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예술가 셰리 삼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콩고의 예술가 셰리 삼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BYELLE2017.07.21

 

‘La Vraie Carte du monde(The True Map of the World)’, 2011

 

 

‘J′aime la couleur (I Love Color)’, 2010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회화 작가 셰리 삼바(Che′ri Samba). 1989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뒤,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전시 <대지의 마술사들 Magiciens de la Terre>와 2007년 제5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로 주류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그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광고 회사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이력을 가진 셰리 삼바의 작품을 살펴보면 남다른 스토리텔링을 확인할 수 있다. 예리한 표현력과 위트, 강렬하고 찬연한 색채가 수북하게 쏟아지는 작품들은 콩고의 삶을 묘사하거나 정치, 경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언급한다. 때로는 서구 중심의 시각을 비판하며 그림 속의 말풍선과 텍스트는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이해를 돕는다. 셰리 삼바는 시대의 진단서와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상상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자신의 작품이 어젠다가 되어 대중의 의식을 깨우고 변화를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가 그리는 더 큰 그림은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예술이라는 재능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셰리 삼바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하이라이트 Highlights>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1984년에 설립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재능 있는 예술가를 발굴하고 후원해 오면서 방대한 규모의 소장품을 구축해 왔다. 셰리 삼바는 1990년 작가 레지던시를 통해 이곳과 인연을 맺었고 2004년에 회고전을 가졌다. 8월 15일까지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전시는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쌓아온 저력과 다양성을 소개하는 자리이자, 셰리 삼바의 대담한 태도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된다.

 

미술관에 오기 전에 뭘 했나 한국은 세 번째 방문이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는 동네는 처음이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주변 일대를 돌아다녔다. 당연한 얘기지만 콩고에서 쓰는 링갈라어를 아는 사람은 물론,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내가 본 모든 것들을 가슴에 넣어뒀다.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본인의 회화 작업을 ‘포퓰러 페인팅’이라 소개하기도 했는데 포퓰러 페인팅은 대중 혹은 민중에서 비롯된 예술이며 그들을 위한 예술이다. 나는 사람들의 일상 전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기자가 기사를 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누구나 내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메시지를 작품에 담을 땐 꼬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작품에 텍스트를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를 위해 텍스트를 사용했다. 과거에는 텍스트를 접목한 회화 작품이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글을 읽는 속도가 매우 더뎌 책이나 신문을 보면 한 장을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착안해 사람들이 작품 앞에 더 오래 머물도록 텍스트를 넣으면 어떨까 하고 시도했다. 결과는 생각한 대로였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첫 작업실을 마련한 뒤 자신의 작품을 행인들이 볼 수 있도록 작업실 외부에 걸어두었다면서 누구나 내 그림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작업실 외벽과 길목에 작품을 꾸준히 전시했다. 완성된 작품을 벽 속에 보관하는 일은 당시의 내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만화를 베껴 그리며 혼자 필력을 쌓았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 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타고난 재능이기 때문이다. 재능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신성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그 사명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신이 나를 선택해서 그림 그리는 재능을 부여했으니 그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예술적 재능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셰리 삼바’라는 이름은 ‘아프리카 미술의 외교관’으로 통한다. 작품을 통해 그곳의 정치, 사회적 이슈를 언급하는데 자신의 메시지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체감한 적 있나 콩고는 프랑스어, 링갈라어, 스와힐리어 등 여러 언어를 쓴다. 그 가운데 외국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에 10년 전부터 콩고 고유 언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고 이같은 주제로 작품을 여럿 그렸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요즘에는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전보다 증가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의 근원은 예술가는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자신이 부여받은 예술적 재능을 대중에게 돌려주고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려면 예술가는 자신의 상상을 사람들이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예술가의 책무다. 내 작품 중 ‘College de la Sagesse (College of Wisdom)’라는 그림이 있다.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만약 인류 최초의 선생님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지적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답을 제시했다. 지식이라는 것은 기술이나 과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결과라고. 40년 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때 미술비평가들은 내가 뭘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도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슈에 힘을 기울이고 있나 과거에 비해 지금 콩고에서 예술가로 살아가기가 수월해졌냐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환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즐기고 예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 그런 환경에서 예술가는 작품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술가라는 직업을 보호하고 그들의 작품 활동을 유지하도록 돕는 단체를 설립했다.

세계 미술계에 자신을 알리게 된 순간은 1989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대지의 마술사들> 전시에 참여했을 때다. 서구 출신과 비서구 출신 예술가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로 큐레이터가 킨샤사로 직접 찾아와 참여를 제안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내 작업과 의미를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이후 2004년에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개최한 회고전은 나를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의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까르띠에 재단은 내게 단 한 번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서 창작 활동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게 지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됐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나는 색을 사랑한다(J’aime la couleur)’ ‘진짜 세계 지도(La Vraie Carte du monde)’를 포함해 여러 작품 속에 자신을 그려왔는데 앞서 말했듯이 나는 사람들의 삶에 관해 그림을 그린다. 나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의 일원이다. 다른 누군가를 그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가장 잘 아는 자신을 통해 내 생각을 전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색채다. 밝고 선명한 색이 압도적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색을 사랑한다’는 사회적 메시지 대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읽힌다 색은 모든 곳에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색을 지닌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의 색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바로 이게 이 작품을 통해 알리려는 메시지다. 사람을 피부색에 따라 분류하는 사고방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색 인종(Colored People)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피부색이 없다는 논리인가? 그럼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어야 한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흑인이라 해서 모두 까만 피부를 가진 게 아니다. 자세히 보면 색이 다 다르다. 내 피부색도 검은색이 아니다. 브라운 톤에 가깝다. 그래서 작품에 나를 그려 이 메시지를 전하는 화자로 내세운 것이다. 이제라도 학교에서 색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 유색 인종, 백색 인종에 대한 잘못된 정보도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색을 지녔고, 모든 색을 사랑해야 한다.

 

Keyword

Credit

  • 사진 장엽
  • 에디터 김영재
  • 디자인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