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부부리를 안고 다이닝 룸 앞에 선 이혜영. 디자이너 베로니크 태탱저가 디자인한 까나쥬 패턴 테이블웨어는 Dior Maison.지베르토 아리바베네가 디자인한 무라노 글라스 오브제 ‘린 베니티엔느’는 Dior Maison. ‘베네치아 여인’이라는 뜻이다.이혜영이 푹 파묻혀 쉬기를 즐기는 2층의 작은 리빙 룸 소파. 위에 놓인 100% 캐시미어 블랭킷과 쿠션은 모두 Dior Maison.까나쥬 패턴의 3단 케이크 트레이.미신에 꽤 관심이 있었다는 크리스챤 디올에게서 영감받은 익스클루시브 타로 카드 세트와 검은색 라인이 강렬한 누아르 시리즈의 사각 접시는 모두 Dior Maison.이혜영의 집안 곳곳에는 빈티지 수납장이 놓여 있다. 드레스 룸은 주얼리와 액세서리 장으로 쓰고, 거실 한편에는 글라스웨어들을 세팅해 두었다.튈르리 테이블클로스와 리본 모양의 깜찍한 냅킨 링으로 장식한 테이블 세팅.그녀의 작품 사이에 놓인 쿠튀르 베이스는 Dior Maison. 유리를 입으로 불어서 만들었다.  최근 천갈이를 한 소파와 강렬한 레드 컬러 카펫은 대단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집안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거실에 누워 자수가 놓인 디올 메종 쿠션을 안은 이혜영. 플라타너스 나무 소재의 시가 & 주사위 놀이 박스 ‘몽 피에르’, 위베르 르 갈이 디자인한 접시 컬렉션, 레드 컬러 글라스웨어, 블랙 컬러 라인의 접시는 모두 Dior Maison.크리스토플과 협업한 식기 세트는 Dior Maison.이혜영은 집을 꾸미고 인테리어를 연구하는 데 전혀 시간을 쓰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제가 인생에서 제일 안 하는 게 리서치에요(웃음). 취향이라는 게 늘 똑같은 것도 아니고, 봄·여름엔 이런 느낌, 가을·겨울엔 요런 느낌이 좋아 만날 뒤죽박죽이에요. 예쁘면 되죠 뭐!” 집 전체를 감싸는 베이스 컬러는 미니멀 화이트지만 패브릭은 패턴이나 컬러가 화려한 것들로, 가구와 오브제 소품류는 크리스털 또는 빈티지로 소재와 텍스처에 통일감을 줬다. 그 외의 법칙은 제로, 모든 것이 자유 일색인 그녀의 놀라운 믹스매치 능력에 대해 정작 자신은 생각이 많은 편도 아니고 즉흥적일 뿐이라고 가볍게 말한다. “그냥 꽂히면 좋은 거죠. 전 그림 그릴 때도 무슨 색을 써야겠다고 미리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스케치도 거의 안 하고 그리거든요. 인테리어도 똑같아요. 남들은 제가 온종일 인테리어만 생각하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지금 이 집에서는 3년 정도 살았으니, 돈을 많이 들여 전체를 바꾸기보다 색을 크게 좌우하는 카펫이나 소파 천갈이 정도만 고민해요. 예쁜 오브제 한 개로도 족하고요.”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소개되는 디올 메종 컬렉션이 그녀의 집으로 공수돼 테이블 위에 놓이자 아닌 게 아니라 집에 드는 채광이나 가구는 그대로인데 봄 분위기가 피어난다. 다종의 다양한 디자인이 모여 있는 데도 법칙 없이 꾸몄다 해도 그녀다움이 뚝뚝 묻어난다. “저에겐 패션이나 그림, 인테리어가 똑같아요. 안정적인 구도, 약간의 여백, 컬러 매치, 톤 온 톤 딱 이 정도 법칙인데 이게 일반적으로 옷 잘 입는 공식이잖아요? 어디 가구가 요즘 잘나간다더라, 그런 건 하나도 모르고요. 가구도 옷 브랜드처럼 잘 안 보고 사는 습관 그대로예요. 솔직히 별로 어렵지 않고, 그렇게 접근하니까 실행에 옮기는 것도 쉬워요.” 그녀가 디올 메종을 반기면서도 첫인상에서 살짝 놀랐던 이유는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여러 컬렉션이 모여 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는 점이다. 디올답게 우아하되, 유니크한 포인트들을 예리하게 찾아냈다는 평가다.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지 어렵다는 질문도 한 방에 해결해 준다. “내가 디올에서 이 꽃병을 샀으니까 눈에 잘 띄는 곳에 놔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 어려운 거예요. 