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엠마 와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젊은 페미니스트 엠마 와슨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엘르> 커버를 장식했다::엠마 와슨,엠마 왓슨,Emma Watson,페미니스트,배우,미녀와 야수,벨,영화,해리포터,헤르미온느,양성평등,인터뷰,헤르미온느,페미니즘,연설,공유 책장,Our Shared Shelf,에코에이지,커버걸,3월호 커버,엘르,elle.co.kr::

셔츠는 빈티지 제품으로 Ralph Lauren.




점프수트는 Gabriela. 화이트 톱은 빈티지. 슈즈는 Stella Mccartney.



엠마 와슨은 1년을 쉬었다. 하지만 그 1년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극히 ‘그녀다운’ 활동으로 꽉 찬 기간이었다. 이를테면 UN 여성기구와 함께 말라위를 방문하는 것, 양성 평등에 관한 몇 차례의 연설을 하는 것,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을 인터뷰하는 것, 다양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캐나다 총리인 저스틴 트뤼도를 만나는 것, 그리고 베스파를 타고 남몰래 토론토를 여행하는 것. 이뿐 아니다. 그녀는 <에스콰이어> 매거진의 게스트 에디터로서 톰 행크스를 인터뷰하고, UN '히포쉬(HeForShe)' 캠페인 영상에서 비트박스에 도전했으며, ‘에코-에이지(Eco-Age)’와 함께 ‘지속 가능한 옷 입기’ 캠페인에 참여했다. 독서 문화 커뮤니티 ‘공유 책장(Our Shared Shelf)’을 개설한 데 이어 케이틀린 모란과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페미니스트 작가들과 일대일 인터뷰까지. 그 와중에 엠마 와슨은 46권의 책을 읽었다. 거의 일주일에 한 권꼴이다. “듣기만 해도 지치네요. 잠시 스파에 다녀올 시간조차 없었을 것 같아요. 도대체 이 많은 활동은 전부 무엇을 입증하기 위해서인가요?” 커다란 초콜릿 케이크와 레드 와인 한 잔을 앞에 둔 엠마가 내 질문에 웃음을 터트렸다. “입증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저 1년간 자신에게 충실하자고 결심했을 뿐이에요. 마음먹은 대로 무언가를 향해 움직였을 때, 그 움직임이 무언가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싶었거든요.”


엠마를 맨 처음 만난 것은 <엘르> 영국의 2009년 8월호 커버를 촬영하던 날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끝낸 그녀는 막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친구들은 그녀를 ‘엠(Em)’이라고 불렀고, 19세의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헤르미온느에게서 벗어나는 것 혹은 자신이 헤르미온느와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감정과 고민이 씻겨 지나갔다. 한층 성숙해진 그녀는 이 마법 같은 분신이 의외로 자신과 제법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옳다고 믿는 것을 반드시 해 내는 의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꼼꼼한 태도까지 말이다. 26세의 엠마 와슨에게는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호기심’이 있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가치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은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엠마는 페미니즘에 관해서라면 기꺼이 스스로를 노출시키지만, 그 외에는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적극적이고 강인한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그저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점프수트는 빈티지.



셔츠는 빈티지 제품으로 Ralph Lauren. 팬츠는 Fonnesbech.



2년 전, 우리는 함께 센트럴 파크를 산책했다. 그녀가 UN 본부에서 양성 평등에 관한 연설을 한 직후였다. 무려 170만 명이 유튜브를 통해 감동적인 연설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으며, 그녀는 전 세계 기사의 1면을 장식했다. 엠마는 떨리는 동시에 묘한 행복감을 느꼈다고 회상한다. 연설은 성공적이었지만, 해당 분야를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녀가 자신의 ‘영향력’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엠마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친구들은 그녀가 헌신적이고, 성실하며, 가족에게 각별하다고 묘사한다. 그녀는 내가 인터뷰한 수많은 셀러브리티 중에서 내게 몇 명의 자녀가 있는지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심지어 엠마는 다양한 통계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워킹 맘들이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해 준 적도 있다.


이번 만남은 특히 그녀의 북 클럽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뮤지컬 <미녀와 야수>(3월 16일 국내 개봉)에 초점이 맞춰졌다. 영화의 첫 티저 영상은 발표된 지 24시간 만에 조회수 1억 2700만 뷰를 기록했다. 댄 스티븐스와 루크 에번스 등이 함께 출연한 영화를 두고 엠마는 ‘프린세스 부트 캠프’라고 말한다. 승마와 왈츠를 집중적으로 배웠고, 보컬 레슨도 받아야 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캐스팅된 지 벌써 15년이 됐더라고요. 헤르미온느와 벨은 강력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어요.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소중한 캐릭터들이죠. 때로는 영화가 오히려 순수한 도피처가 되기도 하거든요.”


