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밴에서 산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여행하듯 인생을 살기로 한 두 사람이 있다. 집을 처분하고 1년간 밴을 타고 살아가는 프로젝트를 실천중인 ‘커플의 소리’ 허남훈과 김모아. 획일적인 삶의 방식에 질문을 던지며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앞당겨 실천하고 있는 그들에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가요?”::허남훈,김모아,밴,커플의소리,여행기,엘르,elle.co.kr:: | 허남훈,김모아,밴,커플의소리,여행기

인스타그램을 보니 얼마 전까지 여주에 있었던데 허남훈(이하 허) 그렇다. 여주에 있다가 일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한강공원에 머물고 있다. 집을 없애고 밴에서 살아보자는 생각은 어디서 나왔나 허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다. 오래전부터 삶 자체를 새롭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외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는데, 남보다 나를 아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킷 리스트를 노년으로 미루지 말고 앞당겨 살자는 주의다. 김모아(이하 김) 다들 서울에 몰려 살고 있는데 도시를 벗어난 삶은 어떤지,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데 과연 계속 떠돌고 싶은 건지, 아니면 진짜 살고 싶은 곳은 어딘지,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했다. 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짐을 챙기는 것부터 도전일 것 같은데 김 맞다. 삶의 다이어트를 했다고 할까? 원래 우리 집에 놀러온 사람들은 다 놀란다. 왜 이렇게 짐이 없냐고. 우린 결혼식을 따로 안 해서 혼수 같은 것도 없는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까 버리거나 나눠줄 것들이 생기더라. 지금은 우리 삶이 훨씬 더 날씬해진 것 같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있어도 살 수 있더라. 밴 라이프를 시작한 지 2개월 반 정도 지났는데, 살아보니 어떤가 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 둘 다 무척 만족하고 있다. 당연히 불편한 점은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즐기는 편이다. 이제는 진짜 집처럼 느껴져서 차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김 전기, 물, 화장실 등 전에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더라. 내 몸을 움직여야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남이 보기에는 불편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고, 지금은 모든 게 원활해졌다. ‘이렇게 금방 1년이 가버리면 어떡하지?’ 둘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밴에 올라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어디였나 허 완도 땅끝마을. 김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이후에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고 있나 김 그렇다. 부모님 뵈러 간 김에 근처 지역을 돌아보기도 하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 되도록 가보지 않은 곳으로 떠난다. 여행만 하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 등 일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따금 서울도 오간다. 허 내가 사는 ‘집’이 움직이는 거니까, 어딜 가든 하나도 부담이 없다. 가다가 피곤하면 휴게소나 주차장 어디든 차를 세우고 자면 된다. 오늘도 인터뷰 후에 다른 볼일 없으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정이나 추억은 김 첫 여행지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완도가 떠오른다. 완도에 갔을 때 ‘아, 여기 살고 싶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날씨도 따뜻하고 산과 바다가 함께 있어 좋았다. 완도식물원에 갔는데, 국내 최대 규모의 남대림이라고 하더라. 이런 곳을 매일 산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 아이슬란드의 대자연도 굉장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며칠 전에는 여주 세종대왕릉에 갔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고 하더라. 외국에 가면 우리도 그런 곳을 찾아다니지 않나.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관점을 좀 바꿔보고 싶었고,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인생을 여행하듯, 삶을 좀 다른 시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밴 라이프의 취지다. 재미있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영감을 얻고 싶다. 삶의 모험을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의 인연이 궁금하다. 허 감독은 엠넷 VJ 출신이고, 김 작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만났는데, 내가 먼저 고백했다. 허 감독은 나한테 관심이 1도 없었다(웃음). 오늘은 이렇게 해보고 내일은 저렇게 해보고, 그러다가 결국 사귀게 됐다. 어떤 점에 그렇게 반했을까 김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걸 현실로 해나가는 사람을 보게 된 거다. 연기도 잘하고 센스도 좋고 유머 감각도 있는데 음악까지? 한순간에 마음이 툭 가더라. 처음 반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니, 지금이 더 좋다. 허 사실 3년 정도 사귀다가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다시 만났을 때 엄청 매달렸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몰랐던 찌질한 남자였던 거지. 