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킨케어 제품을 바른 뒤 블루, 옐로, 레드 타입의 라이트를 용도에 따라 선택해 마사지하면 된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의 스킨 라이트 테라피, 15만원대, MakeON.2 LED 광원을 이용해 피부 속 콜라겐을 활성화하고 화장품 성분이 피부 깊숙이 흡수되도록 돕는다. LED 리얼 마스크, 19만8천원, Sollumeesthe. 3 음이온과 양이온을 조절하면 클렌징부터 아이존과 페이셜 마사지, 리프팅과 비타민 흡수까지. 원하는 건 다 되는 전방위 디바이스. UP5, 22만8천원, VanaV.나는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어릴 때부터, 어쩌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시작은 특별하게 예쁘고 젊은 엄마의 딸이기 때문이라고 유추한다. 가녀린 몸에 크고 이국적인 눈, 단정한 콧날, 잡티나 뾰루지도 없는 건강한 피부색을 가진 엄마는 24세가 되던 해에 둥글넓적 인상 좋은 남편을 빼닮은 딸을 낳았다. 다행히 긍정적인 성격을 타고난 딸은 사춘기 시절에 거울을 보면서 아빠의 유전자가 준 장점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고, 하얀 피부는 마음에 든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비록 양 뺨 가득 주근깨가 촘촘히 뿌려져 있었지만 수능을 막 마친 소녀, 그러니까 나는 자신을 위해 거금을 들여 신부 세트를 방불케 하는 샤넬의 기초 화장품 세트를 구입했다. 샤넬을 쓰면 샤넬 같은 얼굴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돌이켜보면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한 시절이었지만 지금이라고 대단한 톨레랑스(내성)를 갖게 된 것도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혹하게도 마음의 성숙보다 얼굴의 노화와 주름에 더 기여하는 것 같다. 일찍이 화장품의 한계를 깨달은 나는 10년 넘게 피부과와 에스테틱에 의지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피부에 들인 돈을 얼추 계산해 보니 모르긴 몰라도 족히 대기업 과장이 된 지금의 연봉만큼은 될 듯하다. 최근 5년 동안 회사에서 30초 거리에 있는 피부과를 꾸준히 다녔더니 의사 선생님과 ‘영원한 베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가을, 남자친구와 헤어져 푸석푸석했던 나에게 최첨단 의료장비를 동원해 피부의 안녕을 도모하며 위로해 주었달까.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위기가 봉착했다. 지난 11월, 여의도에 있는 회사로 이직한 것이다. 사무실에 출근한 날, 지도 앱을 켜고 근처 피부과를 찾아봤는데 정말이지 단 한 곳도 없었다(여의도공원을 중심으로 서쪽 구역에 피부과 하나만 내주세요. 제발!). 여의도가 뷰티의 불모지라니! 더불어 야근이 잦아졌고, 데이트할 시간도, 친구를 만날 시간도, 피부 관리를 할 시간도 줄어만 갔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뷰티 에디터에게 SOS를 쳤고, 뷰티 디바이스로 홈 케어를 꾸준히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이 돌아왔다. 절박했던 내 대답은 당연히 예스! 홈 케어 디바이스의 종류나 브랜드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무려 9개 제품을 동시에 사용해 보기로 했다. 제품 중 다섯 가지가 LED를 활용한 라이트 테라피 컨셉트의 디바이스였고, 다른 제품들은 물리적 자극을 이용하는 롤러 제품과 고주파를 활용하는 디바이스, 따뜻하거나 차갑게 온도를 조절해 사용하는 디바이스였다. 편견 없이 제품이 주는 효과에 집중해 보자는 뜻에서 제품설명서를 제외한 어떤 홍보물도 보지 않았고,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았다. 9개 제품 중에서 제일 눈에 띈 제품은 솔루미에스테의 LED 리얼 마스크(2)였다. 누가 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나 다프트펑크 류의 가면을 연상시키는 아주 독특한 형태의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세럼을 바른 후에 정말 가면을 쓰듯 얼굴에 얹고(안경다리 같은 형태의 지지대가 달려 있어 얼굴에 고정시키기 좋다) 15분 동안 휴식을 취하기만 하면 된다. 분명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피부가 촉촉해진 느낌이 들긴 하는데, 같이 사는 가족들이 자꾸 놀라는 탓에 자주 사용해 보지는 못했다. 혼자 사는 분이라면 꾸준히 써보시길. 제일 기대가 컸던 제품은 루미 다이어트(5)다. 벨트 형태의 다이어트 보조기구로 파장이 짧은 근적외선을 복부에 침투시켜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기구다. 다른 디바이스들은 모두 얼굴 사용이 목적일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달까. 하지만 젤틱, 미쿨, 카복시, 아이리포, 지방분해침 등 뱃살 빼는 데 좋다는 각종 병원 시술을 두루 경험해 보았지만 딱히 효과를 본 적 없기에 집에서 사용하는 보조기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다. 3주간 꼬박꼬박 하루에 한 번 30분씩 사용해 보았지만 역시나 안타깝게도 별다른 효과는 볼 수 없었다(제품설명서에서는 최소 4주 사용을 권장한다). 다만 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배가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든다. 홈 케어 기구지만 디자인이 미끈하고,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의 옵션이 있다는 점은 꽤 큰 장점이다. 허리에 착용하기 편한 구조이긴 한데, 여러 사이즈의 뱃살을 커버하는 제품이다 보니 내 배에 맞춘 듯 착 맞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아쉽다. 