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의 하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오늘도 수고했어.” 밴에서의 하루는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다. 밴에 사는 커플의 세 번째 이야기, 우리 이렇게 살아요::커플의 소리, 밴, 밴라이프, 캠핑카, 캠핑, 우린 밴에 살아요, 여행, 휴가, 집 꾸미기, 엘르:: | 커플의 소리,밴,밴라이프,캠핑카,캠핑

아침 선 루프로 만나는 햇살과 함께 잠에서 깬다. 허남훈 감독은 100번 중 95번 나보다 먼저 일어나 벙커(침실)를 빠져나간 뒤 블루투스 스피커로 그날 듣고 싶은 음악을 튼다. 침실에서 뒹굴던 난 스멀스멀 뱀처럼 기어나가 거실 앞 주방에 서서 생수를 마신다. 음악 플레이, 물 마시기. 우리의 하루는 이 두 가지 행위로 시작된다. 때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전엔 사과 하나를 껍질째 쪼개 먹고 세수를 한다. 그리곤 성인 3명이 앉을만한 면적의 거실을 닦고, 소파의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린다. 아침 청소는 밤사이 느슨해진 몸과 정신에 시동을 거는 데 딱이다. 가벼운 청소 덕에 몸이 작동준비를 마치면 첫 끼를 준비한다. 주로 먹는 음식은 한식. 캠핑용 압력 밥솥에 밥을 안치고, 간편식 육개장이나 곰탕을 데우고, 몇 가지 반찬을 꺼내 먹는다. 가끔은 빵과 치즈, 시리얼을 먹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면 소량의 물로(절수는 일상) 설거지를 한 뒤 일을 시작한다.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그때그때 하고 싶은 사람이 한다. 점심&저녁 거실 테이블에 마주앉아 노트북을 펴고 뮤직비디오나 CF를 편집하거나 우리 작업(글, 사진, 음악, 영상)을 정리한다. 베를린에서 찍어온 뮤직비디오를 양양에서 편집하거나 양평에서 찍은 영상을 안동에서 편집하거나. 되도록 서울이 아닌 낯선 곳에서 정리하는 편이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덕에 이젠 떠돌면서 일하는 게 익숙하다. 확실히 다른 공기를 마시면 작업이 더 잘 된다. 보이는 것이 다르니 머릿속 생각이 새로운 길로 흐르는 느낌이다. 오감이 다르게 반응한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면, 저녁식사 전후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다. 이때쯤이면 낮이 밤으로 바뀌기 직전인데, 폭발하는 노을과 볼에 스치는 바람이 몇 시간 동안 작업하느라 피로한 허리와 무릎을 위로한다.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밤밤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데, 2주에 한 번은 꼭 빨래방에 간다. 모아둔 빨래와 이불, 베개 커버, 소파 커버를 들고 셀프 빨래방에 간다. 45분 세탁, 36분 건조. 그 시간 동안 노트북으로 못다한 일을 하거나 간식을 먹으며 책을 본다. 일상의 사이사이, 조금 특별한 일을 꼽자면 정기적으로 화장실 비우기, 물 채우기, 허 감독의 셀프 이발(허 감독은 10년 넘게 혼자 머리를 자른다) 등이 있겠다.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개고 이불 커버를 씌우면 어느새 밤을 넘어 새벽이다. 룸 스프레이를 꺼내 밴 곳곳에 뿌리고 다시 벙커에 눕는다. 책 몇 페이지를 읽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든다. 잠 들기 전에는 이상하게도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하루를 보냈네. 밴에서 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애초에 1년의 밴 라이프를 계획한 우리에게 이 생활은 끝이 있는 여행이자 삶이다. 그렇기에 우린 더 열심히 다음 하루를 채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일상이 에피소드가 되어 우리 곁으로 날아와주길 바란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지!  이전편 보러가기 >  다음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