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하고 착용하고 확산시키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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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하고 착용하고 확산시키자. Sady Doyle(<In These Times> 컨트리뷰터)페미니스트가 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급진주의적 페미니스트인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의 책을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항의하고 적극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유연한 방법으로 ‘페미니스트 같지 않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이민자이든지, 소수자이든지 나는 당신을 차별하거나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즐겨 입는 옷에 나타내는 식으로 말이다. 트럼프의 인종 차별적인 발언에 대항하며 시작된 사회적 운동인 ‘#safetypin’의 일환으로 안전핀에 메시지를 달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하게 전달된다. 물론 안전핀을 옷에 꽂는다고, ‘액티비스트(영국 브랜드 일라마스쿠아 제품)’ 립스틱을 바른다고, 여성을 응원하는 ‘Ladies First Since 1916’ 캠페인을 앞세운 케즈 스니커즈를 신는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움직여라. 흔적을 남겨라(Make your Move. Leave Your Mark)’는 슬로건을 내세운 케즈의 펨버타이징(페미니즘과 광고의 합성어로 성 평등이 주제인 광고)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트렌드로 여성운동이 영향력을 갖게 됐음을 방증하고 있다. 지금도 페미니스트들은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패션이나 팝 뮤직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페미니즘이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여성을 위한 단체나 기구 창설 컨설턴트인 수전 마컴(Susan Markham)은 여성 정치단체 에밀리 리스트(Emily’s List)나 여성 음악인들이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는 릴리스 페어(Lilith Fair) 등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예전에는 일상에서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논의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했어요.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페미니즘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너무 진지해 보이고 부담스러웠으니까요. 마치 드센 소수자라는 인식을 남겼죠. 하지만 지금은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 반응이 줄어들고 있고 인식도 달라졌어요. 유행하는 아이템을 통해서 얼마든지 여성의 결속과 연대를 다질 수 있죠. 여성 인권과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행진을 상징하는 핑크 모자를 쓸 수도 있고, 그저 작은 옷핀 하나를 장식해도 상관없어요.” 마컴은 덧붙였다. “굳이 거창한 형태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일상에서 여성의 권리를 드러낼 수 있는 틈새를 공략할 수 있다는 거죠.”정치적 움직임은 대대적인 형태가 아니라도 소소한 일상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친구나 가족들의 이야기에 자극받아 투표를 하거나 페미니즘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미래는 여성이다(The Future Is Femal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는 행동이 페미니즘 활동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여성의 권익을 정당화하고 확산시키는 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급진적이고 대대적인 운동만이 페미니즘적인 건 아니니까. 2014년 뉴욕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살해된 흑인 에릭 가너(Eric Garner)가 마지막으로 남긴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글귀를 적은 티셔츠를 입고 그의 죽음에 항의하는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나, 레즈비언 코드가 담긴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Orange is the new black>에서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은 실제 트랜스젠더 레버른 콕스(Laverne Cox)가 트랜스젠더 여성 최초로 <타임> 커버를 장식한 것도 페미니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여성 인권을 위해 힘쓰고 있는 비욘세의 ‘The Mrs. Carter Show World Tour’가 지닌 힘을 상상해 보자. 그녀는 그 자리에 온 200만 관중들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페미니즘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페미니스트의 68%가 50~64세였던 것에 비해, 지금은 18~34세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바야흐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이다. 젊은 페미니스트는 뉴욕 디자이너 조너선 심카이(Jonathan Simkhai)의 95달러짜리 ‘페미니스트 AF(Feminist AF)’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페미니즘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수익금 전액은 가족계획재단에 전달된다).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팬인 한 여성은 열두 살 난 딸에게 ‘페미니즘은 엄마가 되는 것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러주었다. 애니 레녹스(Anni Lennox)가 여성 인권을 위해 설립한 더 서클(The Circle)에 수익금 일부를 환원하는 미쏘니의 푸시 컬러 해트나 여성 리더십 기관 NGO를 후원하는 록시땅의 6달러짜리 솔리데리티 밤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다. 여기서 나아가 여성의 권익을 이끄는 NGO에 직접 가입할 수도 있다. 나는 열성적인 페미니즘 행동주의자가 아닐지라도, 다양한 활동들이 모여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첫걸음이 적극적인 동참이 아닐지라도, 페미니즘 티셔츠를 구입하는 것 자체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