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밴에 살아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밴을 타고 유랑하는 커플이 있다. 그들의 첫 번째 이야기. “우리 밴을 소개합니다.”::커플의 소리, 밴, 밴라이프, 캠핑카, 캠핑, 우린 밴에 살아요, 여행, 휴가, 집 꾸미기,엘르,elle.co.kr:: | 커플의 소리,밴,밴라이프,캠핑카,캠핑

2017년 3월부터 밴에서 살고 있는 김모아, 허남훈 커플. 우린 지금 밴에서 산다. 집을 없애고 밴, 흔히 말하는 캠핑카에서.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한국에서 말이다. 짤막하게 우리를 소개하자면 1년 365일 함께 지내는 허남훈 감독, 김모아 작가 커플이다. ‘커플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삶과 여행의 경계를 허물며 그 순간들, 받은 영감을 글과 사진, 음악과 영상으로 기록해나가고 있다.우리는 몇 번의 해외여행 중 생겨난 갈증(정작 우리나라 곳곳은 모른다는 것)과 서로 주고 받는 가장 큰 질문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즐겁게 고민해왔다. 우린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그 바람과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캠핑카 여행’을 결합한 것이 밴 라이프의 시작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하면서 생겨난 많은 질문들. 그 질문에 답해나가는 방법 중 하나가 밴 라이프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기회를 만들어 다시 재미나게 다뤄보기로 하고… 땅 위에 서있는 집이 아닌 ‘굴러다니는 집 = 밴’에서 산다고 하면 다들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묻는 질문들이 있다.“좁지 않나요?”“안은 어떻게 생겼어요?”“불편하지는 않아요?”“물은? 전기는? 화장실은? 샤워는?” 등등등. 그리하여 오늘은 우리 밴, 밴의 공간을 소개해보려 한다.    (왼쪽)밴으로 들어가는 문. (오른쪽)문을 열면 신발장을 갖춘 현관이 우릴 반긴다. 밴의 외관은 깨끗한 화이트다. 실내는 두 사람이 살기에 매우 적당한 크기로, 나름 현관과 키친, 화장실 겸 욕실과 거실 그리고 침실도 갖췄다. 밴 오른편 측면에 자리한 출입문을 자신감 있게(!) 열면 짚 느낌의 매트를 깔아놓은 현관이 나타난다. 현관 오른편엔 신발장도 있어 여분의 신발을 보관할 수 있다. 밴의 포토존인 사랑스런 키친. 현관에서 들어서면 왼편에 있다. 신발장 왼편으론 사랑스런 키친이 보인다. 요트에 많이 쓰이는 히터 겸 인덕션, 디젤쿠커는 물론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냉장고도 있어서 집에서처럼 자연스레 밥을 해 먹는다. 물을 아끼기 위해 이미 씻어 나온 쌀을 사는 것은 집에서 살 때와 다른 점. 냉장고가 작기 때문에 장을 많이 보지 않고 몇 가지 반찬(부모님께 공수)과 과일, 물 정도를 그때그때 구입한다는 것도 다르다.  키친 벽면에 자석 바를 달아 양념통과 도구들을 붙여놓아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키친의 자랑은 자석 바를 달아 벽에 붙여놓은 양념통과 칼, 가위 그리고 사랑스런 식물들이다. 밴이 빠른 시간 내에 집과 다름없이 아늑해진 건 식물의 덕이 크다. 식물은 밴 인테리어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의 화장실 겸 욕실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식물이 어우러진 욕실. 작은 수납장과 친환경 욕실용품들, 샤워기가 달린 세면대와 작은 변기. 밴의 화장실 겸 욕실은 한 사람이 서서 샤워하기 충분하다. 허 감독은 이곳을 온실처럼 꾸미고 싶어했다. 다르게 생긴 식물들을 여기저기 배치하고, 우리는 아껴 쓰는 물을 그들에겐 넉넉히 주었더니 너무나도 잘 자란다. 걱정 근심을 덜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깨어나는 곳. 가장 자랑스러운 공간이다. 