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사고얼마 전에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영화인들과 영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했다. 시상식의 클라이맥스인 작품상 발표. <라라랜드>가 호명됐고 제작진들은 환호 속에 수상소감을 전했다. 한바탕 축하의 자리가 마무리 될 무렵 작품상 주인공이 번복됐다. 본래 <문라이트>가 작품상으로 선정됐지만 수상작 봉투가 잘못 전달돼 이불킥을 부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나마 <라라랜드>가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6개의 트로피를 싹쓸이한 뒤라 다행이라면 다행. 아카데미 시상식의 ‘밥상 뒤집기’ 소동은 여러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멜은 ‘친자확인 TV쇼’라 자평했고 아카데미의 단골 사회자인 배우 빌리 크리스털은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어야 했다”라며 아쉬웠다. 2년 전 우승자 번복 소동을 겪은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는 공식 SNS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어떻게 대처할지 안다. 우리에게 연락해”#알몸난입1974년에 열린 제4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시상이 말썽이었다. 시상자로 나선 데이빗 니븐을 담은 카메라 화면 안으로 알몸의 남성이 뛰쳐나온 것이다.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시상식 무대를 가로지른 ‘알몸의 질주’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아카데미 트로피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자의 정체는 30대의 광고기획자. 그는 공공장소에서 벌거벗는 것이 부끄러운 행위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동기를 밝혔다. 정말로 몰랐던 걸까.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의 알몸을 부끄러워했다는 것을 말이다.#F-BOMB“욕을 잘할수록 정직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영국 케이브리지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의 요지이다. 사례를 들어야 한다면 배우 멜리사 레오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추천한다. 2011년 <파이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감격에 푹 빠진 나머지 수상소감을 전하다 ‘Fucking’이란 단어를 내뱉고 말았다. 우리 말로 하면, "기분 XX 좋아요!!" 이 발언 직후 멜리사 레오는 ‘Ooops’라는 탄식과 함께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지만 그녀의 솔직한 언어는 생중계로 전 세계에 전파를 탄 뒤였다. 과연 이 정도로 기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수상 소감이 또 있을까.#잘못된만남또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 얘기다. 이날의 호스트는 혼자가 아닌 둘이었다. 앤 해서웨이와 제임스 프랭코가 진행자로 발탁됐다. 어리고 예쁘고 잘 생긴 남녀 배우의 진행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젊은 시청자 층을 사로잡기 위한 아카데미의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이 조합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최악의 진행’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말이다. B급 기질이 충만한 제임스 프랭코의 정신세계는 시상식 무대를 겉돌았고 그로 인해 냉랭해진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앤 해서웨이는 노래와 춤을 췄지만 그럴수록 더욱 외롭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시상식 최악의 순간은 제임스 프랭코의 여장 코스프레. 안 본 사람이 이날의 승자였다.#패션왕만약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의 옷차림을 평가한다면? 1등을 꼽긴 어렵겠지만 워스트의 주인공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미국 팝을 대표하는 뮤지션이자 패션계의 뮤주아면서 배우로서도 업적을 인정받은 셰어는 딱 하나, 과도한 패션 센스가 늘 아쉬웠다. 198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잔뜩 성이 난 고슴도치를 머리 위에 얹은 듯한 헤어 스타일을 한 채 시상자로 나선 그녀는 2년 뒤 ‘레전드’라 부를 만한 패션을 선보였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용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은 것이다. 콘서트 무대였다면 다른 평가를 받았겠지만 ‘패알못’의 눈에도 잘못된 선택으로 보일 정도다. 이날 셰어는 <문스트럭>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루 동안 최고와 최악을 동시에 보여준 그녀. 시상식 패션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섬네일의 주인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