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테슬라를 타봤다

테슬라를 탄다는 건, 고성능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 너머에 있는 판타지의 실현이다

BYELLE2017.05.24


수년간 <엘르>에 자동차 기사를 쓰면서 시승하러 간다는 말에 ‘운전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인 경우는 테슬라가 처음이다. 정확히는 한국에 판매 중인 모델 S 90D를 시승한 것이 맞으나 주변 사람들은 ‘테슬라를 탄다는 사실’에 반응했다. 테슬라가 과연 어떤 차인가보다 테슬라는 어떻게 타고 싶은 차가 되었나를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는 게 맞겠다. 기대를 가득 채우고 테슬라 청담 전시장으로 갔다. 자동차 모양의 키를 넘겨받고 S 90D 앞에 섰다. 매끈한 옆면에서 문 손잡이가 스르륵 튀어나온다. SF적 상상력의 시작점. 차에 오르면 전자적인 기기나 장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시보드가 보인다. 버튼이든 다이얼이든, 하여간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거라곤 센터페시아에 태블릿 PC 사이즈의 대형 모니터와 스크린 형태의 계기반뿐. 그간 많은 차들이 심플함을 목표로 꾸준히 바꿔온 디자인들이 무색할 지경이다. 시동을 ‘건다’는 표현을 좌절시키듯 시동 버튼도 따로 없다. 브레이크를 밟은 채 기어를 드라이브로 전환하면 그대로 출발이다. 자동차라기보다 전자기기를 부팅하고 실행하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차에서 조작하는 거의 모든 것은 애플리케이션을 열 듯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메뉴를 열어 컨트롤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과 음악, 에어컨과 히터 등 기본 기능은 물론이고 차량의 현재 상태를 체크할 수도, 차체 자체를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자신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차가 달리는 동안 계기반은 내가 운전하는 차가 차선의 왼쪽 혹은 오른쪽에 치우쳤는지까지 추적해 보여줘 게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이 속에 앉아 있으니 차창 밖 서울 풍경까지 묘하게 달라 보였다. 테슬라의 놀라운 강점 중 하나인 오토 파일럿 기능이 한국에서도 가능한가는 테슬라가 정식으로 운행되기 전부터 화두였다.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등 안전을 위한 각종 주행보조 기능도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 파일럿은 현재 국내 도로교통법 등과의 조율이 필요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기능 자체는 옵션의 일부로 차량에 탑재돼 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개념으로 추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토 파일럿이 가능한 다른 나라에서처럼 멀리 세워둔 차가 스스로 내가 있는 곳까지 주행해서 오거나,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주차하는 상황은 이미 다가온 미래다. 아다시피 이 차는 완전한 전기차다. 엔진? 없다. 기존 가솔린 또는 디젤 차량의 엔진이 있던 자리엔 배터리가 있을까? 보닛을 열면 뒤 트렁크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다. 배터리가 차량의 중앙, 좌석 바닥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차량은 어느 쪽으로도 무게가 쏠리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안정감을 얻었다. 기술적인 진보 외에도 테슬라는 창업자 앨런 머스크는 물론이고 테슬라 유저들이 대부분 공유하고 있는, 너드 혹은 오타쿠적 장난 또한 차 곳곳에 심어두었다. 공식 자료나 차량 소개서 등에 적혀 있지 않은 귀여운 기능은 타는 사람들에게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테슬라의 시승 동행 매니저가 모니터에 007이라는 암호(?)를 입력하니 디스플레이되던 차량의 형태가 갑자기 잠수함으로 바뀌는 것을 보여줬다. “도대체 이런 짓을 왜 하는 거죠?”라는 물음에 “재밌으니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세상은 언제나 진지하게 목표만 좇는 이들보단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상력의 힘을 믿는 이들에 의해 바뀌어왔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주유 못지않게 편리한 충전이 가능하도록 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 혹은 스포츠카에 준하는 주행성능을 가졌음을 증명하듯 제로 백이 4.4초, 최고시속이 250km/h라는 것 등이 1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모델 S 90D를 설명하는 데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테슬라 이전에 전기차는 답답한 차, 부족한 차, 관리가 귀찮은 차, 아직 갈 길이 먼 차, 아무튼 그냥 좋은 소리 못 듣는 차였다. 그러나 테슬라에게는 모두 통하지 않는 얘기다. 애초부터 엔진을 장착한 차부터 시작하지 않은 브랜드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자동차 브랜드로 한정하지 않는 브랜드다. 그들이 보는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인 모양이다. 이 세상에 놀라운 기술들을 모두 담아서 인간의 삶을 바꿔버리는 기계. 그 기계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단지 전기인 회사. 그리고 그 기계가 마침 자동차였다는 게 테슬라가 그리는 큰 그림이 아닐는지. 그러니 테슬라는 비싼 전기차가 아니라, 앞으로 또 무엇으로 변신할지 모르는 아이언맨 수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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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이경은
  • photo tesla(080-822-0291)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