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주인의 위대한 빈티지 가구 컬렉션으로 채워진 거실. 소파와 커피 테이블은 지안프랑코 프라티니(Gianfranco Frattini)가 디자인했고, 알비니와 헬그가 디자인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아래) 메이 핸즈의 작품, 브루노 감보네와 판토니의 화병 앞에 선 주인.20세기 컨템퍼러리 아트는 그 전 세대에 설계의 역사를 만들어온 걸작들과 지금 시대를 잇는 지속적인 관계 놀이를 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는 카를로 프라다(Carlo Prada)의 집에서 말이다. 저널리스트인 동시에 열정적인 컬렉터는 밀란을 샅샅이 뒤져 포르타 비토리아(Porta Vittoria) 지역에서 마침내 이상적인 집을 찾아내 최근 이사했다. “전형적인 밀란풍의 집을 원했는데 신축 건물에는 내가 갖고 있는 컬렉션을 세팅할 수 없었다. 30년대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 집을 찾게 된 건 대단한 행운이다. 이 집은 회색빛 석조의 준엄한 파사드와 뒤편의 아름다운 테라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30년대 스타일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 아파트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긴다. 중앙에 복도가 있고, 치장 벽토 천장을 갖춘 리셉션 공간과 예스런 느낌의 쪽모이 세공 마루는 물론 뒤뜰도 갖춘 덕이다.다이닝 룸 테이블은 Herman Miller. 카를로 데 카를리(Carlo de Carli)가 디자인한 의자는 Cassina.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세라믹은 감보네 판토니(Gambone Fantoni)가 디자인한 작품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샹들리에는 가에타노 스콜라리(Gaetano Sciolari) 디자인의 빈티지 제품, Stilnovo. 왼쪽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은 매이 핸즈(May Hands) 작품. 오른쪽 벽의 작품들은 GL 브리얼리(GL Brierley), 마르셀 드자마(Marcel Dzama), 비토리오 브로드만(Vittorio Brodmann)이 만들었다.“본래 지어진 모습은 물론이고 60년대 분위기로 리모델링한 부분에 반했다. 이 집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방과 복도 등을 몇 번이나 뜯어고쳤을 텐데 유리문이나 일부 인테리어는 그대로 보존됐다.” 새 주인이 된 프라다는 인테리어에 능한 건축가 한네스 피어(Hannes Peer)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기기로 했다. 피어는 알레산드로 델라쿠아(Alessandro Dell’Acqua)의 브랜드인 아이스버그와 N°21의 숍에서 보여졌듯 균형을 잘 맞추는 실력으로 유명하다. 건축적 변형이나 복원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그가 적임자였다.(위) 알맞게 구성돼 있는 만찬용 키친 베란다의 두 가지 풍경. 왼쪽에는 마르코 자누소(Marco Zanuso)가 디자인한 빈티지 소파와 60년대풍의 책상이 놓여 있다. 벽에 걸려 있는 것은 폴 코완(Paul Cowan)의 작품.  (아레) 테이블 옆에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한 의자가 놓여 있다. 뒤쪽에 있는 주방 가구는 Understate. 램프는 마시모 비넬리(Massimo Vignelli)가 디자인한 것으로 Venini. 접시들은 카를로 자울리(Carlo Zauli)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가 디자인했다.“우리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이 집의 캐릭터를 강조하고 싶었다. 이미 존재하는 벽들도 시각적으로 공간을 연결하고 싶었다. 부엌은 베란다로 바꿨고 집의 많은 부분을 오픈형으로 제작한 이유다.” 벽은 그레이, 바닥은 블루 톤을 칠한 것은 프라다의 디자인 오브제와 가구, 중요한 예술 작품 컬렉션을 세팅하는 데 최적의 조합이었다. 새로 공사한 부분은 ‘지오 폰티 블루’ 컬러의 합성수지로 마감했고, 그 위에 새로운 레이아웃을 강조할 수 있도록 선반이나 장식장을 고심 끝에 배치했다.블루 톤의 합성수지 바닥과 어우러지는 화이트 세라믹 세면대는 지오 폰티가 디자인한 빈티지 제품, Ideal Standard. 벽 램프 사이에서 사물을 비추고 있는 70년대풍의 거울.젊고 자유분방한 그가 어떻게 컬렉션을 위해 집까지 옮기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했다. “밀란에 있는 갤러리 데코 XX° 세콜로(Deco XX° Secolo)에서 샤런 골드레이크(Sharon Goldreich)에 대해 가르쳐준 친구 덕분에 10년 전부터 컬렉팅을 시작했다. 나는 알비니(Albini), 카치아 도미니오니(Caccia Dominioni), 자누소, BBPR, 폰티, 소트사스처럼 디자인 역사를 만들어온 거장의 작품을 찾아내는 게 좋다. 항상 관심사를 바꿔나간다고 해도 예술은 마지막에 남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소모적인 물건들에 시달리면서도 시각적 기쁨을 포기할 수 없는 이라면 매우 동의할 만한 컬렉션 기준이다.60년대풍의 서랍장으로 꾸민 복도가 한눈에 보인다. 장식장 위에 올려진 이리스 토리아토(Iris Touliatou)의 작품 옆에 갑비아넬리(Gabbianelli)가 디자인한 꽃병이 놓여 있다. 벽에 걸려 있는 것은 어번 젤웨거(Urban Zellweger)의 작품.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젖어들기보다 매료된 순간이 확실했기에 그는 단시간에 가장 최신이자 최고의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을 완성했다. 많은 작가 중에도 특히 크리스티안 로사(Christian Rosa), 매이 핸즈, 마르셀 드자마, 폴 코완, 조나단 몽크 등의 작품을 모았다. “작품들은 편안하게 어우러져야 한다. 완전한 공간의 조화 속에 살기 위해서, 언제나 다양한 내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끔 위치를 바꿔가면서 예술 작품과 가구들을 갖고 노는 게 즐겁다. 제품 하나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모든 것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분위기와 새로운 욕구에 따라 달라지는, 변덕스러우면서도 합리적인 방식이다. 이 화보가 세상에 나올 즈음엔 아마도 또 모든 것의 위치가 달라진 집에 살고 있을 프라다는 시대가 바뀌어도 늙지 않는 컨템퍼러리의 속성을 가장 잘 지켜내는 파수꾼이 아닐까.(위) 본래 집에 있던 바닥재와 어울리도록 나무 소재 가구로 꾸민 검소한 방. 침대 옆에는 프랑크 알비니(Franco Albini)가 디자인한 사이드 테이블, Poggi. 메탈 소재 조명은 쥬세페 오스투니(Giuseppe Ostuni)의 디자인. 천장에 매달려 있는 램프는 알비니와 프랑카 헬그(Franca Helg)가 공동 작업한 것이다. 벽에 걸려 있는 것은 왼쪽부터 각각 마티스 개서(Mathis Gasser)와 조나단 몽크(Jonathan Monk)의 작품. (아래) 키친 베란다와 연결돼 있는 테라스로, 대나무로 만든 빈티지 가구들이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