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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디자이너, 최종하와 최근식을 만나 성공신화 대신 그들의 자식 같은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BYELLE2017.03.13

최종하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쓰지 않을 때는 벽에 걸어두었다가 앉을 때는 내려서 톡 건드리면 스툴이 된다. 작품명 ‘디-디멘션 from 2D to 3D(이하 디-디멘션)’ 그대로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눈앞에서 가구가 튀어나오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의자를 만든 한국인 디자이너 최종하는 한국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작가로 활동하다가 돌연 디자인을 공부하러 떠난 후 현재도 그곳에 머물고 있다.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 졸업 전시회에 온 로사나 올란디로부터 제안을 받아 밀란 디자인 위크 기간에 로사나 올란디 스튜디오에 작품을 전시했다. 이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다음 작업을 연구하면서, 디-디멘션을 실제 제품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조율 중이다.


‘디-디멘션’을 만들게 된 계기는 이미지와 사물은 각각 2차원과 3차원에 존재하는데, 우리는 이미지를 보고 그게 사물로 어떻게 생겼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듯이 그 과정을 실제 가구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 역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 다음 그걸 잘라 입체화하기 시작했다. 종이 다음에는 플라스틱으로, 그 다음엔 알루미늄으로, 점점 발전시키며 메커니즘을 완성했다. 

한국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작품 활동도 하고 전시도 했다. 갑자기 디자인을 공부하러 네덜란드로 떠난 이유는 한국에서 순수미술을 할 때 표현하려는 바를 보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하기 위해 친숙하거나 재미있는 소재를 주로 선택하려 했다. 그런 의도로 인해 일상생활을 모티프로 한, 인터랙티브 기계 작업을 하게 됐던 것 같다. 그렇다면 더 대중적으로 소통 가능한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디자인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으로 갔나 디자인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산업적인 디자인 학교는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커리큘럼이 순수예술에 가까운 학교를 찾았다. 

순수미술이나 디자인에는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는데, 디자인임에도 단순히 실용성만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작업하는 이유는 내가 느낀 것을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공감’하기도 원한다. 내가 공감하려는 게 아주 경이롭고 매력적인 것이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사소하지만 내게는 다소 절실한 공감인데, 그게 다른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경험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술적인 작업을 해 본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쓸모가 있는 것을 만드는 일은 엔지니어들이 가장 잘할 것이다. 가령 앉기 편한 의자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편한 의자라 해도 거기 앉는 사람의 경험은 모두 다르다. 편안함 이외의 다른 감정,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작업한다. 

해외에 머물면서, 한국에 있었더라면 죽어도 몰랐을, 새롭게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작업 진행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어울려 소통이 자유로운 점은 있지만. 오히려 작업 외적인 면으로 언어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영어를 잘하냐 못하냐가 아니라 한국어 같이 상하 위계적인 언어 문화가 주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나라를 떠나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는 한국 언어 습관 안에는 없다. 토론을 통해 얻는 기회 측면에서, 한국 언어 문화는 적잖은 손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디-디멘션 from 2D to 3D’.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정교하고 튼튼한 힌지를 가진 폴딩 기술이 핵심이다.




최근식 말뫼, 스웨덴


두 개의 손거울이 맞물려 단아한 모습을 한 디자인의 거울로 덴마크 브랜드 무토의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 1위를 차지한 디자이너. 밀란 폴리테크니코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스웨덴 남부 말뫼로 거처를 옮겨 북유럽 특유의 캐비닛 메이킹을 마스터한 후, 지금은 개인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제작하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정갈한 디자인과 견고한 제작 방식을 그만의 심플하고 기능적인 스타일로 풀어내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다. 


2월에 열린 스톡홀름 페어에서 대중에게 최초로 캐비닛과 테이블을 공개했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나 프로젝트마다 다르지만 주로 생활에서 얻은 작은 단서에서 시작한다. ‘페이셋’ 캐비닛의 경우 스웨덴에서 배운 전통 기술을 컨템퍼러리한 방식으로 해석하려는 작업이었고, ‘템프 테이블’의 경우 그리스 신전의 들보와 원기둥이 쌓아 올려지는 형태가 시작점이 됐다. 

디자인 브랜드 무토가 매년 뽑는 무토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어떤 작품으로 수상했나 아내가 밖에 나가기 전에 메이크업을 하거나 머리를 만질 때, 항상 앞모습만 거울을 보고 나가는데, 간혹 옆모습이나 뒷모습도 체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작품명은 ‘미러드 미러’이고, 벽에 고정된 큰 거울과 탈착이 가능한 작은 거울이 한 세트다. 일반적인 손거울을 기반으로 새 모양을 만들었고 기능적이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무토 관계자에게 전해 들었다. 

밀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스웨덴 말뫼로 떠났다. 왜 스웨덴으로 갔나 나에게는 디자인할 때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가구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생산 과정을 고민하고, 작은 디테일이나 비율을 수정한다. 그 과정을 좀 더 전문화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중, 일본의 키타니(Kitani)라는 가구 회사를 방문하게 됐고 그때 스웨덴에 괜찮은 가구제작학교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그 학교가 스웨덴에 오게 된 계기가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디자인을, 스웨덴에서는 기술을 마스터한 셈이다 스웨덴의 카펠라고든(Capellagarden)이란 학교에선 전통 가구 제작 방식을 배웠다. 이곳에서 마지막 해에는 기셀(Gesall)이라는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기셀은 마스터(장인)가 되기 위한 전 단계인데 스웨덴에서는 이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자신을 캐비닛 메이커로 소개할 수 있다. 나도 지난해에 이 시험을 봤다. 

말뫼는 작은 도시다. 스톡홀름이나 코펜하겐 같이 큰 도시로 가지 않고 말뫼에 남아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1990년대 조선업과 함께 쇠퇴하는 도시가 됐지만 2000년에 들어와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으로 도시를 다시 계획하고 지금도 디자인과 환경에 대한 투자와 발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코펜하겐이나 스톡홀름처럼 예쁘게 단장된 도시는 아니지만 낡은 공장 건물들이 내 눈에는 괜찮아 보였고 좋은 방향으로 계획되고 발전돼 가는 에너지가 좋았다. 덤으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코펜하겐에 갈 수 있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디자이너로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새롭게 경험한 것은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어떤 시기에 어떤 물건이 쓰이는지, 사람들은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물건을 구입하는지 같은 것. 그게 매우 큰 정보가 된다. 

반면 당신이 한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지금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가 한국과 스웨덴은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물건이나 어떤 방식을 굉장히 신선해하는 스웨덴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런 부분이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장점이 될 때도 있다.


무토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거울 ‘미러드’.


‘TH Unit’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장. 



‘페이셋(Facet)’ 캐비닛은 스웨덴 전통 가구 제작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떠올리며 발 부분에 포인트를 넣은 책상 ‘템프테이블(Temp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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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이경은
  • art designer 이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