제품을 착용하는 동안 진동 효과를 조절할 수 있는데, 소리가 커서 주변인들이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건 참고할 만한 점이다. 4 이 귀여운 디바이스의 목표는 단 하나, ‘피부 리프팅’! 1초에 100만 회 이상 방출되는 고주파가 피부 진피층까지 흡수돼 콜라겐 재생을 돕는다. 뉴아, 66만원, Newa.5 프로레슬링의 챔피언 벨트 아니냐고? 배에 착용하면 근적외선이 복부 지방층까지 침투해 내장 지방과 피하 지방을 분해하는 ‘꿀’템이다. 루미다이어트, 79만8천원, DoubleH.6 자외선과 가시광선, 근적외선의 7가지 파장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과 속이 꽉 찬 스킨케어가 가능한 트리플케어 & 스킨 쿨러, 48만원, Ludea.7 두 가지 온열 모드와 냉각 모드가 늘어진 모공을 케어하고 피부 혈액 순환을 개선한다. 핫앤쿨스킨핏, 19만8천원, VanaV.8 에스테틱 숍의 스톤 테라피에서 영감 받아 그립감이 뛰어난 에스테, 24만원, Unitec.9 일반 롤러가 아니라 히알루론산 침이 달려 있는 롤러. 롤링할 때마다 침이 녹으며 피부에 미세 자극을 줘 피부 탄력을 채워준다. N.T.S 프로그램, 14만 2천원, Maxclinic.제일 실용적인 제품은 루데아 트리플케어(6)다. LED의 다양한 파장을 이용한 전형적인 라이트 테라피 전용 제품인데 아침저녁으로 세안 후 얼굴에 기초 제품을 바를 때마다 화장대 위에 세워놓고 사용하기 편했다. 레드, 옐로, 스카이블루 같은 광선은 눈이 부셔 자주 사용하기는 어려웠지만 IR 집중 모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라 매일 거울 옆에 켜두기 좋았다. 두피에 사용하는 것도 시도해 봤는데, 왠지 손 들고 벌 받는 기분이라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스킨케어 후 마무리할 때 사용하면 좋다는 스킨 쿨러는 솔직히 예쁘지 않은 디자인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다. 제일 예쁜 디자인의 제품은 메이크온(1)이었다. 세 가지 LED에 미세 진동을 더한 디바이스는 크고 무거워 손 안에 가득 들어오는 다른 제품에 비해 콤팩트하고, 화장대 위에 올려놓기 좋은 크기다. 얼굴에 세럼을 바르거나 크림을 바를 때 흡수를 돕는, 성능이 좀 더 좋은 손가락 같은 용도로 쓰기 좋았다. 제일 효과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뉴아(4)였다. 함께 구성돼 있는 리프트 액티베이터 젤을 전극에 바르고 피부에 닿는 온도를 1단계 또는 2단계로 취향에 맞게 조절한 뒤, 양쪽 뺨과 턱에 각각 4분씩 총 16분을 마사지하는 디바이스다. 전극 온도는 사람에 따라 자칫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따뜻한 고주파 마사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조작도 스위치 하나로 하고 기능도 한 가지뿐이라는 심플함도 마음에 든다. 사용하고 난 뒤에는 순간적으로 탄력이 생긴 느낌이 든다. 다만 사용후 전극을 닦는 과정이 번거롭고, 제품설명서가 읽기 힘든 번역체라는 건 안타깝다. 제일 독특했던 제품은 다른 디바이스들과는 전혀 다른 컨셉트의 히알루론산 롤러인 맥스클리닉의 NTS 프로그램(9)이다. 우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게 다른 9개 제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 1주일에 한 번씩 얼굴에 앰풀을 도포하고 미세한 히알루론산 침이 박혀 있는 롤러로 얼굴 라인을 따라 롤링해 주면 된다. 피부과에서 MTS 시술을 받았을 때 나름 만족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가 컸던 제품이다. 그런데! 오른쪽 턱에서 광대뼈까지 두 번 롤링하자 히알루론산 침이 다 녹아버리고 말았다. 왼쪽 뺨은 예뻐질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앰풀의 양이 넉넉하기에 아쉬운 대로 앰풀 마사지를 했는데, 그나마 피부 위에서 뭉쳐서 결국 닦아내야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앰풀이 흡수되지 않은 채 롤러를 사용하면 침이 쉽게 녹는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사용자와 궁합이 맞아야 효과도 있는 법. 제일 신선한 기능을 가진 제품은 바나브(3, 7)였다. LED를 사용하는 점이나 따뜻한 열감으로 관리한다는 점, 진동을 사용했다는 점 등은 다른 제품들과 비슷했고, 기능은 그 어떤 제품도 특별히 좋거나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 바나브 UP5의 재미 요소는 바로 뮤직 테라피였다. 디바이스에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음악을 켜면 음악에 따라 3D 진동 마사지 파장이 다르게 나온다는 거다. 눈에 띄는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감을 활용하는 기능이라는 데 점수를 주고 싶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사용하기 불편했던 제품은 에스떼(8)였다. LED와 진동, 음이온 마사지 등 다른 제품들과 비슷한 기능을 지녔는데, 전원을 켜고 기기를 손으로 잡으면 어느 때는 진동이 켜지고 어느 때는 켜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됐다. 또 진동이 세고 소리도 커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과 함께 3주를 보냈다. 늦잠을 잔 날도, 술을 마신 날도 매일매일 저들 중 한 가지는 꼭 사용했다. 각각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순간에는 이게 뭔가 싶고,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지금 피부를 꼼꼼히 살펴보니 턱에 났던 작은 표루지들이 사라졌고 눈가 주름도 약간 줄어든 느낌이다. 모든 디바이스 설명서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 최소 4주 이상 두세 달 정도 꾸준히 쓰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데는 첩경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