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토요일 밤의 열기

디스코가 돌아왔다! 강렬한 비트를 전하는 글램 룩의 화려함 속으로

BYELLE2017.04.25



 


의도치 않게 춤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해도 음악에 몸을 맡기는 건 나와 남을 위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받아들인 지 오래다. 내 안에 흥은 있어도 바싹 마른 각목 같은 몸을 탓할 뿐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런웨이를 보고 있으면 번쩍이는 미러볼이 돌아가는 스테이지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왜 구식이냐고? 80년대의 글램을 책임진 디스코가 2017년 런웨이를 통해 하이패션으로 귀환한 걸 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패션계에서 ‘쿨’하다고 칭송받는 미니멀리즘의 강세를 단번에 밀어낼 만한 강렬함이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춤바람을 부르는 패션 신의 등장!


  

1 디스코 문화의 상징, <토요일 밤의 열기>의 존 트래볼타.
2 마크 제이콥스 2015 F/W 광고 캠페인 모델로 등장한 셰어.


무대 위에서 서로 다른 춤을 추듯 디자이너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디스코를 추억했다. 그중 독보적인 일등 공신은 마크 제이콥스. 그는 미러볼 대신 수천 개의 전구를 매달아 별이 쏟아지는 밤무대처럼 환상적인 스테이지를 열었다. 여기에 초대받은 클럽 키즈들은 컬러플한 드레드록 헤어를 한 채 번쩍이는 옷을 입고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메탈릭한 쇼츠와 팬츠, 알록달록한 스팽글 코트, 와펜과 자수 장식이 반짝이는 재킷 등으로 80년대 디스코 룩을 현재로 불러들인 것. 그렇다고 마크가 케케묵은 롤러스케이트까지 꺼낸 건 아니다. 그 시절의 화려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플랫폼 슈즈로 맥시멀리즘의 기운을 불어넣을 대안을 찾았으니까. 사실 마크의 디스코 사랑은 오래전부터 유난했다. 디스코 디바인 셰어를 2015 F/W 캠페인 모델로 내세우고, 2015년 메트 갈라에서는 그녀와 손잡고 레드 카펫에 나란히 등장하지 않았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드나들던 스튜디오 54의 열기에 대한 향수가 그의 손을 거쳐 패션이란 날개를 달고 복귀한 것이다.


80년대의 디스코 퀸들은 모두 스튜디오 54로 몰려들어 자신의 매력을 과시했다. 디스코 문화의 메카로 기록된 이곳은 조앤 콜린스, 데비 깁슨, 앤디 워홀, 제리 홀, 비앙카 재거 등 당대의 배우와 뮤지션, 아티스트라면 모두 거쳐 가는 코스였다. 화려한 디스코 볼 아래서 빛나던 80년대 청춘은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드러내며 샴페인 잔에서 터지는 기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간 듯 마크 제이콥스의 디스코 걸들은 방탕하고 자유분방한 글래머러스함을 발산했다. 하지만 생 로랑과 디스퀘어드2, 이자벨 마랑은 풍요로운 여피족들이 즐겼을 법한 디스코 룩으로 고급스러운 노선을 선택했다.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는 그의 데뷔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장기인 섹스어필을 80년대 글램 룩으로 재해석했는데, 그 결과 금속사의 톱과 미니드레스에 관능적인 실루엣을 더해 새로운 생 로랑 시대를 열었다. 그중에서도 물 흐르듯 빛나던 골드 톱은 맹렬하게 반짝이는 시퀸 소재와 달리 빛을 부드럽게 반사시켜 호사스러운 아우라를 발산했다. 이자벨 마랑과 겐조 역시 라메 소재의 반짝임에 80년대의 과장된 실루엣으로 메탈릭 디스코 여인들의 행렬에 동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이는 글램 룩은 디스코의 세계에 빠진 디자이너들의 환호성처럼 보였다. 스튜디오 54에서 스텝 좀 밟아본 것 같은 언니는 발렌시아가에서도 목격됐다. 하지만 발렌시아가의 디스코 걸들은 남달랐다.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을 강조한 블링블링한 스타일이 아닌, 쫀쫀하고 컬러플한 스판텍스 효과를 증폭시킨 디스코 룩을 입고 등장한 것! 여기서 잠깐 80년대로 타임 슬립을 해볼까? 스튜디오 54에 디스코 퀸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자 트렌드세터들은 조명 아래 반짝이는 스판텍스 룩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빈틈없이 밀착된 스판텍스 패션은 몸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반짝이는 디스코 룩과는 다른 관능미를 선사했다. “할스턴, 구찌, 피오루치…”. 후렴구의 ‘He’s the greatest’ 디스코로 80년대 클럽 사운드를 책임진 시스터 슬레지 역시 스판텍스 룩을 입고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췄다. 레드 컬러의 기모노 슬리브에 레드 스판텍스 팬츠를 입은 채 어깨춤을 추게 만드는 디스코를 부르는 네 자매의 모습이 뎀나 바잘리아의 영감 코드가 된 것처럼 이번 시즌의 발렌시아가 룩과 닮아 있다. 80년대에서 영감을 받아 어깨를 강조한 건축적인 실루엣과 컬러플한 스판텍스를 매치한 발렌시아가 뉴 룩의 과거 버전처럼! 



1 디스코의 큰언니들, 시스터 슬레지.


반짝이는 것은 모두 아름답고 인간은 화려함에 매혹될 수밖에 없는 본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정제된 90년대 무드가 지배적이었지만, 한 가지 트렌드만 계속될 경우 패션은 피로감과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패션이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미니멀리즘과 반대 노선에 있는 80년대 시절의 화려한 디스코 비트에 귀를 기울인 게 아닐까? 핀터레스트는 미니멀리즘의 강세 속에서 80년대는 죽지 않았다고 얘기했고, <WWD>는 지난해부터 불고 있던 80년대의 바람이 올해 강풍을 맞아 정점을 찍을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니 이번 봄에는 소란스러워 보이는 반짝임에 몸을 과감히 맡겨도 좋다. 디스코의 강렬함처럼 당신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반짝이는 조명처럼 눈부신 자태를 선사할 테니까. 아무나 디스코 퀸은 될 수 없어도 누구나 패션 퀸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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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이혜미
  • photo imaxtree.com, getty images/imagine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