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의 젊은 거장, 크레이그 톰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불행한 유년, 혼돈의 사춘기, 고단한 청춘을 거친 그가 매일같이 2페이지씩 검은 잉크로 그린 기록에 온 세상이 열광했다. ‘담요’ ‘하비비’의 작가, 크레이그 톰슨을 만났다::그래픽노블, 만화, 담요, 하비비, 크레이그 톰슨, Craig Thompson,작가,인터뷰,엘르,elle.co.kr:: | 그래픽노블,만화,담요,하비비,크레이그 톰슨

미국의 대표적인 그래픽노블 작가인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이 부천국제만화영화제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톰슨의 대표작인 ‘담요’는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 속에서 자란 주인공의 유년시절과 첫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작품으로 만화계의 주요 상을 석권하며 ‘타임’이 선정한 ‘2005년 역대 최고의 그래픽노블 10’에 올랐다. 8년 뒤 톰슨은 이슬람 국가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하비비>를 발표하면서 또 한 번 찬사를 받았다. 7년간 집필한 700쪽의 이 대서사시에 대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창의성의 승리"라고 평했다. 그의 작품들은 발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톰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종교적인 배경, 혹은 제약이 심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종이라는 매체 안에서는 확실히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고, 팬들 역시 저의 그런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크레이그 톰슨이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그와의 간담회가 열리는 독립책방 ‘북바이북’이 가득 메워졌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뒤 ‘담요’를 통해 위안을 얻었다는 독자는 톰슨에게 꽃다발을 안겼고, 만화가 지망생은 그에게 생계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톰슨과 독자들 간 오고 간 대화 속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당신에게 어떤 개념인가요? 그래픽 노블에 대한 정해진 정의는 없어요. 시리즈로 된 만화일수도 있고 단행본으로 엮은 만화일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그냥 ‘두꺼운 만화’에요.(웃음)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만화죠. 그래픽 노블은 한 사람이 모든 그림을 그려요. 그런 그림은 글로 바뀌고 그러다가 글이 또 뭔가 시각적인 것으로 바뀌죠. 독자가 원하대로 소모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원하는 속도로 사적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치 손으로 쓴 편지처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들이에요. 작품을 쓰는 내내 창조성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요. 끝까지 열심히 하는 것. 솔직히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담요’를 비롯해 제 작품을 보면 특별한 사건이 없는 긴 이야기에요. 여담, 에피소드를 넣기 좋은 이야기 구조에요. 마라톤을 하듯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꾸준히 작업했어요. 하루하루는 굉장히 지루해요.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 스타일인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못 쓰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많이 쓰게 되죠. 글 쓰기 작업은 변덕스러운 편이에요. 드로잉은 매일 하루에 2페이지씩 오랫동안 그렸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예술서를 보고, 그림 2페이지를 그리고, 오후에는 잉크로 마무리하는 식이었어요.   <담요>  ‘담요’ ‘하비비’를 보면 종교적인 문화를 배경으로 해요. 종교에 대해 왜 이토록 천착하나요? 기독교를 떠났지만 어릴 때 기독교 환경에서 자라서 몸에 배었어요. 성경은 제가 가장 여러 번 읽은, 가장 익숙한 텍스트죠. 예수의 메시지나 성경 속 가르침이 제 안에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성경 자체는 지루하고 말이 되지 않는 책일 수 있지만 저는 성경을 좋아하고 분명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비비’를 쓸 때에는 이슬람교를 공부했어요. 덕분에 종교에 대한 접근도 넓어진 것 같아요. 성경과 코란을 거쳐 불교와 도교도 공부하고 있어요. 모든 종교 안에는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대표작인 ‘담요’는 당신의 상처,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내보이고 있는 작품이에요. 저마다 갖고 있는 인생의 나쁜 기억, 상처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자신의 상처, 나쁜 기억들을 적어도 무시하고 외면하면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기억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 그것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아도 그때의 기억과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면서, 화해하면서 살수 있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후회되는 것이 있나요? 물론 아주 많아요. ‘담요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학교에서 심하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나보다 더 약한 사람을 찾아서 소외시키게 되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 굉장히 후회되고 부끄러웠어요. 