1년간의 휴식은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공적인 자리에 서다 보면 온갖 구설수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해요. 페미니즘은 내게 또 다른 커다란 주제지만, 상처 받고 며칠씩 집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훌훌 털어내는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죠. 적어도 24시간은 부루퉁해 있을 시간이 필요했어요. 여러 페미니스트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됐어요. ‘일상에서의 성차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로라 베이츠(Laura Bates)는 ‘불필요한 소리를 해 대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지 않기를!’이라고 적은 메모를 초콜릿과 함께 보내주기도 했죠.” 하지만 그녀가 양성 평등 캠페인에 있어 ‘부유한 백인 여성의 특권을 이용한다'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비난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동일한 관점을 지닌 동료에게 비난받는 건 견디기 어려워요. 한편으로는 내 접근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좀 더 사려 깊게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때로는 훨씬 단호해질 필요도 있지만 어떤 때는 가볍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페미니즘에도 유머가 필요해요. 종종 ‘장난기를 조금만 발동시키면 페미니즘이 좀 더 경쾌한 방식으로 확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죠. 모든 문제를 너무 진지하게 다룰 필요는 없으니까요.”



블랙 드레스는 Bottega Veneta.



블랙 모자와 블랙 재킷, 블랙 슈즈는 모두 빈티지. 드레스와 스카프는 모두 Roland Mouret.



페미니스트 북 클럽인 ‘공유 책장(Our Shared Shelf)’을 통해 책을 읽고 토론을 벌여온 엠마는 마야 안젤루의 <엄마, 나 그리고 엄마>를 추천했다. “마치 중력에 이끌리듯 책 속의 여성들에게 빨려 들어갔어요. 그녀들의 비밀을 이해하려 애썼고, 한편으로는 더 많은 걸 알아가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죠.” 굿리즈 홈페이지(www.goodreads.com)에 소개되는 ‘공유 책장’은 오래된 베스트셀러부터 신간까지 여성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좋을 다양한 페미니즘 서적들을 다루고 있다. ‘오프라의 북 클럽’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것처럼, 그녀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내 인생>,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 케이틀린 모란의 <여자가 되는 법>,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셰릴 우던의 <절망 너머 희망으로>, 매기 넬슨의 <모험가들> 역시 그녀에게 깊은 감명을 안겨주었다. 그녀가 이란에서 태어난 소녀의 성장 만화인 <페르세폴리스>를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한때 그녀의 조부모님이 이란에서 거주했고, 아버지도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을 느꼈어요. 전 세계의 페미니즘이라는 커다란 그림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엠마가 직접 책을 쓸 생각도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건 나중으로 미루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쯤으로요. 지금은 많이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쓰는 것은 읽는 것과 완전히 달라서, 엄청난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니까요.”


엠마가 느끼는 또 다른 부담감은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만큼 누구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UN 여성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트럼프를 만나 추천 도서를 건넬 예정이지만, 돌발 상황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마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을 건네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심플하면서도 논점이 뚜렷하고 합리적이니까요.” 그녀는 요즘 안젤라 카터의 <서커스의 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거칠고 기묘하며 난해한 희극적 소동으로 가득한 이 책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엠마가 킥킥대며 웃는다. “기대하지 못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당황스럽긴 해요. 그래도 자신의 한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이 젊은 페미니스트에게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러브 스토리’를 물어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브라운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녀의 선택은 의외로 <저스트 키즈>. 도발적인 펑크 시인이자 여성 로커인 패티 스미스와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젊은 날을 그린 자전적 스토리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 반드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배(Ship)’처럼 느껴져서 좋았어요. 두 사람의 연애는 단순한 성적 관계를 뛰어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우정으로 이어졌으니까요. 시대를 훌쩍 앞서나갔죠.” 나는 30대가 되어 더 자신감 넘치는 한편, 한결 부드러워진 엠마 와슨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진지함을 덜어내고 조금은 가벼워진 그녀가 우리 시대 최고의 페미니스트이자 롤모델이 되어 있길 기대하면서.




WHY ECO FASHION MATTERS
엠마 와슨과의 이번 화보 촬영은 에코-에이지 (Eco-Age)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배우 콜린 퍼스의 아내이자 환경운동가인 리비아 퍼스가 설립한 에코-에이지는 그린 카펫 챌린지(GCC; Green Carpet Challenge) 캠페인을 전개하며 빈티지와 친환경 의류,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브랜드 등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알리고 홍보한다.
자세한 내용은 eco-age.com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젊은 페미니스트 엠마 와슨이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lt;엘르&gt; 커버를 장식했다::엠마 와슨,엠마 왓슨,Emma Watson,페미니스트,배우,미녀와 야수,벨,영화,해리포터,헤르미온느,양성평등,인터뷰,헤르미온느,페미니즘,연설,공유 책장,Our Shared Shelf,에코에이지,커버걸,3월호 커버,엘르,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