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의 클로짓 컨피덴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모델, 스타일리스트이자 디자인 컨설턴트인 밸런타인 피욜 코디어가 그녀의 옷장속 아이템을 공개한다.유니크한 디자이너 아이템과 오랜 역사를 간직한 빈티지아이템이 뒤섞인 밸런타인의 클로짓 컨피덴셜. :: 엘르,엣진,elle.co.kr :: | :: 엘르,엣진,elle.co.kr ::

“만약 샤를 아나스타스와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제 옷자은 텅텅 비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모델이자 샤를 아나스타스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밸런타인 비욜 코디어가 옷장 문을 열며 말했다. 파리에서 나고 자란 25세의 밸런타인은 그 곳에서 컬트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샤를을 만났고, 16세부터 그의 컬렉션 모델로 활동했다. 어찌 보면 그를 만난 순간부터 그의 뮤즈이자 소울메이트가 된 셈이다. 1년 후 런던으로 건너와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한 밸런타인은 잡지 와 에서 케이티 잉글랜드 와 함께 호흡을 맞춰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고, 8년 후 치스위크 파크(Chiswick Park)에 둥지를 튼 그녀는 이제 런던을 스스럼 없이 자신의 ‘집’이라 부른다. 현재는 켄티시 타운(Kentish Town)에서 남자친구인 스타일 저널리스트, 조너선 히프(Jonathan Heaf)와 알콩달콩한 생활을 하고 있다.최근에는 모델 활동이 뜸하긴 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무대에 선다. 6개월 전에는 칼 라거펠트의 특별 프로젝트인 ‘K’ 모델로 서기도 했다. 모델을 본업으로 할 때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주저없이 미련을 버린 듯 답한다. “가끔 모델을 할 때 누렸던 라이프스타일이 그립긴 해요. 하지만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계획 없이 사는 생활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건설적인 일을 해야 했어요. 그게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인생의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나씩 이루고 싶어요. 모델로선 은퇴할 나이인 25세니까요.”하지만 오늘 만난 밸런타인에겐 ‘은퇴’란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듯 보인다. 아나스타스와의 오랜 친분을 자랑하는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남다른 아름다움으로 늘 그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고 있다. “샤를이 런던으로 온 몇 년 전부터 그의 디자인을 위한 컨설턴트를 시작했어요. 그에게 제가 구입한 빈티지 의상들을 보여주고 쇼를 스타일링하거나 모델, 스태프 등을 캐스팅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주는 것 같아요. 그를 이해하고 창조적인 면을 다양하게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 역할이에요.” 밸런타인과 샤를의 두터운 우정과 신뢰는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이었다. “예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떄는 두 달간 샤를의 집에서 생활하기도 했어요. 매일매일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초콜릿을 먹고, 피자를 먹고, 영화를 봤죠. 그렇게 제가 망가지는 모습도 다 받아주는 이가 바로 샤를이에요. 언제나 주위사람들을 챙기는, 열정에 불타는 아티스트죠.” 1 핸드페인팅 장식 샤를 아나스타스 부츠를 신은 밸런타인.2 탁자위의 아기자기한 아이템.3 옷장에 걸린 그녀의 소장품.4 빈티지한 전화기.5 에이전트 프로보카퇴르의 사라 쇼튼에게 빌린 모자들.아무리 샤를과 둘도 없는 사이라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옷장까지 그의 옷으로 가득찬건 아니다. 오히려 밸런타인에게 다양한 디자이너의 옷을 선물해주는 사람은 바로 샤를이다. “우린 늘 다른 사람들의 디자인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실제로 샤를은 꼼 대 가르송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랄프 로렌의 광팬이기도 하죠.” 그녀의 옷장 구석구석에는 훔치고 싶은 빈티지 컬렉션이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트렌드를 따라 머스트 해브 아이템 리스트를 만들 필요는 없어요.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하나뿐인 오시나 액세서리를 버려야 할 필요는 더더욱 없죠. 제게 1회성 패션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유난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정말 ‘괜찮은’ 아이템이야말로 변화무쌍하는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그런 아이템은 언제든지 재해석해 또 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는 ‘재활용’이 가능하잖아요. 가령 재킷을 자른다거나 소매를 접어 재킷마냥 입을 수 있는 것처럼요. 그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가 입었는가는 모르지만 느낌으로 그냥 알 수 이는 것 같아요. 때론 이미 갖고 있는 것들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전 그게 바로 자신만의 창조성을 배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렇게 옷을 아끼고 보존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그녀의 습관은 어디서 왔을까?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제게 예쁜 드레스를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솜씨좋았던 할머니 주위에는 늘 천조각들이 흩어져 있었고요. 자라면서 자연스레 패션을 사랑하고 스스로 치장하는 걸 좋아하게 됐는데 옷에 대한 존중,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방법, 그 가치를 이해하고 아끼는 법 등을 두 분에게서 배울 수 있었죠.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유행했던 바닥에 질질 끌리는 팬츠를 볼떄마다 눈살을 찌푸리곤 했어요! 지금은 그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지만요.” 6 루스한 니트와 샤를 아나스타스 바지를 입은 밸런타인.7 빈티지한 아이템이 가득한 그녀의 옷장.8 접시 위에 놓인 독특한 조각상과 향초.9 YSL,미우미우 등의 슈즈 컬렉션.샤를이 선물해준 셀 수 없는 옷들과 틈날 때마다 그녀의 어머니가 보내주는 빈티지 물건들 때문인지 밸런타인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쇼핑을 많이 하진 않는다. “런던과 LA, 뉴욕에서는 아주 가끔씩 쇼핑해요. 하지만 여행할 때는 다르죠. 여행할 때 쇼핑은 여정의 일부처럼 느껴져요. 마치 자신에게 여행 기념품을 선물하는 것과 같죠. 런던에서는 민트(Mint)라는 숍에 자주 가는 편이에요. 평소에 남자 셔츠 같은 옷을 즐겨 입는데, 그곳에선 제 마음에 쏙 드는 남성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거든요. 한 가지 고민인 건 요즘은 숍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전 숍에 가면 뒤쪽에 숨겨진 옷들을 뒤지곤 하죠. 너무 튀는 것보다 베이식한 캐주얼을 선호하는 편이고요. 보통 배기한 셔츠와 팬츠를 입죠. 뭐니 뭐니 해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제 옷 속에 파묻혀 있을 때예요.”옷이 간직한 오랜 역사를 존중할 줄 아는 밸런타인은 옷에 대한 묘한 감수성과 애착도 남다르다. “어머니가 학창 시절 이으시던 예쁜 네이비 블루 코트를 제가 물려받아 입고 있어요. 얼마 전 그걸 다른 집에 놓고 왔는데 아직 찾아오질 못했죠.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배가 살살아파와요. 빨리 찾아와야 한다는 초초함 때문에요!”*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