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스와인은 일본인 건축가 아즈사 무라카미(Azusa Murakami)와 영국인 아티스트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 커플이 이끄는 스튜디오로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순수예술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듀오의 이름인 ‘스와인’이 ‘골칫덩어리’를 뜻하는 부정적인 단어인 줄 알았더니 ‘Super Wide Interdisciplinary New Explorers(매우 분야가 넓고 여러 분야가 결합된 새로운 탐험가)’의 앞 글자를 딴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그들의 작업 스펙트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그들의 초기 작업들이 이미 예술과 기술이 새롭게 결합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4월에 열리는 밀란 디자인 위크 때마다 패션 브랜드 COS가 선보이는 설치미술 작업의 협업 아티스트로 꼽히면서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런던 빅토리아 파크 근처에 있는 그들의 스튜디오에 <엘르 데코> 코리아가 찾아간 날은 런던에 봄이 왔음을 처음으로 체감할 수 있는 날씨였다. 전형적인 런던 교외풍의 빨간 벽돌 건물 2층에 있는 스튜디오는 삶과 작업을 겸하는 곳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른 아침에 만난 것치고는 에너지가 넘치는 듀오가 말한다. “저희는 매일 6시에 일어나 운동하는 습관이 있어서 아침 미팅이 아무렇지 않아요.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출장을 다니니까 자주 감기에 걸리고 건강을 잃어서 매일 운동하기로 했어요.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요.” 예술가라 해서 낮과 밤이 뒤바뀌어 있을 거란 생각이 틀렸듯이, 그들이 만드는 것이 거대한 설치미술 작업이라고 해서 작업실도 크고 정신없으리라 예상한 것도 틀리고 말았다. 1900년대에 지어진 빅토리언 양식의 건물은 방마다 벽난로가 설치돼 있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쓰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역사와 함께 사는 대가죠(웃음). 이곳을 선택한 건 1년에도 몇 번씩 현지에서 작업하는데, 굳이 런던에 거대한 공간을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스튜디오 스와인은 프로젝트를 따라 여행하는 노마드적 삶을 살고 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의 공간이나 사무실을 떠나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그들은 반대로 ‘유목’이 끝나면 돌아올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하는 타입이다. 때문에 꼭 필요한 만큼의 공간으로 안온함을 간직하고픈 마음에 좁다 해도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가까이 있는 빅토리아 공원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자연과 항상 함께해야 한다는 그들의 법칙은 집 안에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들에게 영감이 되는 책과 오브제 몇 개를 제외하곤 집 안이 온통 크고 작은 식물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전시에 주로 디스플레이되는 식물들과 흡사하다고 알은 체를 하니, 실제로 전시에 사용됐다가 돌아온 녀석들도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작업해 온 실물들은 이 공간에 없고, 대신 그 작업에 영감을 준 수집품과 소품들이 박물관처럼 소중하고 아름답게 ‘전시’돼 있다. 지금까지 해온 드로잉 역시 유물에 가깝게 잘 정돈돼 있어 이 공간을 지배하는 요소가 식물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그들의 초기 작업이 바닷속 플라스틱 폐기물을 건져 올려 만든 ‘시 체어(Sea Chair)’였고, 또 다른 작업이자 브라질 갤러리와의 협업이었던 ‘캔 시티(Can City)’는 브라질의 재활용품 수집상들로부터 거리에서 모은 재료들을 가구를 만드는 작업이었음을 되돌아보니,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디자인이 나오게 된 과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커플이자 작업 파트너로 일하는 방식도 궁금했다. 아즈사는 건축가로 테크닉이나 형태에 강하고, 알렉산더는 텍스처나 재료에 집중하고 있어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함을 보완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다. 완성된 제품을 만들기보다 특별한 스토리와 상상력을 공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작가이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 과정을 영상에 담아 최대한 공유하고자 한다. COS와의 새로운 협업 또한 같은 맥락에서 기대된다. 테러와 전쟁, 요상한 선거로 뒤덮인 2016년을 지난 우리에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주위부터 정돈해 나갈 수 있는 공간과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다. 이 치유 과정에 영감을 준 건 벚꽃 그리고 벚꽃이 가장 화려하게 만개하는 벚꽃 축제다. 흩날리는 꽃잎과 이탈리아 무라노 섬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유리를 만드는 과정을 조합해 탄생한 그레이 컬러 물방울들이 우리에게 자연을 연상케 하는 시각적 기쁨을 줄 것이라고. 그들의 디자인이 시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이유를 작업실에서 찾았다. 식물 한 그루만 있어도 없는 것보다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저마다 화려함을 뽐내는 디자인계에서도 그들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