시간이 흘러서 나를 괴롭혔던 누군가가 알고 보니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랐다는 걸, 가해자인 그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였다는 걸 알게 됐는데 내가 그때 그를 다르게 이해하지 못한 게 후회되고요. 학창시절에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의 괴로움 때문에 다른 사람과 친해지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작품을 보면 오감을 체험하게 되는 느낌이에요. 작업을 할 때 음악도 즐겨 들었나요? 음악은 가장 유니버셜한 언어죠. 음악만큼 감정적인 반응을 줄 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해서 그림 작업을 할 때는 항상 음악을 들었어요. 저는 특히 여성 래퍼 엔젤 헤이즈의 광팬이에요.. 소재,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나요? ‘담요’는 동생과 같이 침대를 쓰는 것에 대해서 책을 쓰고 싶었고, 첫사랑 얘기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이 두 주제를 합쳐서 만들게 된 이야기에요. 아이디어는 사실 되게 단순하게 시작해요. A대해, B에 대해 쓰고 싶다, 그 한 조각을 갖고 시작하고 그걸 발전 시켜나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아이디어를 찾는 건 제일 쉬워요. 그 다음부터가 고생이죠.    <하비비>  컬러가 아닌 블랙 잉크 작업을 고수한 이유가 뭔가요? 블랙 잉크 작업을 선호하는 건 독자와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컴퓨터로 컬러를 입히는 과정을 넣으면 그만큼 독자와 거리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를 생략하고 핸드 라이팅 개념으로 작업한 거에요. 블랙 잉크로 그린 그림은 만화가의 글씨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국에 내년에 소개될 ‘스페이스 덤플리’는 어린이 독자와 디지털 환경을 고려해 컬러 작업을 해본 작품이에요. 또 다른 느낌일 거에요. 자전적인 이야기인 ‘담요’에는 가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작품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멀어지지는 않았나요? 책이 나오고 5년 정도는 부모님과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어느 날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아들 덕분에 제가 책이 나왔어요.”하시더라고요. 책으로 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가족간에 훨씬 거리감이 있었을 거에요. 덕분에 동생들과도 가까워졌고요.  만화가의 꿈은 언제부터인가요? 생계를 유지하면서 성공한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신문에 실린 스누피 만화를 보고 반한 게 시작이었죠. 슈퍼 히어로 코믹 작품에도 열광했었고요. 그러다 사춘기 시절에는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애니메이션은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혼자서도 작업할 수 있는 만화에 다시 몰두하게 됐어요. 초반에는 저도 힘들었어요. 생계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저의 첫 책과, ‘담요’ ‘만화가 여행’도 사실 거의 무보수로 만들었어요. 당시 저의 ‘담요’ 선인세가 300달러였으니까요. 운 좋게 매거진 일러스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화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감사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당신의 작품을 어떤 독자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나요? 사실 작업을 할 때는 수많은 독자가 읽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고 주변 사람들만 생각했어요. 가족을 위해 그린, 가족에게 주고 싶은 책이었죠. 그런데 재미있는 게 책을 마치고 나니 책만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더라고요. 책이 다른 독자들에게 권해지고, 독자들의 생각으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돼요. 작가는 그 책을 만들 뿐이지만 그 이후는 여러분에게 맡겨집니다.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노블 리스트 1 안녕, 청키 라이스 단짝 아기사슴과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거북이 이야기. 톰슨의 첫 그래픽 노블 작품으로 우정, 자아성찰, 그리움, 외로움 등의 진지한 주제를 가볍고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냈다. 2000년 하비상의 <재능있는 신인상>을 수상했다.   2 담요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학교 아이들의 심한 따돌림과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라는 한 소년의 성장통과 첫사랑과의 이야기를 그렸다. 만화계 최고상인 아이스너상,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하비상을 비롯해 만화계의 주요 상을 석권했다.   3 하비비 담요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작품. 무지한 아버지 때문에 중년이 필경사에게 팔려간 12세 소녀 ‘도돌라’와 그녀가 노예 시장에서 만난 세 살배기 남자 아이 ‘잠’이 겪는 15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2012년 아이너스 상 <최고의 작가상>을 받았다.   4 만화가의 여행 프랑스와 스페인, 모로코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가의 특별한 여행의 기록이다. 도전과 갈등의 기로에서 작가는 그림으로 스스로를 달래며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