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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직에 성공한 이유

이직의 달인들과 현직 헤드헌터가 알려주는 이직 노하우

BYELLE2017.04.25

박수 칠 때 떠나는 타이밍
후배들이 이직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나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해준다. 대부분의 이직 동기가 현 직장에 대한 불만과 좌절감으로 시작되기 때문. 현재의 담당 업무나 처우 혹은 직장 상사의 평가에 만족하지 못해 서둘러 ‘다음’을 찾는다면 마음은 조급해지고 시야는 좁아진다. 성공을 위한 이직이 아닌 ‘이직=성공’이라는 수단과 목적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 이 상황까지 오면 직급은 낮추고 연봉은 일부 양보해도 괜찮다는 최악의 자기최면이 시작된다. 어쩌다 운 좋게 괜찮은 이직 자리를 찾는다 해도 그곳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지난 10년의 직장 생활 동안 이직 시장의 유목민으로 살며, 매번 유사한 이유로 결국엔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혀 다음 직장으로 쫓기듯 옮겨가는 후배나 동료를 종종 봐왔다. 아무도 박수 치지 않을 때 지금의 직장을 떠나고 싶다면 나를 먼저 되돌아보자. 자신의 약점을 찾고 자신을 서서히 담금질해 보자. 영어 공부나 자격증 같은 자기계발도 좋고 작은 마음가짐이나 행동의 변화도 좋다. 하나라도 찬찬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 보면 기회는 알아서 찾아온다. 혹은 더 나은 현재를 만들 수도 있다. 직장 생활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대부분 머리로 이해한다. 다만 가슴은 새로운 직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두근거린다. ‘저기만 가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생각에 당장에라도 상사 얼굴에 사표를 던지고 싶다. 하지만 알다시피 성공 에세이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는 내 것이 아니다. 이상보다 차선을 찾되 최선의 타이밍은 주변에서 나를 인정해 줄 때다. 생각보다 한국 사회는 좁고 잘 관리한 개인의 명성은 몇 개의 학위보다 효과적이다. 적어도 경력 시장에선. 이지홍·스포츠웨어 PR 스페셜리스트


돌다리 두드려보듯 다시 보는 헤드헌터
사회 초년생의 경우, 헤드헌터의 언변에 속아서 얼렁뚱땅 이직을 결정해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 역시 이력서 ‘먹튀’도 당해봤고 일본어 면접을 준비해 오라더니 막상 당일엔 영어 면접을 본 황당한 경우도 여러 차례 경험해 봤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얻은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일단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오면 최대한 이메일로 포지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받고 동종 업계의 지인을 통해 해당 구인 정보에 대해 재차 확인한다(공고가 올라온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전임자의 퇴사 사유는 뭔지 등). 어느 정도 자체 검증을 마친 뒤엔 헤드헌터와의 미팅을 주선한다. 대부분의 헤드헌터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지원자들의 이력서만 이메일로 토스받길 원하는데, 그런 업체라면 과감히 연락을 끊어도 괜찮다는 게 내 지론이다. 헤드헌터와의 미팅 시엔 모의면접이라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얘기하는 게 좋다. 퇴사 사유 및 이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구직 정보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문의한다. 면접 예상 질문, 면접관에 대한 정보, 팀 정보, 해당 기업의 조직도, 나 외의 경쟁자 등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뽑아내는 게 관건인데, 사실 나보다 훨씬 더 사회 경력도 많고 ‘말발’도 뛰어난 이들이라 쉽진 않다. 어찌 됐든 헤드헌터와의 만남 이전에 제일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미리 레퍼런스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 당장 이직의 목적이 아닐지라도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다 보면 그간 내가 해온 업무에 대해 대략적인 파악이 가능하고 경험이 부족한 분야가 무엇인지도 한눈에 보여 자기 객관화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참고로 이력서도, 포트폴리오도, 면접도 해볼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용기를 가지시길. 이연정·제약회사 기획자


