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애니스톤, '돌싱녀'로 유쾌한 웃음 날리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언젠가부터 만인의 연인은 이 여자의 자리다. 미간에 주름을 잡히며 신경질을 부려도, 걸걸한 목소리로 잔소리를 늘어놓아도 이 여자의 유쾌한 웃음 한번이면 넘어갈 수 있다. 예쁘고 털털한 여자친구, 제니퍼 애니스톤의 얘기다. 그녀가 돌아왔다. 이번엔 ‘돌싱녀’로 짐승남 제라드 버틀러와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이다. :: 영화, 미국 영화, 제니퍼 애니스톤, 제라드 버틀러, 스티브 잔, 벤 애플렉, 드류 베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케빈 코넬리, 브래들리 쿠퍼, 지니퍼 굿윈, 스칼렛 요한슨, 저스틴 롱, 바운티 헌터, 러브 매니지먼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프렌즈, 엘르, 엣진, elle.co.kr :: | :: 영화,미국 영화,제니퍼 애니스톤,제라드 버틀러,스티브 잔

여자의 매력을 음계로 표현하면 어떨까. 제니퍼 애니스톤은 ‘라’쯤 될 거다. 무거운 ‘도레미’를 가벼이 지나쳐,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저 사이 너머 어디쯤에 위치한 쾌청한 음. 고음과 저음을 왔다갔다하는 랄랄‘라’의 소리처럼, 제니퍼는 완벽한 여자의 몸으로 섹시녀와 톰 보이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날 것 그대로의 원초적인 매력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매력이 공존하는,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도 지나침과 소홀함이 없는 제니퍼는 만인의 연인이다.# 존재의 이유 : 이웃집 제니퍼시대를 풍미한 시트콤 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제니퍼가 연기한 레이첼 그린이었다. 웨딩 드레스를 입고 요란하게 등장했던 첫 에피소드 이후, 레이첼은 특유의 쾌활함과 사랑스러움으로 다섯 친구들을 사로잡았다. 잠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레이첼의 마력은 에피소드 곳곳에 스며들어, 방송 내내 ‘레이첼 페르소나!’를 외치게 했다.여섯 명의 혼성 친구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이십 여분의 짧은 에피소드에서 레이첼은 단연 독보적이다. 미국 미인을 논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금발 미녀론’ 제 1장 예쁘장한 얼굴, 제 2장 섹시한 몸매, 제 3장 푼수끼까지. 레이첼은 위의 분류에 모두 속한다. 만약 여기까지가 제니퍼가 연기한 레이첼의 전부였더라면, 제니퍼는 그저 그런 헛헛한 금발 미녀쯤으로 기억됐을 거다. 하지만 타고난 제니퍼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유쾌한 웃음소리가 레이첼과 만나자 마침내 우리는 10년을 한결 같이 기분 좋은 여자친구와 만날 기회를 얻게 되었다.보통의 남자는 언제나 레이첼을 꿈꾼다. 길을 가다 만나면 무심코 뒤돌아보게 되는 완벽한 굴곡의 여자, 곁에 두고 지켜보고 싶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레이첼’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에서라면 다르다. 언제든 TV를 켜면 센트럴 퍼크의 커다란 소파 위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는 제니퍼를 만날 수 있다. 그저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하는 남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존재인 것이다. 남성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타인을 의식하면서 행동하는 여느 여자 캐릭터와 달리 레이첼은 솔직하다. 가식이 없다. 로스(데이비드 쉼머)의 성적 판타지인 의 레아 공주 복장으로 침실에 들어선 레이첼의 모습을 기억 하는가. 레이첼은 남자들이 한번쯤 꿈꾸는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특별한 여자다. 또 친숙한 여자다.듣는 이로 하여금 카오스에 빠지게 만드는 4차원 소녀 피비와 설탕병의 정렬위치까지도 신경 쓰는 모니카를 절반씩 떼어내 반죽한 캐릭터랄까. 통통 튀는 탁구공처럼 질리지 않으면서 어색하지 않은 레이첼은 동네 어귀에서 마주치는 아는 여자, 이웃집 여자다.# 존재의 확립 : 당신 없는 너는?레이첼을 벗어 던진 제니퍼는 서른의 보통 여자다. 브래드 피트와의 세기의 결혼식,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결별을 거치면서 제니퍼 역시 스크린 밖에서는 정답 없는 사랑과 스펙터클한 인생을 어쩌지 못하는 여자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레이첼이 몇 번이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로스와의 아기를 낳기로 결정하면서 철부지에서 엄마로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제니퍼도 제 나이 또래 여자들을 연기하면서 차츰 성숙해간다. 얼핏 보면 비슷비슷한 도회지 직장 여성들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매번 다른 여자들이 사랑과 인생에 고군분투하고 있다.제니퍼가 에서 연기한 수. 지루한 여자는 출장길에 만난 모텔 관리남에게 순순히 제 엉덩이를 내준다. 세탁방에 엉겨 붙어 정사를 치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동차의 시동이 켜지고 엔진이 데워지는데 드는 것보다도 짧다. 빈 모텔 방에 앉아 하릴없이 카드게임을 하는 수에겐 일탈을 꿈꾸는 반항아의 기질이 보인다. 안정된 직장, 안락한 집, 정기적으로 모여 족구를 할 수 있는 직장 동료. 아이러니하게도 수의 완벽한 삶은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양산한다. 안정적인 반쪽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수를 잠식했을 때, 마침내 어딘가 괴상한 전직 펑크족 출신의 사업가를 따라 떠나는 사태가 생긴다. 수를 사로 잡고 있는 건 자기 삶을 책임지는 독립적인 미혼 여성에게 순차적으로 따라오는 삶에 대한 막막함, 그리고 불안함이다. 30대의 여자에겐 사랑도 내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의 당찬 여자 베스에게도 어느 순간 불안감은 엄습한다. 수의 것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와의 시작하지 않은 미래라면, 베스의 것은 한결 명확한 현재에 관한 것이다. 7년간 동거했음에도 결혼 의사가 없는 동거남 닉(벤 애플러)으로 베스는 고민에 빠졌다. 결혼에 목맨 여자처럼 보일까 보채기도 싫고 남들은 다 하는 그 결혼을 나만 못하고 있기에도 자존심 상한다. 남자에게 먼저 고백할 정도로 당차고 독립적인 베스이지만, 사랑의 귀결점은 결혼이다. 이 여자들이 남자에게 바라는 일은 소박하다. 별 것 아닌 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고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 베스가 닉의 낡은 건빵 바지를 함께 살 집으로 들여오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알고 보면 사소한 내 부탁이라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수가 왜 자신과 떠나지 않는지를 뒤늦게 알아차리는 마이클이나, 낡은 건빵 바지 구석에 링을 넣어 한참 뒤에나 프로포즈하는 닉은 여자에 비해 늦되다. 제니퍼는 이런 늦된 남자들을 상대하며 지친 여자에게 공감을 산다. 제니퍼와 같은 매력적인 여성도 실제 삶에서든 연기에서든 고군분투하고 있음에 여자들은 희망을 얻는 것이다. 격정적인 이십 대를 지나면 단단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삼십 대에는 또 다른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동반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마침내 한 가정의 실질적인 가장이 되기까지 여자는 수많은 남자들과 씨름한다. 늘 한결 같을 줄 알았던 애인의 자기중심적인 면모에 이별을 고민하고(),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남편과 결별하는 것처럼(). 다시 새로운 문제투성이 인생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겪지 않은 순진한 여자처럼 꿈을 꾼다. 어딘가에 존재할 내 반쪽, 사랑을 꿈꾸고 사랑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