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rench Education 80년대 후반, 레자(Lezza; 레즈비언을 뜻하는 속어)라는 말이 쓰이긴 했으나 다들 진짜 의미는 잘 몰랐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이전, 게이나 레즈비언이 실제로 존재하는 풍경조차 낯선 시대였기 때문이다. 엘튼 존이 아직 여성과 결혼한 상태였고, 보이 조지가 활동하긴 했으나 그들은 별나라에서 온 팝 스타였고, 레즈비언은 더욱 베일에 싸여 있었다. 당시 10대들이 섹스에 관한 정보를 얻는 건 주로 책을 통해서였다.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대표적. 내 경우엔 레드클리프 홀의 소설 <고독의 우물>과 에밀 졸라의 <나나>를 읽었지만 여전히 레즈비언의 섹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학교의 성교육 시간조차 과학 수업이나 다름없었고, 담당 선생님은 콘돔을 해부대 위에 펼쳐놓고 그 구조를 설명하느라 바빴다. 오렐리를 처음 만난 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찾은 프랑스 해변가에서였다. 난 남자친구도 있었고 이미 섹스를 경험한 적 있지만, 그녀를 본 순간 일어난 감정은 난생처음 겪는 혼란이었다. 블랙 비키니에 파란 점퍼를 걸친 오렐리는 완벽한 파리지엔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잘생긴 남자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이 설레는 감정이 여행지에서 만난 매력적인 커플에 대한 신선한 충격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해변가 마을에서 우린 자주 부딪쳤고, 이따금 가벼운 인사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립스틱만 바른 맨 얼굴에 맨발, 보헤미언스러운 실버 이어링을 한 그녀에게 시종일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그녀는 곧 영국으로 돌아갈 나를 파리로 초대했다. 오렐리의 집은 파리의 유명한 페르 라셰즈 묘지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착해 보니 거실에서 그녀의 어머니와 몇몇 친구들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치 소설 속 한 장면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위층에 있는 작은 방에 올라간 우리는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파리 풍경을 바라보았다(원래는 산책하다가 오스카 와일드의 묘를 둘러볼 생각이었지만 어쩐지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렐리는 띄엄띄엄 이어지던 말을 멈추고 고양이처럼 도발적인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불쑥 “나랑 같이 잘래?”라고 물었다. 아래층에는 달그락거리는 찻잔 소리와 함께 프랑스어로 빠른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내 대답을 알고 있었다. 오렐리는 마치 혼자 있는 것처럼 천천히 옷을 벗었고 침대에 누워 내게 손짓했다. ‘여자끼리 어떻게 섹스를 하지?’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은 이내 흥분 속에 사라졌다. 내 몸의 가장 정직한 반응을 알게 된, 낯설고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며칠간 오후마다 우리는 아래층에서 티타임이 열리는 가운데 작은 방에서 둘만의 탐색에 열중했다. 며칠 후 평소처럼 집을 찾았을 때, 오렐리의 어머니는 그녀가 이미 대학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실연의 감정과는 또 다른 멍한 느낌과 상실감. 그 이후 오렐리를 다신 볼 수 없었지만 그녀와의 정사는 내게 잊지 못할 환희와 아련함을 남겨줬다.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난 레즈비언은 아니고 남자랑 자는 게 더 좋다’는 것이지만, 오렐리를 향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파리의 오후, 그녀가 가르쳐준 레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인생에서 다시 경험하지 못할 순수한 로맨스이자 완벽한 섹스였으니 말이다. LS Hilton·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