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이케아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새로운 국민 선반이라도 출시됐냐고? 아쉽게도 아니다. 이케아 매장에 가면 널려 있는 거대한 사이즈의 파란 쇼핑백 ‘프락타(Frakta)’를 패러디한 패션 아이템들이 SNS 타임라인을 점령하며, 패션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 베이스볼 캡, 스니커즈, 언더웨어 등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퀄리티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LA 출신의 디자이너 엘리엇 에번이 프락타로 만든 나이키 에어 조던 스니커즈와 보머 재킷 세트는 실제 판매로 이어질 정도로 정교한 디테일을 자랑한다(가격은 무려 1500달러!). 이 뜬금없는 유행은 발렌시아가의 2017 S/S 멘즈 컬렉션에 등장한 쇼퍼백이 이케아 프락타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논란에서 시작됐다. 카피가 아니라고 부정하기엔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단지 다른 부분을 찾자면 ‘가격’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나 쓰는 1500원짜리 쇼핑백이 3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백으로 신분 상승을 했다는 기막힌 소식은 패션 호사가들을 자극했고, 결국 이 같은 패러디 열풍이 이뤄졌다. 미국 <타임>지는 이에 대해 ‘이케아 브랜드에 대한 경의이자, 상표에 집착하는 패션계 분위기에 대한 풍자’라고 분석했다. 이번 카피 논란이 싫진 않았던지 얼마 전 이케아는 재빠르게 패션 힙스터들이 열광하는 브랜드 오프 화이트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발표했다. 그동안 패션계에서 하이엔드 브랜드가 소위 말하는 ‘싸구려’ 아이템을 패러디하는 일은 꾸준히 있어왔다. 일명 ‘장바구니 가방’이라 불리는 발렌시아가의 바자 백이 등장하기 전인 2007 S/S 시즌, 루이 비통이 먼저 ‘런드리 백’에서 영감을 얻은 쇼퍼백을 선보였으니까. 이번 프리폴 시즌 MM6의 컬렉션 또한 취급주의(Fragile) 테이프를 칭칭 감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2006 S/S 컬렉션 피스를 그대로 오마주하고 있다. 그 밖에도 2012 F/W 시즌 바게트 빵을 담는 종이봉투와 똑같이 생긴 페이퍼 백을 출시한 질 샌더와 2014 F/W 시즌 비닐 패키지에 고기 대신 플랩 백을 담은 샤넬 등 그 예는 한꺼번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나이키와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 헤론 프레스턴이 1년이 넘는 설득 끝에 미국 뉴욕 위생부(DSNY: The New York City Department of Sanitation)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땅, 불, 바람, 물, 마음’을 외치며 환경을 수호하는 지구특공대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닐 터. “뉴욕의 환경미화원들은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유니폼을 입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고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죠”라고 설명하는 헤론은 냄새 나고 지저분하기로 유명한 뉴욕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유니폼 소재와 버려진 옷을 이용해 트렌디하고 ‘쿨’한 컬렉션을 완성했다. 최악의 소재만으로도 동시대적인 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어두운 창고 구석에 처박아둔 싸구려 쇼핑백이 새로운 가치를 찾듯,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아이템들이 언제 어떻게 변신할지 모를 일이다. 온라인을 통해 어떤 경계나 제약 없이 트렌드를 능수능란하게 즐기는 요즘 패피들의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콧대를 낮춘 세상이라면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