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크레오 오너의 예술이란 것이 넘쳐 흐르는 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파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갤러리 크레오를 이끄는 디디에와 클레망스의 파리 아파트는 갤러리스트 부부의 가장 사적인 컬렉션을 모아둔 곳이다.::갤러리,크레오,오너,예술,집,파리,디디에,클레망스,아파트,갤러리스트,부부,컬렉션,엘르, 엘르데코,elle.co.kr:: | 갤러리,크레오,오너,예술,집

왼쪽 다크 블루 컬러의 빈티지 소파는 알랭 리샤르(Alain Richard), 천장의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Gino Sarffati), 중앙의 흰색 커피 테이블은 피에르 샤르팽(Pierre Charpin). 벽면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한 작업은 라티파 에샤크, 파란 벽 앞의 구리 작품은 욘 보, 오른쪽에 놓인 소파는 피에르 폴랑, 벽면의 호랑이 사진은 바바라 크루거, 토끼가 매달린 오브제는 제이슨 로즈의 작품.온갖 갤러리가 즐비한 생 제르맹 거리에서도 수많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특별한 컬렉션으로 명성이 자자한 갤러리 크레오(Kreo). 이렇게 영향력이 남다른 갤러리스트들이 온전히 자신의 취향으로는 어떤 작품을 좋아할까? 파리 16구에 있는 크레오의 오너 디디에 & 클레망스 크르젠토스키(Didier & Clemence Krzentowski)의 아파트로 들어서는 길에 했던 생각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간에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동공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어디부터 봐야 할지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생활인지, 여기가 두 번째 갤러리는 아닌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 “사는 집이 맞냐?”고 묻고 말았다. “우리가 매일 살고 있는 집 맞아요(웃음). 침실에 파자마, 욕실에 오늘 아침에 쓴 샤워 가운이 있을 테니 확인해 보세요.” 디디에와 클레망스는 디자인은 물론 아트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커플이고, 스스로 열성적인 컬렉터다. 1992년 문을 연 이래 가장 아티스틱한 디자인 갤러리가 된 크레오에 대해, 아트와 디자인을 좋아했기 때문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갤러리로 이어진 것뿐 전략적으로 ‘개업’한 게 아니라는 말이 피부로 와 닿는 이유는 집 안의 모든 것이 20년에 걸친 수집품이기 때문이다. 벽에 전시한 기타 오브제는 하임 슈타인바흐(Haim Steinbach), 위에 걸린 그림은 라이언 트레카틴(Ryan Trecartin).천장을 뒤덮은 유색 전구는 에티엔 보쉬(Etienne Bossut)의 작품, 전구 사이 동그한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 복도 왼쪽에 붙인 그림들은 타티아나 트루베(Tatiana Trouve).지구본 모양으로 된 천장의 설치미술 작품은 앙게 레치아(Ange Leccia), 바닥에 깔린 그레이 컬러의 ‘그라페’ 카펫은 로낭 & 에르완 부홀렉 형제의 디자인, 빈티지 로 체어와 풋 레스트는 피에르 폴랑, 뒤에 서 있는 사람 모양의 오브제는 데이비드 누난(David Noonan), 침대 머리맡의 컬러 프레임 작품들은 앨런 맥컬럼(Allan McCollum).딸들의 방 왼쪽에 놓인 빈티지 데스크는 장 푸르베, 침대 옆의 빨간색과 흰색으로 된 작은 수납장은 레이먼드 로이(Raymond Loewy), 벽에 걸린 드로잉은 짐 쇼(Jim Shaw), 위성 접시 모양의 작품은 브루노 페이나도(Bruno Peinado), AAA 레터링 작품은 매튜 메르시에(Mathieu Mercier).커다란 패치워크 느낌의 소파는 로낭 & 에르완 부홀렉, 바닥의 그린 카펫은 패브리스 하이버트(Fabrice Hybert), 오렌지 컬러로 래커를 칠한 알루미늄 커피 테이블은 마크 뉴슨, 그 뒤에 놓인 오렌지색 빈티지 벤치는 플로렌스 놀, 천장의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알루미늄 소재로 된 ‘오레곤 스트레치 라운지’ 체어는 마크 뉴슨, 천장의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 벽에 붙은 둥근 형태의 조명 ‘엘리제’는 피에르 샤르팽, 네 가지 색으로 된 꽃처럼 생긴 벽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집에 있는 모든 벽은 ‘벽 그 자체’가 작품이고, 심지어 벽에 뚫은 못 구멍까지도 매튜 맥시에의 작품이다. 디디에가 거의 중독되다시피 한 디자이너 지노 사르파티(Gino Sarfatti)의 조명은 집 안에 셀 수 없이 많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있는 다이닝 룸에는 콘스탄틴 그리치치의 테이블과 로빈 데이의 의자가 놓여 있다. 거실에 놓인 마크 뉴슨의 알루미늄 체어 ‘오르곤 스트레치 라운지’는 막상 앉아보니 놀랍도록 안락하고 플라스틱보다 가벼웠다. 