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새로운 전시공간 ‘스위치 하우스(Switch House)’가 오픈한 지난여름 즈음이다. 디자인의 본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 유행을 따라가거나 선도할 욕심에 사로잡힌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런 흐름의 선두에는 재스퍼 모리슨이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 규모가 크고 화려할수록 성공하는 시대에 모리슨은 방망이를 깎는 노인처럼 디자인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한다. 디자인 뮤지엄 런던의 새로운 갤러리 내부, 그가 디자인한 비트라의 ‘할(Hal)’ 체어들이 그 어떤 도발적인 오브제보다 강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 같은 이치. 재스퍼 모리슨이 2005년부터 발전시켜 온 그의 시그너처 ‘수퍼 노멀(Super Normal)’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다. ‘수퍼 노멀’은 나오토 후카사와와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계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한 후, 두 사람이 수년간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온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더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무엇’이란 개념이다. 간결하지만 우아한 일상 속의 오브제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그냥 단순하거나 실용적인 것이 아니다. 평범한 속에 숨겨진 ‘감동’을 선사한다. 그래서 그를 미니멀리스트로 묘사하거나 효율적이란 평가를 내리는 건 그 속에 함축된 위트와 휴머니즘을 놓치는 것이다. 평소 인터뷰에서 자신의 디자인만큼이나 짧은 답을 내놓아 무뚝뚝하거나 말수가 적다고 그를 평가하는 기자들이 종종 있다. 마치 그의 디자인처럼 오해를 받아온 그가 이번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요즘 관심사는 할아버지께서 집을 직접 꾸미고 사셨는데 그 집에 대해 4년 전에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집의 나머지 공간은 앤티크 가구와 무거운 커튼과 카펫, 다크 레드와 그린 컬러 페인트를 쓴 벽 등 억눌린 듯한 느낌이었는데, 한 룸만 분위기가 달랐다. 할아버지가 덴마크에서 영국으로 직접 공수해 온 목재 마루가 깔려 있었고, 방 안의 분위기가 밝고 경쾌했다. 그때부터 공간의 ‘느낌’에 대해 좀 더 깊이 탐구하고 싶어졌다. 스스로 ‘다른 일도 많이 하는 의자 디자이너’란 호칭을 마음에 들어한다고 의자는 내 근본이자 두뇌다. 여기서 뻗어나간 수많은 가지들, 예를 들면 알레시의 테이블웨어, 로젠탈의 세라믹웨어, 무지와 작업한 소스 팬이나 시계 컬렉션 같은 것도 많지만. 최근의 목표는 덜 프로페셔널했던 초창기로 돌아가 제품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1988년에 비트라에서 출시한 ‘플라이우드 체어’는 너무 단순한 구조로 여겨지고, 1986년에 내놨던 카펠리니의 ‘띵킹 맨스 체어’는 스틸이 지나치게 강조됐다. 당시엔 스스로 ‘꽤 괜찮다’고 자부했는데, 실용성은 부족했던 것 같다. 띵킹 맨스 체어와 함께 드링킹 맨스 체어도 만들었는데 그 제품은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어느 날 파이프 클리너를 사들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포장지를 뜯는데, ‘더 띵킹 맨스 스모크(생각하는 사람들은 담배를 핀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주 절묘한 작명 센스에 감탄했다. 의자에 앉아 생각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실 수도 있는데, 그동안 의자란 물건에 대해 현실적인 면을 잊고 치우친 생각을 했던 나를 조롱하는 듯했다. 지금까지 협업한 수많은 회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브랜드를 꼽는다면 비트라는 제품개발 측면에서 가장 엄격하면서도 동시에 진보적이다. 이탈리아 브랜드와 작업한다는 건 근사하면서도 때론 엔지니어링에 치중해야 할 때도 있다. 디자인 단계 중 공정에 대한 확신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제품이 출시되면 어떤 방식으로 시험하는가 제품이 출시된 후에도 한동안 스튜디오에 놓고 사용한다. 오래 써보면서 제품의 또 다른 세월을 지켜보는 것은 만드는 작업에 비견할 만한 즐거움이다. 같은 방에 놓더라도 단지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아니 최소한 시간이 흐르기만 해도 다른 분위기가 생긴다. 제품은 내가 옳았다는 것 때로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집이나 사무실이 가구들로 좀 북적이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은 그 제품을 쓰면서 반드시 시간 흐름을 테스트한다. 늘 일본적인 디자인에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런던에 무지 스토어가 처음 오픈했을 때 반가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나와 평행이론을 이룬다. 수퍼 노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2005년 밀란 가구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늘 좀 다른 방식의 디자인에 대해 고민만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생각은 덜 의인화되고 익명성은 더 강조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알레시 식기를 디자인하고 있을 때 일상 속에서 ‘불필요한’ 형식을 덜어내되 여전히 기능적인 미학은 살아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화두였다. 그해 박람회를 둘러보다가 마지스에서 출시한 나오토 후카사와의 스툴을 보았다. 그에게 “정말 근사한 스툴입니다!”라고 말을 건넸더니 그는 웃으면서 “어느 누구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우린 평범(노멀)하면서도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침 무지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맡았던 타카시 오투타니가 “오, 완전히 수퍼 노멀한 것이군요!”라고 말했고 그게 그 개념의 이름이 됐다. 수퍼 노멀 외에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론에 포함되는 철학은 ‘수퍼 노멀’이 또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수퍼 플래시(Super-Flashy)’를 만들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확장’이란 단어를 썼듯이 내 스펙트럼 안에서 다른 시도를 유연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펠리니에서 만든 ‘오를라’ 소파는 곡선의 미학이 꽤 강조됐다. 혹자는 왜 당신이 장식적인 디자인을 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퍼 노멀이 ‘수퍼 드라이’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런 식이라면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엄격한 규율에 가까울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는가 테크놀로지 자체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편이다. 3D 프린트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유용한 툴이지만, 대량생산이라는 화두와 더 밀접하다. 우리는 오랜 삶을 지니는 제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다른 방식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다. 오래 살아남는 디자인이라는 건 뭘까 덜 트렌디하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꼴 보기 싫어진다는 게 성립될 수 없는 디자인. 비트라에서 나온 APC 체어를 어느 날 갑자기 창고에 처박아두길 바라지는 않는다. 거실에서는 퇴장하더라도, 슈퍼마켓에서 쓰든 차고에서 쓰든 어느 장소에서라도 오래 살아남길 바란다. 당신이 살 집을 스스로 설계한다면 스타일로 말하자면 모더니즘에 가까울 것 같다. 인도 아마다바드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프라이빗 하우스를 방문한 적 있다. 반짝거리는 블랙 컬러 마룻바닥 위로 이국적인 감각들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요셉 루이스 서트(Josep Luis Sert)가 설계했고 마요르카 섬에 숨어 있는 화가 후앙 미로의 스튜디오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당신에게 럭셔리란 좋은 분위기. 호화로운 소재로 도배된 게 아닌,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면서 들여다보면 감탄 요소들을 지닌 공간이어야 한다. 그저 번지르르한 집에 좋은 물건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환상적인’ 집이라 하기에 불충분하다. 화이트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건 아닌지 다른 컬러도 좋아한다. 비트라 APC 체어는 아주 밝은 옐로 컬러 버전도 있다. 만들어놓고 보니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컬러가 한 공간에 여섯 개쯤 한꺼번에 놓여 있다면 재앙일 수 있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