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연립은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집인 만큼 구조가 굉장히 특이하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영 납득이 되지 않는 구조다. 20평이 채 되지 않는 집에 방이 세 개나 있고, 베란다와 다용도실이 앞뒤를 다 차지하고 있다. 부엌 옆에 딸린 방은 정말 얼마나 작은 지 키가 179cm인 남편은 대각선으로 누워야 겨우 두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지어질 당시만 해도 옥인연립은 꽤 고급 주거지였을 것이다. 작은 집이지만 서울살이를 꿈꾸며 올라온 먼 친척이나 집안일을 도와줄 객식구를 위한 방이 필요했으리라. 3평짜리 방, 2.5평짜리 방, 그리고 1.2평짜리 방. 고만고만한 크기의 방 중 무엇을, 그리고 몇 개를 살릴 지가 관건이었다. 실제로 개조한 옥인연립 집 중에는 기존대로 방 세 개를 고스란히 살린 집부터 방을 하나만 남긴 집까지 구조가 매우 다양하다.실측 평면도. 작은 평수에 방이 세 개나 있다.그전에 살던 집은 방이 하나인 구조였는데, 그 방마저도 ‘옷 부자’인 남편 때문에 옷에게 양보해야 했다. 긴 책장을 제작하여 길다랗게 뻥 뚫린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도록 놓아 주방 겸 작업 공간과 거실 겸 침실 공간을 임의로 구분 지었다. 그 생활은 편하지만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집에 잔 업무라도 가져오면 다른 한 명은 ‘다다다다’ 분노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어야 했으며, 싸우기라도 하는 날에는 한 사람이 집밖에 나가지 않는 이상 계속 서로의 채취를 맡아야 했다. 이런 생활을 4년 가까이 하다 보니, 옷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방 하나가 생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최근에 개조한 옥인연립 몇몇 집들을 둘러본 후 안방과 거실, 앞 베란다를 한 덩어리로 트고, 부엌과 부엌방 그리고 한쪽 다용도실을 또 다른 덩어리로 트는 동시에 나머지 2.5평짜리 방과 화장실을 남겨놓기로 했다. 웬만큼 큰 틀이 그려졌다. 지금처럼 거실을 긴 책장으로 나눠 휴식 공간과 작업 공간으로 구분 짓고, 부엌을 키워 결혼하며 책장과 함께 제작한 8인용 테이블을 넣을 생각이었다. 소장님도 우리 의견에 공감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대로 개조하려면 벽 6개를 제거해야 했다. 과연 안전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안전팀과 철거를 진행한 첫날, 우려와 걱정대로 소장님의 급한 호출을 받았다.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 것. 그 문제는 바로 거실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베란다와 안방, 거실을 구획 짓는 벽의 일부가 힘 받는 기둥이어서 철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가로 35cm, 세로 50cm짜리 기둥의 등장으로, 거실을 이등분하는 장치 역할을 하는 책장의 위치가 애매해지는 등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왼쪽) 거실 철거 후, 골칫거리 기둥의 등장.오른쪽) 기둥 발견 후 긴급 소집한 상황.원래 계획은 이랬다. 1. 현관 쪽 거실 벽에 텔레비전을 건다. 2. 거실의 2/3 지점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2인용 리클라이너 쇼파를 텔레비전과 마주보도록 놓는다. 3. 그 바로 뒤에 책장을 둔다. 4. 그 책장 너머 1/3 공간의 벽에 책상을 길게 설치하여 좁고 긴 작업 공간을 만든다. 그런데 딱 쇼파가 있어야 할 자리를 기둥이 떡하니 차지하게 된 노릇이었다. 소장님과 우리 부부는 마주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소파를 옮겼다, 텔레비전을 옮겼다, 책장을 옮겼다 했고, 눈앞의 평면도는 낙서 투성이가 됐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평면도만큼 우리 머릿속도 미궁에 빠졌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텔레비전과 소파의 위치를 바꾸는 거였다. 하지만 책장 앞 거실의 한가운데에 멋없는 텔레비전을 둘 수는 없었다. 나는 남편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셰리프 TV를 받아들일 수밖에, 도무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텔레비전 중 셰리프 TV가 가장 가구에 가깝게 생겨 거실 한복판 책장 앞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흉측한 콘크리트 기둥은 색을 입혀 전체 인테리어의 포인트로 신분을 상승키로 했다. 계륵이 과연 반전 카드가 될까. 이전편 보러가기 >  다음편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