벽면 하나를 꽉 채운 욘 보(Danh Vo)의 구리 조각품과 라티파 에샤크(Latifa Echakhch)의 ‘블루 워크’는 거실을 압도하고 있다. 딸들의 방에는 장 프루베의 빈티지 책상,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거울이 놓여 있고, 짐 쇼의 드로잉이 가득하다. 욕실에서조차 작품의 향연은 끝이 없는데, 벽에 걸린 그림 정도를 상상했다면 오산. 아티스트 스튜디오 비키 소머스(Wieki Somers)가 만든 ‘배스 보트(Bath Boat)’를 실제로 반신욕에 사용하고 있었다!캐비닛은 엘리자베스 가로우스테(Elizabeth Garouste), 빨간색 갓의 램프는 스틸노보(Stilnovo), 노란색 정사각형 형태 선반은 피에르 샤르팽, 천장에 매달린 애벌레와 모자 오브제는 테츠미 쿠도(Tetsumi Kudo).그들의 컬렉션 리스트는 꾸준히 길어져만 가는데,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디스플레이하는지 의아해하자 클레망스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3개월, 바쁠 때는 6개월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바꿔요. 이 거실도 얼마 전에 새로 들이기로 한 부홀렉 형제의 소파 때문에 구조를 바꾼 상태죠. 이 집에서 살아온 지 20년이 넘었어요. 붙박이로 설치된 작품도 있고 빈티지 가구들은 옮기기 어려워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건 꿈도 못 꿔요. 두 딸이 태어나기 전까진 현재 사는 집의 절반만 쓰고 있었는데, 운 좋게 옆집 이웃이 집을 내놓는다기에 두 배로 확장해 한 집으로 만들었어요.” 그녀의 설명처럼 집은 최대한 넓게 공간을 개방해 파사드처럼 느껴지는 큰 거실을 메인 전시 홀처럼 사용하고, 방마다 가구와 작품들이 부각될 수 있도록 배치해 일종의 ‘풍부한 미니멀리즘’을 완성했다.복도 앞에선 크르젠토스키 부부. 그린 컬러 벽과 네온으로 한자를 형상화한 작품은 곤잘레스 포에르스터 (Gonzalez Foerster), 사방으로 가시 같은 게 돋은 작품은 라티파 에티케(Echakhch), 나무 선반은 마틴 제클리(Martin Szekely), 거대한 컵 모양의 전구는 헬라 용게리우스.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거쳐 디자인 오브제를 제작하고 갤러리를 통해서 판매하는 게 일이지만, 그들은 실제 생활과 업무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디자인을 제작하거나 잘 팔릴 것 같은 아이템을 모으지는 않아요. 디자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생활의 일부여야 하죠. 지금 당신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우리 집처럼요.” 단호하게 말하는 디디에는 가구나 소품을 전시하듯 소중히 하기보단 직접 경험해 봐야 디자인의 깊은 의미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배스 보트’ 욕조는 비키소머스(Wieki Somers), 블랙과 골드로 모자이크된 거울은 알레산드로 멘디니, 천장의 조명은 지노 사르파티.갤러리에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오브제 중에서도 특히 애정이 가는, 소중히 모아온 것들이 가득한 아파트에서도 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따로 있다. 클레망스는 여러 개의 지구본으로 이루어진 앙주 레치아(Ange Leccia)의 환상적인 천장을 가진 그녀의 침실을 최고로 꼽는다. 부홀렉 형제의 러그 위로 피에르 폴랑의 체어를 놓아 이곳에 들어오면 비로소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디디에는 특정 공간보다 지노 사르파티의 조명들에 대해 자식 자랑하듯 끝없는 존경을 표했다. “사르파티는 정말 굉장해요. 1950년대 디자인의 정수죠. 집에 있는 어떤 제품들은 디자인 북 속에만 남아 있고 실물은 구하기 힘든 것도 있어요. 그래서 의미 있는 전시가 있을 땐 대여해 주기도 하죠.”천장 조명은 지암 피에로가 디자인한 Aloi 제품, 다이닝 테이블은 콘스탄틴 그리치치, 의자는 로빈 데이, 오른쪽에 핑크와 실버 컬러의 거울은 헬라 용게리우스, 빈티지 스토리지는 로빈 데이의 디자인. 왼쪽 구석에 세워져 있는 ‘이클립스’ 램프는 피에르 샤르팽.더 놀랄 게 남아 있을까 집을 휘 둘러보던 중 깨달은 놀라운 사실, 이 집에 뚫린 모든 창문에서 에펠탑이 보인다는 것이다. 20여 년 전 이 집을 지은 건축가가 에펠탑과 그 옆의 사크레 쾨르 성당이 반드시 보이도록 창문 위치를 설계했다고 한다. “아주 작고 폭이 좁은 창이 하나 있는데, 그리로 에펠탑이 꽉 차게 보이는 풍경을 좋아해요. 그 자체로 작품 같죠. 일상 속에서 문득 창밖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채우려 해요. 곧 오픈할 갤러리 크레오의 100번째 전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집에서부터 샘솟고 있다고요!” 집에서도 늘 디자인 가까이 머무는 삶, 오늘날 갤러리 크레오가 쌓아올린 명성은 결코 절로 얻어진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