여백을 남겨두는 인맥 관리
신입 사원 시절과 달리 짧든 길든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직장인이라면 이직을 고려할 때 참고할 만한 외부 업계의 동향, 경력직 채용에 대한 소식을 인맥을 통해 얻을 때가 많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잠깐 스치듯 명함만 주고받은 ‘아는 사람’이 얼마나 고마운 양념 같은 역할을 할 때가 많은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절감한다.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받아본 괜찮은 헤드헌팅 리스트는 검색 사이트가 아닌, 최근 직장을 옮긴 지인의 입을 통해 흘러 나왔다. 그중엔 업무상 다른 상황에 놓여 있어 피 터지게 싸운 지인도 포함돼 있었는데, 지금 그녀는 내 커리어, 나아가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이 됐다. 얼마 전엔 일로 친해진 또 다른 지인의 초청으로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열린 와인 모임에 나가 또 한 번 인연의 신비함에 감탄한 경험이 있다. 초청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막상 대화를 나누다 보니 6년 전 잡지사에서 일할 때 광고주로 만난 뷰티 업계 담당자에, 아는 지인을 사이에 둔 투자 회사 애널리스트까지 나와의 연결 고리가 조금씩 맞닿아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 바로 코앞에 사무실이 있는 미국계 변호사도 만났다! 기존의 작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새롭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 모두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 내가 회사에서 계획 중인 ‘푸드 페어링’에 관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이렇게 한국처럼 좁은 땅에서는 업계 구분 없이 돌고 도는 인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헤어진 남자친구와는 싹둑 인연을 끊어도 사회적으로 쌓은 회사 안팎의 인맥은 다시 만나도 언제든 반가울 수 있도록 가벼운 여백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김한솔·식품 회사 브랜드 매니저


확실한 ‘내 것’ 하나
7년 차 에디터가 되자 미래가 불안했다. 남들은 강물처럼 흘러가는데 나 혼자 납덩어리를 매달고 가라앉는 기분이랄까. 도태되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숫자가 증명했다. 월급명세서의 실수령액은 남들이 말하는, 신문에 나오는 평균보다 낮았다. 그래서 부업을 했다. 글을 써서 먹고사는 재주를 살려 다양한 매체에 여러 종류의 글을 기고했다. 딱딱한 주제, 웃긴 주제, 이상야릇한 주제에 맞춰 닥치는 대로 썼다. 귀찮긴 해도 첫 문장만 쓰면 집중하게 되는 나름의 즐거움도 컸다. 부업으로 쓴 글은 여러 매체에 실렸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읽었다. 우연히 내 글을 읽은 헤드헌터에게 전화가 왔다. 요지는 이름만 대면 알 법한 큰 회사에 면접을 보지 않겠냐는 것. 큰 회사에는 별의별 업무가 다 있었다. 그리고 그 업무엔 다양한 문체의 글을 작성하는 일도 포함돼 있다. 헤드헌터의 안내에 따라 회사 이력서 사이트에 내 정보를 등록했고 며칠 뒤 면접을 봤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무늬 없는 운동화를 신고 갔다. 중년의 두 남자는 한참 동안 회사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내가 이직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서까지 설명했다. 듣다 보니 그럴듯했다. 게다가 예상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면접이라기보다 제안에 가까웠다. 깊은 고민 없이 이직했다. 진급도, 회사의 위치도 만족스러웠다. 합격 통보를 받은 날 생각했다. 나는 유명하지도 글을 아주 잘 쓰지도 못한다. 단지 이름을 많이 퍼트려 놓았을 뿐. 의도한 것도 아니고 예상치도 못했다. 누군가는 ‘덕후’가 살아남는 시대라고 했다. 취미도 집착하면 기술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기술을 돈 주고 사는 시대가 왔다. 취미가 있다면 열중하고 기왕이면 이름도 많이 알려라. 그럼 누군가는 당신 이름을 검색할 거다.
조진혁·유통 회사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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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LLUSTRATOR SOLEDAD BRAVI
  • EDITOR 김나래
  • DIGITAL DESIGNER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