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런 인테리어가!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믿기 어렵겠지만 이곳은 광화문 한복판 아파트다. 낡고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이 모던한 제품보다 훨씬 시크하게 어우러진 송수진 대표의 집.::인테리어,아파트인테리어,빈티지,송수진,elle,엘르,elle.co.kr,엘르데코:: | 인테리어,아파트인테리어,빈티지,송수진,elle

서울 안에서도 도심 한복판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아파트. 어쩐지 도시 특유의 삭막함이 드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집의 문이 열리자 반전 종소리가 메아리친다. 사선으로 배치한 긴 테이블이 전면의 거실을 두 편으로 분할하고, 부엌과 두 번째 거실이 양쪽으로 트인 공간 전체에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드리워져 있다. 눈을 씻고 봐도 이 집에는 공장에서 제작한 가구는커녕 작은 테이블 램프조차 없다. “사실 저도 모던한 가구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너무 비싸잖아요(웃음). 잘 모를 때는 앤티크 하면 귀신 나올 것 같고, 사나운 꿈을 꿀 것 같았는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공부하고 점점 알아가면 또 재미가 상당하죠.”  그러나 이 집을 앤티크 컬렉터의 공간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구 때문이 아니라 구조와 배치 때문에 서양식 집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 동부 가정 집 같은, 미국 TV 시리즈에 등장할 것 같은 집이라고 할까? “자세히 보면 그리 많이 고치지 않았어요. 창문이나 문 등 보통 많이 고치는 부분도 손대지 않았고요. 보통의 아파트와 다른 공사를 요청했더니 무조건 ‘안 된다’ ‘비용이 많이 든다’ 같은 대답만 하길래 지치기도 했죠. 달라 보이는 건 기본 레이아웃과 몇 가지 법칙 때문이에요. 벽지 대신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배치할 때 사이즈를 고려해 사선으로 놓거나 코너에 붙이는 대신 코너에 각도를 틀어 놓는 식으로요.” 실제로 가구들을 벽에 붙여 놓는 일반 가정 집과 비교했을 때 책상 방향을 벽으로 하고 의자를 놓는 대신 테이블을 앞에 놓고 벽 쪽에 의자가 있거나 큰 가구가 가운데 놓이고, 양 옆으로 다닐 수 있도록 동선을 구상하거나 완전한 직선형 가구 대신 가장자리에 디테일이 많아 벽에서 떨어뜨려 놓는 경우가 많다. 입식을 기본으로 하기에 의자가 많고 의자 그 자체가 인테리어 요소로 작용하도록 곳곳에 활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옷도 그렇듯 뭘 선택할 때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스타일을 또 고르잖아요? 저 역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항상 고르고 보면 의자더라고요.” 소파부터 체어까지 다양한 의자들이 장식적인 요소인 동시에 모든 공간을 앉아서 쉴 만한 곳으로 연출해 안락한 기운이 감도는 걸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집주인이자 주로 외국계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둔 홍보대행사 대표 송수진 씨의 배경(?)이 궁금했다. “외국에 오래 살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아이들이 클 때까진 저 역시 정신 없이 살았죠.또 이사 갈 때마다 조금씩 시도해 보던 것들을 이번 집에서는 모두 구현해 본 것뿐이에요. 서양식이냐 한국식이냐를 떠나 제가 편하고 좋은 대로 꾸몄어요. 캐나다 유튜브 채널 <하우스?&?홈>을 즐겨보고, 외국 인테리어 잡지도 꾸준히 읽으면서 다른 방식의 실용을 생각했어요.” 그녀가 이 집에 적용한 법칙 중 하나는 수납과 정리다. “방을 스토리지 개념으로 쓰는 순간 그 공간은 죽어요. 공간마다 원래의 기능을 부여하는 게 중요해요. 침실은 자는 방이니 옷이나 책을 쌓아두지 않는 거죠. 작더라도 수납 창고 같은 게 있으면 좋고요, 가구는 무조건 서랍이 있는 형태를 1순위로 하고요. 그래도 해결할 수 없는 잡동사니들은…. 안 쓰면 버려야 해요(웃음). 집착이 없어야 꾸미기가 가능해요.” 테이블 위에 먹지도 않는 약봉지와 고지서들 대신 케이크 트레이가 있고, 부엌 싱크 상부장에 켜켜이 쌓아두고 그릇을 꺼내지 않는 대신 거실 복판 그릇장에 내놓아 언제든 쓸 수 있게 배치하고, 청소기나 밥솥처럼 제멋대로 생긴 생활가전들은 모두 공간 귀퉁이가 아닌 특정 공간에 넣어둔 것들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욕심을 내야 이런 집을 완성할 거란 내 예상도 완전히 틀렸다. “욕심을 버려야 해요. 전에 살던 집엔 플로어 램프를 여기저기 두었는데 넓지 않은 집에서 너무 정신없어 보였어요. 또 좋아하는 컨템퍼러리 작가의 작품도 입구에 걸어봤는데, 이 집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서 뗐어요. 심플한 몇 가지만 따르되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마음은 버리게 된 거죠.” 낡고 오래된 물건부터 버리려 하고, 두서없이 새것으로 바꾸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걸 이 집에 몇 시간쯤 머무르고 나서 알았다. ‘섀비 시크’란 말 그대로 100년 된 가구의 칠이 벗겨진 나뭇결이 진짜 시크해 보인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