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업박물관 KIMCHUNGUP MUSEUM 제약회사 공장이 근대 건축계의 거장을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의외의 전개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건축가 김중업은 1959년 친분이 있는 유유산업 유특한 회장의 부탁으로 현재의 김중업관 건물을 설계한다. 1960년에 완공된 이 건물을 포함해 그가 설계한 4개 동과 주변 부지가 유유제약 공장으로 쓰인 것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공장이 이전하고 2007년, 부지를 매입한 안양 시가 4년간의 레너베이션 끝에 인근의 안양예술공원과 연계된 김중업박물관을 개관한 것이다. 옛 사무동은 김중업 선생의 아들로부터 기증받은 선생의 사진과 스케치, 일기 등을 정리해 김중업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보일러실이었던 어울마당에는 공연장과 세미나실이, 연구동이었던 문화누리관에는 기획전시실, 아트 숍, 레스토랑이 자리했다. 레너베이션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고려시대 안양사의 유물이 출토됐는데, 한동안 창고를 개조한 안양사지관에서 전시된 유물들은 리뉴얼이 끝나는 문화누리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공장이 운영되는 동안 부지에는 계속 잡다한 건물이 들어섰다. 안양 시와 레너베이션을 진행한 제이유건축의 박제유 소장은 역사적 가치와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물을 철거하면서 몇몇 기둥을 남겨 흔적을 보존했다. 김중업의 초기작 중 하나인 만큼 박물관에는 그의 초기 건축관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외관의 창문이 당대에 보기 드물 정도로 큰 것은 물론, 실내 복도에까지 크고 작은 창문이 뚫려 있는 것은 그런 특징 중 하나다. 문화누리관 외벽에는 조각 작품까지 설치돼 있으니, 공장치고는 시대를 앞서나간 셈이지만 미래를 예측한 건 아닐는지. add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 tel 031 687 0909브랑쿠시 BRANCUSI 빵 굽는 누나 김아리, 그릇을 만드는 동생 김현성은 함께 카페 겸 작업실을 만들기로 한 뒤부터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다. 나란히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남다른 취향과 안목을 지닌 그들은 모든 것이 정리되고 정비된 공간 대신 낡아도 잠재력 있는 공간을 고쳐 쓰고 싶었다. 6개월 만에 지금의 브랑쿠시 건물을 발견한 동네는 용문동. 100여 년 가까이 두부 공장과 음료 창고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쓰인 이곳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석 채를 제멋대로 확장한 탓에 반듯한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그 비효율적인 비뚤빼뚤함, 차갑고 음산하기까지 한 힘에 오히려 매료된 남매는 인테리어 업체 없이 레너베이션에 뛰어들었다. 엄청나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문과 창틀을 페인트칠하고, 바닥에 에폭시를 까는 것 모두 직접 몸을 움직였다. 붙박이 가구들은 알고 지내던 나무와 금속 전문가들과 함께 상의해 제작했다. 높낮이가 다른 바닥은 단상을 올려 맞췄고, 옛날 방식으로 칠한 벽은 덧칠하는 대신 마음에 드는 텍스처가 나올 때까지 긁어냈다. 답답한 시멘트 천장을 떼어내니 햇빛이 들었고, 야외의 작은 빈 공간에는 흙을 쌓아 꽃을 심었다. 브랑쿠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유리 천장은 골조를 최대한 살리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다. 전기와 수도를 설치하느라 애를 먹은 데다 냉난방은 여전히 해결할 부분이 남아 있음에도 남매는 당시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믿는다. 일정한 것이 싫다며 소품 하나하나 저마다 다른 것들을 섞어 넣는 그들에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재료는 없을 테니까. add 용산구 새창로104 tel 070 4466 9371갤러리2 중선농원 GALLERY2 JOONGSUN NONGWON 1979년에 지어진 중선농원은 이름처럼 원래 농장이었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명예특임교수의 부모가 제주에서 중선전기라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노후를 위해 마련한 농원을 그가 물려받은 것이다. 문정인 교수 부부는 부모의 땀과 숨결을 기억하기 위해 농원의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 한편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큰 창고는 전시공간인 ‘갤러리2’, 작은 창고는 카페 겸 라운지, 부속 건물은 ‘청신재’라는 이름의 라이브러리, 부모가 거주하던 공간은 게스트하우스 ‘태려장’으로 탈바꿈했다. 갤러리2에서는 얼마 전 두 번째 전시 <백남준 언플러그드>가 막을 내렸다. 어릴 적부터 미술에 대한 사랑과 성찰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던 문 교수의 아내 김재옥이 내린 과감한 결단은 갤러리를 비영리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 카페와 도서관은 성찰과 독서의 공간, 게스트하우스는 휴식 공간 그리고 갤러리2는 좋은 전시를 통해 제주와 외지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개인적인 바람 때문이다. 중선농원을 레너베이션하는 단초가 된 것은 그녀의 은사 김원 선생의 조언이다. 주변의 자연을 훼손하지 말라는 조언대로 그녀는 귤나무를 포함한 자연 환경을 그대로 남긴 채 지붕 골조와 건물의 원래 구조를 살렸다. 갤러리와 농원의 실질적인 운영은 2대째인 자녀들의 결정에 가장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낸 3대째 손녀딸의 친구이자 4년 전 제주도로 이주한 또 다른 부부가 맡고 있다. 3대가 살고 고치고 기억하는 농원이라니, 생명력이 솟는다. add 제주도 제주시 영평길269 tel 064 755 2112담빛예술창고 DAMBIT ARTS WAREHOUSE 담양읍에 있는 남송창고는 1970년 개인의 양곡을 보관하던 곳이었다. 