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S 오트 쿠튀르 리포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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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R

데뷔 무대였던 2017 S/S 컬렉션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전했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이번에는 직접적인 슬로건 제시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쿠튀르 문을 활짝 열었다. 그 결과, 나비와 새 등의 가면을 쓰고 등장한 모델들이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우아한 숲 속 친구들의 자태를 드러냈다. 드레스 위로 만개한 꽃과 스테판 존스의 손을 거쳐 완성된 플라워 헤어피스는 “꽃은 섬세하고 매력적이지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요”라고 말한 무슈 크리스챤 디올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정교한 쿠튀르 정신을 이어갔다. 빛나는 나무와 푸른 잔디로 변신한 로댕 미술관의 숲 속 미로는 발렌티노에서 디올로 작업실을 옮긴 디자이너의 삶과 복잡한 감정에 대한 은유였지만 디올 요정들이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를 즐기기에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장소. “나는 꿈꾸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아요”라는 디자이너의 바람처럼 그녀가 꿈꾼 동화적인 상상력이 낭만적인 현실로 구현됐다.




VALENTINO

이번 컬렉션을 통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는 혼자서도 충분히 건재하다는 걸 재확인시켰다. 그가 만든 우아하고 로맨틱한 풍경은 지지 않는 해처럼 발렌티노를 비추기에 충분했다. 이번 쇼를 준비하며 떠올린 이미지는 그리스 신화. 하늘의 여신이 지상에 내려온 것처럼 고혹적이고 고전적인 드레스 물결이 펼쳐졌다. 계단을 따라 내려온 모델들은 티로시 델레온 & 아트 밴티지 PCC 지원을 받아 전시된 예술 작품들 사이로 아름다운 발걸음을 이어갔다. 속박된 여성의 몸을 해방시키 듯 수직으로 길게 뻗은 롱 드레스 자락은 납작한 샌들과 매치해 우아함 속에 담담한 멋을 불어넣었고, 드레스 사이로 드러난 팬츠 룩은 정중한 품격을 끌어냈다. 발렌티노를 상징하는 레드 드레스의 강렬함과 주얼 장식의 플라워 패턴이 선사하는 반짝임, 풍성한 소매 자락에 담긴 고전미 등 완벽한 발렌티노를 꿈꾼 디자이너의 전략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었다.




ARMANI PRIVE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지난 2016 S/S 아르마니 프리베 쇼를 통해 컬러에 중독된 듯 퍼플 컬러의 행진을 선보인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 2017 S/S 쇼에서는 오렌지를 뉴 블랙으로 정의했다. 디자이너의 오렌지 사랑은 오렌지 플라워 프린트 톱에 오렌지 클러치백을 들고 나온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올 오렌지 룩, 톤 온 톤 오렌지 룩 등 런웨이에는 그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오렌지 룩의 변주가 끝도없이 펼쳐졌다. 심지어 메이크업도 오렌지였다! “오렌지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골드나 브라운과 잘 어울리죠. 아르마니의 관습적인 컬러 플레이를 넘어설 수 있는 컬러이고요.” 그는 자신의 확신을 보여주겠다는 듯 오렌지 룩에 브라운 샌들을 매치하고, 골드 팬츠로 그러데이션 효과를 살렸다. 이러한 컬러 행렬 사이에서 올 블랙 드레스는 과즙이 터질 것 같은 컬렉션 전개에 균형을 더하며 우아하고 고혹적인 멋이 담긴 컬버 대비를 보여주었다.




CHANEL

코코 샤넬은 캉봉 가 31번지의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옷의 면면들을 보여주길 원했다. 칼 라거펠트도 이번 쇼를 준비하며 그녀의 마음과 같았다. 옷에 대한 주목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에 설치한 거울 오브제가 바로 그 증거. 런웨이에는 시그너처 룩의 변주를 보여주듯 옐로나 베이비 핑크 등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의 트위드 수트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각진 어깨와 벨트로 강조한 허리 라인, 튤립처럼 풍성한 스커트 곡선은 정제된 80년대 스커트 수트의 모던한 버전을 제시한다. 여기에 머리 뒤로 삐딱하게 쓴 보터 햇은 스타일링에 재미를 더한 요소. 하지만 쇼의 화룡점정은 샤넬 뮤즈로 초대받은 릴리로즈 뎁이 베이비 핑크의 오간자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림 같은 피날레! 그녀의 얼굴에 번진 미소처럼 로맨틱한 패션 판타지가 밀레니얼 시대의 공주님 같이 눈이부셨다.




ATELIER VERSACE

도나텔라 베르사체만큼 관능미의 진수를 담아내는 디자이너가 있을까? 그녀는 여자 몸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글래머러스한 미적 가치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컬렉션은 아틀리에 베르사체가 지닌 순수한 힘에 관한 것으로 여인의 아름다운 변신을 담고 있어요.” 런웨이가 아닌 몽테뉴 거리에 있는 부티크 매장 2층에서 선보인 쿠튀르 17벌이 그 결과물. 여기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여자의 곡선미를 매혹적으로 만드는, 장식적 미학이 담긴 네트다. 보디컨셔스 실루엣을 타고 흐르는 네트 장식은 아슬아슬한 매력을 높이고, 한 땀 한 땀 엮은 핸드크래프트의 정교함으로 쿠튀르 정신을 살린다. 그중에서도 다크 그레이 드레스는 구불구불 움직이는 뱀의 형상에, 그레이 스와로브스키로 비늘의 반짝임까지 더해 농익은 관능미를 제대로 확인시켰다.