뒤늦게 그걸 깨달은 이후에는 세상 다른 여자는 필요 없고, 이 여자와 끝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한 시간이 14년이나 됐다. 좁은 공간에서 2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나 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점이다(웃음). 허 1년 365일 중에 정말 불가항력적인 일이 아니고선 거의 365일을 함께한다. 친구와 가족을 통틀어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거다. 서로 자존심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만약 이런 관계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번 프로젝트는 계획하지 못했을 거다. 김 일할 때도 그렇고 밴에 있을 때도 고양이처럼 각자의 자리가 있다. 같이 무언가를 하더라도 맡은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자리에서 나름 독립적인 시간을 갖고 있다.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했다.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나한테는 이 사람이 전부다. 나 하나로 존재하기엔 너무 많이 모자라다. 허 감독도 그렇다. 이렇게 붙어다녀야 그나마 온전한 존재로 느껴진다. 결혼식을 하지 않은 거나(2015년 김 작가의 생일에 혼인신고를 했다) 집을 소유하지 않는 것, 획일적인 삶의 방식을 경계하는 건 두 사람이 만나기 전부터 가져온 생각인가  허 내 경우엔 그렇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에 자퇴했는데,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매일 아침 다들 학교나 회사에 가고 나면 아무도 없었다. 그게 색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영동대교를 한없이 걷거나 종점에서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차창 밖을 구경했다. 서점에서 잡지를 보는 것도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내 시야나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김 허 감독은 질문이 많다. 그런데 나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서 살지 않는다는 생각.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에 들어가고, 연애를 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다? 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보질 않는 거다. 남과 다른 삶의 형태를 선택하고, 그것조차 계속 깨면서 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나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 갖는 이들의 질문을 요약하면 결국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아?”가 아닐까  김 우리가 하려던 얘기가 바로 그거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가면 좋겠다. 사실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그렇게 살길 바라고 있지 않나. 허 우리는 그냥 우리 삶을 사는 거다. 다른 사람들도 꼭 이렇게 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작게나마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도 계속 그런 힌트를 찾아다니고 있거든. 나는 특히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편이다. 인생을 이미 살아본 분들의 이야기야말로 진리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젊은 시절에 도전하지 않은 것과 여행을 많이 못 다닌 게 후회된다고 하시더라.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그분들은 오히려 내가 가진 젊음을 부러워하더라. 그래서 난 부자가 부럽지 않다. 김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할 때, 그것 또한 사회의 기준이지 내 기준은 아니지 않나. 밴 라이프 이후의 여정은 어떻게 되나 허 밴 라이프에 대한 기록을 모아 책을 출간할 예정이고, 아티스트들과 함께 ‘밴 라이브’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구상도 있다. 밴 라이프가 끝나면 또 재미있는 일들을 계획해야지. 기존 대중음악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음악 작업을 계속해서 그것들이 좀 쌓이면 공연장을 빌려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전시를 열고 싶다. 버킷 리스트 중에는 내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은 것도 있다. 김 어떤 집을 구할지, 그 집에 진짜 필요한 게 뭔지 밴 라이프를 통해서 알아갈 것 같다. 최근에 남태현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는데, 다음에는 한 여자 가수의 앨범 재킷부터 스타일링, 영상까지 비주얼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맡아서 하게 될 것 같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쓴 이야기로 우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 허 친한 배우들과 함께 외국에 가서 영화 한 편 만드는 작업을 계획 중이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많은데, 밴 라이프처럼 좀 더 앞당겨서 해나가려 한다. 김 ‘하고 싶다’를 ‘했다’로 바꿔가는 거지. Le Son du Couple우리 말로 옮기면 ‘커플의 소리’.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사진과 글, 음악, 영상으로 기록하는 허남훈 감독 & 김모아 작가의 프로젝트 그룹. 내년 3월 17일까지 지속될 그들의 밴 라이프는 홈페이지와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다. http://www.lesonducou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