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악의 호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이런 호텔, 나만 불쾌해? 진짜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한 ‘호텔 찌라시’::호텔, 부티크 호텔, 트렌드, 여행 친환경, 찌라시,엘르,elle.co.kr:: | 호텔,부티크 호텔,트렌드,여행 친환경,찌라시

호텔은 화장실이 반이다남자친구나 친구 등 누군가와 함께 호텔방을 쓰게 된다면, 화장실은 침대만큼 중요하다. 화장실의 기본 3요소는 청결, 독립성, 방음. 이 세 가지가 충족되지 않은 곳에선 아픈 배를 부여잡고 1층 로비 화장실을 전전하게 된다. (누구나 해봤을걸?) 변기에 앉으면 무릎이 문에 닿을 정도로 소박한 사이즈를 자랑하던 프랑스 칸의 A호텔, 문의 재단이 잘못된 건지 벽과 벽 사이를 차마 메우지 못하던 도쿄 B호텔…. 정말이지, 악몽 같은 호텔 화장실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역이었던 건 하늘 같은 선배와 함께 머물던 홍콩의 비즈니스 호텔 C다. C 호텔 화장실의 벽은, 놀랍게도, 도대체 왜, 아직까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유리였다. 침대와 화장실 사이에 놓여있는 건 아슬아슬한 반투명 유리 한 장뿐. 침대에 누워 있자면 바로 옆에서 샤워하는 꼴이라 우리는 서로의 실루엣을 애써 외면했고 배라도 아프면 한 사람은 나가야만 하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수 밖엔 없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갱스터 랩과 록을 즐겼다….) 화장실이 기본욕구와 관련된 곳임을 생각해볼 때 이건 인권의 문제다. 호텔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라! 하드웨어가 전부가 아니다룸에선 아름다운 오션뷰가 펼쳐지고 유명 건축가가 설계해 환상적인 조형미를 자랑하는 국내 D 호텔. 우리나라 최고의 음향시설을 자랑하는 그곳의 카페에선 무조건 1인 1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이미 방값이 1백만원에 가까운데 굳이? 이미 빙수 한 그릇이 4만원에 육박하는데, 아이스 커피라도 따로 시켜야 하나? 워낙 외진 곳에 있어 호텔 안에서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데 필수 패키지인 조식 역시 조금만 늦게 가면 원하는 메뉴가 동이 나기 일쑤. (사흘 묵었는데 두 번 그랬다.) 호텔을 완성하는 건 무엇보다 서비스다. 하드웨어는 애플인데 소프트웨어가 샤오미면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호텔도 유행을 타나요?너무 타서 문제다. 10여년 전 힙스터의 성지였던 국내 E 호텔의 경우를 보자. 당시엔 레드 & 화이트 & 라운드 인테리어(침대와 벽면, 욕조까지 모두 ‘깔맞춤’ 했을 뿐만 아니라 동그라미를 강조했더라.)가 가장 감각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보면 ‘러브 호텔’이 따로 없다.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뉴욕 F 호텔은 초지일관 고객의 편안함보다 지구의 건강만을 생각하는 곳이다. 샴푸에서 약초 냄새가 나는 것도 참겠고 면봉이나 화장솜 같은 일회용품 어메니티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알겠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니까 이틀에 한번 꼴로 침구를 갈아주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도 슬리퍼 하나 없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컨시어지에 문의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더 기가 친다. “양말을 신으세요.” 호텔은 클래식하거나 평범하거나, 둘 중 하나가 좋다!모든 트렌드 중 가장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감성은 갖은 부티크 호텔의 자랑인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룸. 일반 룸보다 값은 비싸고 예술적 영감 같은 건 받을 길이 없는 그 방, 예술가의 손길이 더해졌는데 왜 이렇게 촌스러운지 이해하기 어려운 그 방, 실험적 예술가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그 방에 있다 보면 절로 이런 생각이 든다. 음… 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