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영상을 풀어놓은 예고편보다 한 장의 이미지만으로 더 선명하게 각인되는 영화 포스터. 딱딱한 줄로만 알고 있던 활자가 얼마나 다양한 인상을 갖고 있는지 깨닫게 만드는 캘리그래피. 요즘 영화관에 갔다가, SNS에서 볼만한 영화를 검색하던 중 이런 포스터를 발견했다면 열에 여덟은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가 내놓은 결과물이다.3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뤄진 프로파간다의 포스터는 새삼 새롭다.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존재감을 갖추고 있다. 영화가 주는 분위기에 집중하며 함축과 여백의 기치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포스터에는 클라이언트를 설득했을 창작자로서의 작가 정신과 고집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얼굴을 출연 분량에 맞춰 겹겹이 나열하느라 흡사 가족사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 포스터들에 질릴 때면 잃은 입맛도 끄집어내는 동치미 한 사발처럼 감각의 발랄을 환기시키는 프로파간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상업영화와 달리 더 많은 창작의 자유가 주어지는 독립영화 포스터에서 프로파간다가 지향하는 디자인 스타일과 감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화를 보고 욕심이 나 영화사에 작업 제안을 한 <지슬>을 비롯해 <워낭소리> <족구왕> <소셜포비아>의 포스터도 프로파간다의 작품이다.타이포그래피를 강조한 포스터들. 이미지의 스케일을 후퇴시키고 활자의 힘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시선을 잡아끄는 활자의 형상이 하나의 이미지처럼 느껴진다.프로파간다의 손길이 닿은 재개봉 영화 포스터들. 이렇게 세련되어졌다.프로파간다는 영화 포스터 외에 드라마, 공연, 영화제 포스터와 블루레이 디자인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인어라는 전지현의 정체와 배경인 푸른 바다, 캘리그래피 타이틀이 조화를 이룬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포스터, 안성기 주연의 영화 <개그맨> 블루레이, 쥘 베른의 소설 <녹색광선>의 표지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