이란 전설적인 판타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휴식은 얼마나 새로운 형태를 탐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내게 이로움을 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헤밍웨이, 로알드 달,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들은 어느 시점에서 글을 멈추고 다음날 다시 시작하는 작업방식에 익숙하다.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전부 마치고 나서야 겨우 쉴 생각을 하지만,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끼워 넣고 목록도 교체해 가면서 일을 실행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시드니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구장창 주어진 과제에 매달리는 것’보다 휴식을 취하거나 딴짓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밤마다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달리든지, 재미있는 웹 드라마를 보든지, 아니면 카페에 앉아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든지, 휴식은 그 어떤 형태로든 충분히 가치 있는 활동이다. 알렉스는 다시 한번 ‘휴식은 일의 반대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휴식은 그야말로 일의 파트너이죠.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건 결코 헛소리가 아니에요.” ‘휴식’의 새로운 철학에 익숙해지는 법 1 휴식의 가치를 이해하고 우선순위에 올려두기. 최적화된 ‘온(On)’ 상태를 위해서는 반드시 ‘오프(Off)’ 상태가 필요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쉴 때는 쉬자!  2 죄책감을 버릴 것. 쉴 때의 가장 큰 딜레마는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있다는 죄책감 내지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하지만 휴식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고민한다고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오후의 낮잠을 즐기면서 기분 전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3 일관성이 중요하다. 휴식은 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체적으로 일상 속에서 언제 어떻게 쉴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일관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냥 무턱대고 넋을 놓는 것은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안식 휴가가 필요한 이유  알렉스가 가장 효율적인 휴식 방법으로 꼽는 것은 안식 휴가다. 그의 책들은 대부분 겨울 한철 실리콘밸리를 떠나 가족과 함께 영국 시골 마을에서 휴가를 보낼 때 쓰여졌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몇 개월씩 안식 기간을 갖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1년에 단 몇 주만이라도 완전한 휴가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집을 떠나 접하는 새로운 환경은 신선한 지적 자극이 되죠.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만들어 창의적인 도약이 가능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