VIKTOR & ROLF

알록달록한 컬러의 향연 속에 컬렉션을 관통한 연결 고리는 플리츠의 대변신! 상반신을 가로지르는 플리츠부터 캉캉 스커트처럼 연출한 티어드 스커트, 네크라인을 따라 활짝 핀 플리츠 장식 등 그야말로 플리츠의 모든 것을 섭렵한 듯하다. 사실 빅터 앤 롤프는 지난 시즌에도 플리츠를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다. 그래서 두 시즌을 일렬로 놓고 보면 매우 유사하지만, 메시지는 분명 다르다. 이번 시즌에는 서로 다른 소재로 깨진 그릇을 붙이는 일본 예술, 킨츠기 (Kintsugi)에 착안해 소재의 믹스를 보여주었다. 균열과 균열 사이를 메운 듯 의도적으로 살린 드레스의 골드 장식이 대표적인 예. 재활용품으로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하는 업사이클링 작품처럼 말이다. 이렇게 탄생한 이번 쇼의 핵심은 롤프 스노에렌의 대답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파편화된 조각들은 모두 다시 합칠 수 있다.”




GIVENCHY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번 컬렉션이 리카르도 티시가 선보이는 마지막 지방시가 될 줄! 그는 12년간 지켰던 자리를 떠나며 드라마틱한 변화 대신, 기존 방식 그대로 남성복 쇼와 함께 오트 쿠튀르를 선보였다. 티시의 의도대로 자유분방한 남자 모델과 경건한 쿠튀르 룩이 대조를 이루며 극도의 우아함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컬렉션의 영감은 빅토리아풍의 드레스를 입은 19세기 후반의 아메리카 원주민 초상화. 여기에 티시의 시선이 더해져 디자이너의 DNA인 고딕 분위기를 풍기는 13벌의 걸작이 탄생했다. 체크 패턴의 드레스부터 섬세한 레이스 드레스, 깃털 장식의 시스루 드레스 등 그의 빈자리가 그리울 만큼 아름다운 드레스가 펼쳐졌다. 여기에 마리아칼라 보스코노를 시작으로 조앤 스몰스, 켄덜 제너, 벨라 하디드 등 티시 사단임을 자처하는 특급 모델들까지 힘을 더해 비범한 에너지를 풍겼다.




MAISON MARGIELA

존 갈리아노는 이번 쇼를 준비하며 SNS 현상을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필터를 레이어해서 쓰는 인스타그램 세상! 그 결과, 과감하고 이색적인 레이어드를 강조한 아티즈널 쇼가 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존 갈리아노는 전임자의
실험 정신과 해체주의를 응용하는 동시에 자신의 색깔을 접목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깨를 과감하게 드러낸 재킷이나 속이 뻥 뚫린 드레스가 전임자의 흔적이라면, 과감한 컬러 조합과 패션 이단아답게 광기를 더한 룩은 그만의 독특한 디자인 방식. 이에 대해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박수를 보낼지는 의문이지만 패션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그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사실!




GIAMBATTISTA VALLI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매 시즌 놀랄 만한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플라워의 향연으로 여자들의 눈과 마음을 늘
설레게 한다. 이번에도 꽃길을 걸은 그의 재능 덕에 로맨틱한 꽃밭이 만개했다. 붓으로 그린 듯한 플라워 프린트부터 3D 플라워 주얼 장식, 정교한 플라워 자수 등 플라워 모티프를 향한 디자이너의 애정이 각양각색으로 피어났다. 쇼의 시그너처로 대미를 장식하는 크리놀린 드레스도 런웨이가 비좁아 보일 만큼 풍성한 볼륨감과 쿠튀르의 정수를 담아 다시 태어났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디자인을 향한 디자이너의 솜씨가 로맨티시즘을 만나 또다시 업그레이드된 컬렉션.




JEAN PAUL GAULTIER

장 폴 고티에에게 패션은 놀이와 같다.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즐길 줄 아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는 모든 스타일을 총망라한 듯 다양한 스타일의 여성들이 런웨이를 점령했다. 80년대 파워 워킹 걸의 팬츠 수트 행군으로 시작한 쇼는 점차 컬러플해지더니 프랑스를 상징하는 블루와 레드 조합의 팬츠 룩을 거쳐, 데이지와 히비스커스 꽃을 피우며 비비드한 드레스 자락을 펄럭였고, 마지막에는 맑은 영혼으로 돌아가기 위함일까? 날개를 단 요정과 오버올 데님 팬츠의 건장한 청년이 손을 잡은 채 앙증맞게 등장했다. 여기에 수트와 드레스로 재탄생한 스트라이프, 관능적인 뷔스티에 룩, 콘 브라가 달린 드레스 등으로 자신의 디자인 유산을 빛내는 데도 성공했다.

장인 정신을 통해 궁극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2017 S/S 오트 쿠튀르 리포트::오트 쿠튀르,2017 s/s,하우스,디올,발렌티노,아르마니 프리베,샤넬,아틀리에 베르사체,빅터 앤 롤프,지방시,메종 마르지엘라,지암바티스타 발리,장 폴 고티에,패션,엘르,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