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런 인테리어가!

믿기 어렵겠지만 이곳은 광화문 한복판 아파트다. 낡고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이 모던한 제품보다 훨씬 시크하게 어우러진 송수진 대표의 집.

BYELLE2017.07.01

서울 안에서도 도심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아파트. 어쩐지 도시 특유의 삭막함이 드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집의 문이 열리자 반전 종소리가 메아리친다. 사선으로 배치한 긴 테이블이 전면의 거실을 두 편으로 분할하고, 부엌과 두 번째 거실이 양쪽으로 트인 공간 전체에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드리워져 있다. 눈을 씻고 봐도 이 집에는 공장에서 제작한 가구는커녕 작은 테이블 램프조차 없다. “사실 저도 모던한 가구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너무 비싸잖아요(웃음). 잘 모를 때는 앤티크 하면 귀신 나올 것 같고, 사나운 꿈을 꿀 것 같았는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공부하고 점점 알아가면 또 재미가 상당하죠.”  


그러나 이 집을 앤티크 컬렉터의 공간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구 때문이 아니라 구조와 배치 때문에 서양식 집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 동부 가정 집 같은, 미국 TV 시리즈에 등장할 것 같은 집이라고 할까? “자세히 보면 그리 많이 고치지 않았어요. 창문이나 문 등 보통 많이 고치는 부분도 손대지 않았고요. 보통의 아파트와 다른 공사를 요청했더니 무조건 ‘안 된다’ ‘비용이 많이 든다’ 같은 대답만 하길래 지치기도 했죠. 달라 보이는 건 기본 레이아웃과 몇 가지 법칙 때문이에요. 벽지 대신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배치할 때 사이즈를 고려해 사선으로 놓거나 코너에 붙이는 대신 코너에 각도를 틀어 놓는 식으로요.” 실제로 가구들을 벽에 붙여 놓는 일반 가정 집과 비교했을 때 책상 방향을 벽으로 하고 의자를 놓는 대신 테이블을 앞에 놓고 벽 쪽에 의자가 있거나 큰 가구가 가운데 놓이고, 양 옆으로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구상하거나 완전한 직선형 가구 대신 가장자리에 디테일이 많아 벽에서 떨어뜨려 놓는 경우가 많다. 입식을 기본으로 하기에 의자가 많고 의자 그 자체가 인테리어 요소로 작용하도록 곳곳에 활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옷도 그렇듯 뭘 선택할 때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을 또 고르잖아요? 저 역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항상 고르고 보면 의자더라고요.” 소파부터 체어까지 다양한 의자들이 장식적인 요소인 동시에 모든 공간을 앉아서 쉴 만한 곳으로 연출해 안락한 기운이 감도는 걸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집주인이자 주로 외국계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 대표 송수진 씨의 배경(?)이 궁금했다. “외국에 오래 살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클 때까진 저 역시 정신 없이 살았죠.


또 이사 갈 때마다 조금씩 시도해 보던 것들을 이번 집에서는 모두 구현해 본 것뿐이에요. 서양식이냐 한국식이냐를 떠나 제가 편하고 좋은 대로 꾸몄어요. 캐나다 유튜브 채널 <하우스?&?홈>을 즐겨보고, 외국 인테리어 잡지도 꾸준히 읽으면서 다른 방식의 실용을 생각했어요.” 그녀가 이 집에 적용한 법칙 중 하나는 수납과 정리다. “방을 스토리지 개념으로 쓰는 순간 그 공간은 죽어요. 공간마다 원래의 기능을 부여하는 게 중요해요. 침실은 자는 방이니 옷이나 책을 쌓아두지 않는 거죠. 작더라도 수납 창고 같은 게 있으면 좋고요, 가구는 무조건 서랍이 있는 형태를 1순위로 하고요. 그래도 해결할 수 없는 잡동사니들은…. 안 쓰면 버려야 해요(웃음). 집착이 없어야 꾸미기가 가능해요.” 테이블 위에 먹지도 않는 약봉지와 고지서들 대신 케이크 트레이가 있고, 부엌 싱크 상부장에 켜켜이 쌓아두고 그릇을 꺼내지 않는 대신 거실 복판 그릇장에 내놓아 언제든 쓸 수 있게 배치하고, 청소기나 밥솥처럼 제멋대로 생긴 생활가전들은 모두 공간 귀퉁이가 아닌 특정 공간에 넣어둔 것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욕심을 내야 이런 집을 완성할 거란 내 예상도 완전히 틀렸다. “욕심을 버려야 해요. 전에 살던 집엔 플로어 램프를 여기저기 두었는데 넓지 않은 집에서 너무 정신없어 보였어요. 또 좋아하는 컨템퍼러리 작가의 작품도 입구에 걸어봤는데, 이 집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서 뗐어요. 심플한 몇 가지만 따르되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마음은 버리게 된 거죠.” 낡고 오래된 물건부터 버리려 하고, 두서없이 새것으로 바꾸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이 집에 몇 시간쯤 머무르고 나서 알았다. ‘섀비 시크’란 말 그대로 100년 된 가구의 칠이 벗겨진 나뭇결이 진짜 시크해 보인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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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맹민화
  • EDITOR 이경은
  • ART DESIGNER 조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