다음 소개할 곳은 밴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거실. 원래 운전석과 거실은 뚫려있는데 마음에 드는 담요와 커튼봉을 달아 공간을 구분 지었다. 밴의 본래 시트 역시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컨버스 원단을 고르고 크기에 맞게 제작했다(고무줄과 지퍼 스타일이라 벗겨서 세탁이 가능하다). 거실 가운데 배치한 테이블도 밝은 나무색으로 다시 꾸몄고, 쇼파에 어울리는 쿠션을 하나하나 손수 구했다. 거실은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는 공간이기에 특별히 더 정성과 사랑을 쏟았다. 이곳에서 우린 테이블을 기점으로 마주보고 앉아 각자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곤 한다. 어느새 밴에서 우린 고양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데 익숙해졌다. 거실은 밴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자 우리의 작업실. 쿠션 뒤 컨버스 커튼을 열면 운전석이 나타난다. 그 위는 침실이다.마주보고 앉아 일하는 풍경. 밴에서 우린 고양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데 익숙해졌다.테이블은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키를 낮춘 뒤 쇼파 등받이 블록을 테이블 위에 얹으면 마루가 되고(블록 구조의 쇼파라 자유로이 해체가 가능하다), 수납장에 빔을 달아 블라인드에 쏘면 금세 영화관이 된다.여유가 있을 땐 ‘밴 영화관’을 즐긴다. 촬영장비(떠돌면서 일하는 디지털노마드의 필수품)는 화장실 바로 옆 1, 2층으로 구분된 수납장에 보관하기 때문에, 거실을 넓게 쓸 수 있다.거실과 현관 사이의 벽면(신발장 위 벽면)에는 우리나라 지도와 메모장, 먼지떨이 등을 걸어놓아 생활공간으로써 쓰임을 더했다. 반대편 벽면은 화장대로 활용 중이다. 벽거울과 작은 식물, 사랑하는 친구의 엽서와 사진, 좋아하는 글귀를 적은 메모장 등 우리만의 이야기로 꾸몄다.밴 라이프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알고 싶었다.지도와 함께 달리는 밴.마지막으로 소개할 공간은 하루 동안 쓴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곳, 침실이다. 밴을 측면에서 보면 운전석 위로 볼록 솟아오른 부분이 있다. 그곳이 바로 벙커, 우리의 침실이다. 킹 사이즈 침대와 비슷한 너비로 둘이 자기에 충분히 널찍하다. 침실에는 매트리스만큼 편하고 두툼한 매트를 깔아두었다. 그 위엔 온수매트를 깔아서 밴 라이프를 막 시작하던 쌀쌀한 봄날을 충분히 따뜻하게 보냈다. 매트 양 옆에 자리한 서랍장에는 원래 집에 있던 수많은 책을 처분하고 남겨온 몇 권의 책을 꽂아두었고, 그 아래엔 패브릭 수납박스 8개를 두고 옷장으로 활용 중이다. 참고로 옷은 예쁘게 갠 뒤 돌돌돌 말아두어야 공간을 덜 차지한다. 수납박스 뒤편의 자투리 공간에는 허 감독이 아끼는 일렉기타를 보관중이다. 여행용 기타 2대는 침실과 거실 이곳저곳을 유영하고 있다.운전석 위, 벙커와도 같은 우리의 침실. 킹 사이즈 침대와 비슷할 정도로 널찍하다.밴을 소개하다 보니 제법 여러 공간으로 나뉜 밴에 살면서 버리거나 방치하는 공간 없이 꼼꼼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진다. 집에 내가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집에 사는 진짜 주인이 된 우쭐함도 든다. 밴에 살면서 확신하게 되는 건 ‘우리 둘이 살면서 그렇게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구나.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구나’라는 깨달음이다. 정확해 지는 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공간, 물건, 옷, 그 밖의 생활용품)이 무엇인지 구별하게 되는 능력이고. 우리에게 밴은 집이다. 집이 밴이다. 밴에 들어서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역시 집이 최고야!” 다음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