국가 수매 제도 시절에는 임대 등의 소득을 올렸지만, 2004년 제도가 폐지된 이후로 줄곧 비워져 있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인 관방제림과 가깝다는 접근성을 높이 사 담양군이 매입한 뒤에도 허드레 창고로 쓰이던 곳을 되살린 것은 공예디자인진흥원의 도시재생사업이었다. 2014년 ‘폐산업시설을 예술공간으로’ 프로그램에 선정된 이곳은 1년에 걸친 레너베이션 끝에 2015년 9월 담빛예술창고로 개관했다.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사업총괄기획자 장현우 감독이 해외의 예술촌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담양 군민들의 힐링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최형식 담양군수의 의도에서 나왔다. 창고의 한 동은 갤러리동, 다른 한 동은 문예카페로 사용되고 있는데, 갤러리동에서는 연중 10회 이상의 기획전이, 카페에서는 국내 유일의 대나무 파이프오르간 합주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이전 창고 주인의 아호가 쓰인 글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외관을 둘러싼 곳에는 조각 공원이 조성됐다.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항온 항습 시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냉온방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덜한 반면, 쓸데없는 곳에 국비를 낭비한다는 시선이 따가웠던 것. 진행 과정에서는 기획총괄 전문가와 행정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았다. 어려운 길을 지나 담빛예술창고가 오픈한 지는 이제 1년 반. 레너베이션 이전에는 아무도 찾지 않던 ‘죽은’ 공간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월 1만 명의 방문자들을 맞이하느라 매일이 분주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add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객사7길 75 tel 061 381 6444F1963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에 자리한 수영공장은 ‘키스와이어(Kiswire)’의 전신이자 1945년 부산에서 창립된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 로프를 제작하던 시설이다. 공장 주변이 주택 단지로 변하면서 설비를 이전했지만, 임원들은 반 세기 동안 키스와이어의 모태를 마련해 준 공장의 의미 있는 활용을 고민하게 된다. 그 새로운 쓰임새가 정해진 것은 2014년. 마땅한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던 부산비엔날레와 당시 윤재갑 전시감독의 제안으로 공장은 2014 부산비엔날레의 특별전시관으로 쓰인다. 본격적인 전시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은 2016 부산비엔날레부터. 조병수 건축가는 ‘재생 건축은 옛것을 활용하되 옛것에 머물지 않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레너베이션에 착수한다. 넓은 공장의 중간 부분을 잘라내 환기와 채광이 가능한 중정을 만들었고, 진입부에는 기존 벽체를 없애고 유리와 파란색 메탈 소재를 설치했다. 벽과 기둥은 가능하면 보존했다. 공장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바닥은 식물과 조경석이 어우러지는 디딤돌이 됐고,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 트러스는 휴식을 위한 벤치로 변신했다. 공장 주변에 대나무를 심고 정원을 조성하자 쉴 곳이 부족하던 망미동에 도심 속의 숲이자 친환경적인 스폿이 생겨났다. 체코 맥주 브루어리 겸 펍 프라하993과 카페 테라로사도 입점했는데, 특히 테라로사에서는 기존 공장의 철판으로 제작한 테이블과 커피 바와 함께 예전의 발전기, 와이어를 감던 보빈까지 볼 수 있다. add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tel 051 760 1812버드나무 브루어리 BUDNAMU BREWERY 1926년 시작된 강릉합동양조장은 1974년 서울 홍제동으로 이전해 강릉탁주 양조장이 됐지만, 막걸리 수요가 줄어들면서 90년 만에 폐업하고 만다. 2014년 12월, 버드나무 브루어리 창립 멤버들이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어진 폐허에 브루어리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전적으로 막걸리 공장으로서의 역사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해모수가 유화(버들꽃)를 술로 꾀어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낳았다는 건국신화, 목마른 이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바가지를 건넸다는 설화에서 가져왔다. 단지 공간이 아닌 90년 강릉 술의 역사를 계승하고 싶었던 이들은 현재 솔잎과 쌀, 국화 등 전통주에 쓰이던 재료를 활용해 파인시티 세종, 미노리세션, 즈므블랑 등 ‘한국적 맥주’를 제조하고 있다. 맥주 제조 설비는 최신식이지만 한국식과 일본식을 절충한 목조 건물의 구조, 쌀을 찌고 난 후 증기를 빼내기 위한 굴뚝 형태의 지붕, 1974년 용기가 검정된 막걸리 발효조 등은 그대로 남겼다. 지붕과 천장의 형태는 유지하되 냉난방 시설과 보조장치를 달아 보수했다. 레너베이션의 화두는 ‘잘 덜어내는 것’. 막걸리 공장 시절의 실험 도구들이 인부들의 부주의로 손실된 것을 안타까워할 정도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이곳에서 생산된 연간 약 15만 리터의 맥주를 서울 경기권 50여 군데의 펍에 납품하고 있다. 비정기적인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테마에 맞는 공연과 전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켓과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조만간 버드나무만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오픈한다. add 강원도 강릉시 경강로1961 tel 033 920 93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