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로 LA 여행에 영업당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청명한 날씨, 파란 하늘과 팜 트리, 할리우드 사인, 레드 카펫….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LA의 진부한 장면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로맨틱한 장소들을 통해 ‘천사들의 도시(City of Angels)’가 가진 진면목을 보여준, 본격적인 LA 관광 가이드. 거대한 한인 타운이 있는 만큼 왠지 친숙한 이곳의 빛깔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롭다. 과거 호시절이 떠오를 정도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LA를 디올 역시 일찍이 눈여겨보고 있었다. 디올의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는 촬영 차 종종 방문할 때마다 이 도시가 주는 다양한 에너지에 영감을 받곤 했다. “빈티지한 50년대풍의 ‘파스텔’, 반짝이는 밤거리 네온사인을 떠올리게 하는 ‘네온’, 올드 스쿨 할리우드인 ‘클래식’, 약간은 다크하고 대담한 ‘와일드’까지 제가 느낀 LA의 네 가지 매력을 이번 신제품인 디올 어딕트 라커 스틱에 담았죠.”
백문이 불여일견, 그 컬러들을 직접 느껴보라는 디올의 초대로 LA로 날아갔다. 파란 하늘과 팜 트리가 전매특허인 풍경이 펼쳐지는 선셋 블루버드에 자리 잡은 호텔. 방에 들어서니 ‘디올 어딕트 in LA’라는 메시지와 함께 피터가 예고했던 18가지 립스틱이 기프트로 놓여 있다. 이 립스틱을 입고, 디올이 전하려는 이 도시의 빛깔을 느껴보리라.
파스텔, 빈티지 캘리포니아
첫날 밤, 호텔에서 멀지 않은 멜즈(Mel’s) 레스토랑에서 웰컴 디너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호텔 컨시어지에 어떤 종류의 레스토랑이냐고 물어보니 “올드 스쿨 아메리칸 다이너”라고 한다. 도착해 보니 왜 첫 공식 일정으로 왜 이곳을 택했는지 느낌이 온다. 5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캘리포니아 다이너 체인인 레스토랑 곳곳에 가득한 미국적 정취! 실제로 수많은 영화 속 배경이 되기도 했던 전통적인 장소는 세트장을 방불케 했다. 핑크, 라벤더, 코럴, 피치 컬러의 립을 바른 캘리포니아 걸이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먹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클래식, 할리우드 무비 스타
이튿날 피터 필립스와의 인터뷰 세션이 마련돼 있었다. 무엇보다 에디터를 흥분시킨 건 인터뷰 장소가 바로 샤토 마망(Chateau Marmont) 호텔이었다는 점.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트 보스워스, 커스틴 던스트 같은 젊은 셀러브리티들이 파파라치 카메라에 빈번히 찍히는 덕에 유명해졌다고 하기엔, 1920년대에 지어진 뒤 할리우드의 모든 역사와 함께해 온 이 웅장한 유산이 주는 의미가 너무 깊다. 영화(최근작으론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한 <Somewhere>)뿐 아니라 음악, 심지어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의 문학 작품 속에서 언급되니 말이다.
유명 배우가 수도 없이 묵었을 게 분명한, 전설적인 스위트룸에서 피터를 만났다. 멋스럽게 낡은 호텔 인테리어와 아름다운 불협화음을 이루는 글래머러스한 디올의 오브제들. 광고 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디올의 뮤즈 제니퍼 로렌스는 클래식 라인 중 하나인 ‘877 턴 미 디올’ 컬러를 바르고 있다. “올드 스쿨 할리우드, 레드 카펫, 상징적인 옛 영화배우들을 생각나게 하죠?” 피터가 설명한다. 반가운 점은 K뷰티에서 영감받은 예쁜 핑크색의 ‘674 K-Kiss’ 컬러가 포함됐다는 것. “LA 못지않게 서울 또한 명백한 뷰티 트렌드의 중심지잖아요. 전 최소 1년에 한 번 서울에 가는데 그때 받은 느낌을 표현했죠. 레드와 핑크 중간에 있는 프레시한 컬러로 소녀들의 순진한, 거의 첫 키스 같은 그런 느낌이죠.”