아무 데나 놓은 것처럼 툭, 그러면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보이니까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요. 거기에 바게트를 넣든 대파를 꽂든, 마음으론 정말 아끼지만 남이 볼 땐 막 쓰나 싶을 정도로 곁에 두는 게 진짜 멋스러워요.”이혜영이 오브제나 옷,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멋진 이유는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따뜻한 시선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와 만나도 언제나 즐거운 이혜영이라서 넘겨짚은 게 아니다. “먼 훗날 제가 세상을 떠난 후라도 이 물건들이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얘들만의 이야기가 있도록이요. 최근 식탁 위의 샹들리에를 바꿨잖아요? 이전 조명이 훨씬 비싸지만(웃음), 이 샹들리에를 처음 봤을 때 약간 비뚤어진 부분도 있고 녹도 슬어 있었거든요. 60년대 물건이라는데, 얘가 우리 집에 와서 또 한 10년 살면 예쁘게 낡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옷을 다 입고 나서 신발을 고를 때도 있지만, 꼭 신고 싶은 신발부터 시작해서 옷을 맞출 때도 있잖아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라 아이템 한 가지가 눈에 밟힐 때가 있고 그 오브제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어요.” 그녀는 해외에 머물 기회가 있을 때 생 로랑의 집 또는 랄프 로렌의 집처럼 유명 디자이너들의 공간을 탐색하는 편이다. 그렇게 꾸며서 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들만의 스토리가 담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예쁜 옷을 보면 디자이너가 무슨 생각으로 이 옷을 만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옷감과 이런 프린트를 썼는지 상상하듯이. 어떤 옷들은 잘 입기 위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어떤 옷은 주로 옷장에 걸어두더라도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기억하고 싶어서 사기도 한다고. “옛날엔 돈 쓰는 걸 겁냈어요. 그러면서 막상 사면 쓸데없는 걸 샀더라고요. 사람들은 보이는 것이나 꾸미는 것에만 신경 써요. 오래된 가구도 그냥 쓰고, 좋은 식기는 찬장에 넣어둔 채 말도 안 되는 접시만 쓰고요.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하면 ‘어우 그럴 돈이 어딨냐’ 그래요. 저는 온 가족이 같이 있는 공간의 분위기가 좋아지는 효과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집에서 살면 아이들도 자라면서 은연중에 보고 배우는 게 있겠죠. 가족을 위한 공간의 아름다움은 여자들이 만들 수 있는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올 6월에 뉴욕 첼시에 있는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대부분인 그녀가 오래도록 집에 있어도 즐겁기만 한 이유다. “지난겨울 뉴욕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성사된 프로젝트예요. 전통 있는 갤러리에서 제 그림을 보고 직접 결정한 거니까, 한 마디로 정식 필드 진입에 합격한 거죠(웃음)! 신작도 많이 필요해서 그릴 게 산더미에요. 하나 안 좋은 건 예쁜 옷을 사도 입고 나갈 수 없다는 거예요. 만날 집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어서.” 오프닝에서 입으면 되지 않냐는 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말한다. “내가 오프닝에 입으려고 산 옷이 벌써 몇 벌인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