네온 & 와일드, 도시의 반짝이는 밤
영화 <라라랜드>를 통해 재발견한 LA의 또 다른 매력, 밤 풍경이다. 주제곡인 ‘시티 오브 스타(City of Stars)’가 흘러나오는 듯 도시의 어둡고도 찬란한 풍경. 일렉트릭 레드, 팝한 핑크 그리고 다크한 초콜릿, 퍼플 계열의 립 컬러들이 별들의 도시를 재현했다. 네온과 와일드의 바이브는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클럽 달리아(Delilah)에서 열린 파티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핑크빛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클럽에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모여 새로운 립스틱의 탄생을 축하했는데, 한국 앰배서더로 뷰티 크리에이터 포니가 참석해 K뷰티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어두운 조명에서 특유의 유리알 같은 반짝임이 빛나며 어딕트 라커 스틱의 진가가 발휘됐다.
Interview with Peter Phillips
왜 ‘샤인’ 텍스처를 선택했나요 전 디올의 모든 립 제품들이 매트, 시어, 스파클링 등 다양한 텍스처, 최상의 포뮬러로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15년엔 디오리픽 매트, 2016년엔 루즈 디올에 매트한 텍스처를 더했죠. 이번엔 ‘샤인’이었고, 반짝임뿐 아니라 선명함, 촉촉함, 편안함을 동시에 담았죠. 보통 립스틱을 만들 땐 립밤 같은 텍스처에 다양한 피그먼트를 결합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피그먼트의 손실이 생길 수 있어요. 립글로스를 만들기 위해선 크리스털 클리어와 반투명한 텍스처를 섞어 리퀴드한 텍스처를 만들고요. 하지만 이번 어딕트 라커 스틱을 위해 굉장히 투명한 베이스에 피그먼트를 더한 덕에 컬러 변질 없이 참신한 컬러 표현이 가능했죠. 그 다음 문제는 반짝임이었는데, 특별한 너리싱 효과를 원했기에 섬세한 오일을 결합했어요. 그 덕에 입술 온도와 결합하면 선명하게 발색될 뿐 아니라 놀랍게 반짝이죠.
그렇다면 이번 시즌 립 트렌드는 샤인 텍스처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소셜 미디어, 온라인 튜토리얼 등 뷰티 지식이 광범해지고 모두가 메이크업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특정한 유행은 더 이상 의미가 없죠. 메이크업으로 인한 즐거움과 재미 그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샤인 립스틱이 나왔다고 매트 립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여성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과 도전, 그게 곧 트렌드죠.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첫 컬렉션을 통해 강력한 페미니즘 메시지를 던졌는데, 이것이 디올 메이크업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그녀의 첫 컬렉션은 매우 영리하고 강력한 메시지였죠. 저를 비롯한 디올에서 일하는 모든 남성들도 무척 감명받았어요. 전 늘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데, 우린 늘 동등하며 그들은 저를, 저는 그들을 항상 존중하죠. 전 여성 안에 내재된 강인함을 믿어왔어요. 여성은 자신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강인한 도구로 사용해야 해요. 여성이 사회적 성취를 위해 굳이 남성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어요. 여성 그 자체의 모습으로 충분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또 페미니즘을 하나의 트렌드라고 여기는 건 위험해요. 아니, 결코 트렌드가 되어선 안 되죠. 트렌드는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디올처럼 훌륭한 하우스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은 하우스 유산을 끊임없이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디올은 ‘뉴 룩’이라는 혁신적인 컬렉션과 함께 시작했어요. 디올을 거쳐간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그리고 메이크업에선 세르주 루텐과 티엔…. 저와 마리아도 우리만의 스타일을 더해 창의적인 ‘뉴 룩’을 만들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