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백 탄생의 주인공, 제인 버킨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혹 ‘버킨’이라고 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단번에 에르메스 ‘버킨백’과 함께 그것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고결하고 우아한 이미지만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버킨백을 알기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여인이 있다. 바로 버킨백의 탄생을 가능케 한 주인공, 제인 버킨이다. :: 패션,인터뷰,스타일리시한,우아한,아름다운,제인 버킨,엘르,엣진,elle.co.kr :: | :: 패션,인터뷰,스타일리시한,우아한,아름다운

WHO’S WHO1926년에 태어난 제인 버킨은 영국의 배우, 모델, 가수, 그리고 감독이기도 하다. 1969년 세르주 갱스부르와의 듀엣곡 ‘쥬 땜므 모아 농 쁠리(Je t’aime moi non plus)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1년에는 활발한 자선활동으로 OBE(Order of the British Empire 영국제국훈장)를 수여받았고 2006년에는 밀러 해리스(Miller Harris)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그녀의 향수 ‘레흐 드 히엥(L’Air de Rien)’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이를 잇는 새 향수인 ‘엉 쁘띠 히엥(Un Petit Rien)’을 론칭했다.63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당신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특별히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지금의 어떤 패션니스타보다 스타일리시했던 어머니 주디 캠벨(Judy Campbell)의 영향이 가장 크다. 포토그래퍼 세실 비튼(Cecil Beaton)은 어머니를 두고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칭송하기도 했지. 언제나 우아한 자태를 뽐대던 어머니는 하루에 세 번씩 옷을 갈아입을 정도였다. 어릴적 내가 남자애들 같은 반바지를 입겠다고 했더니 정말 당황한 표정을 지었던, 딱 그런 분이셨다.남자아이 패션을 즐기던 당신이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할는지.절대 잊을 수 없다. 마치 내가 공식적으로 ‘소녀’가 됐음을 기념하는 순간이었으니까. 내 첫 드레스는 다름 아닌 어머니가 무용 레슨을 위해 만들어주신 거였다. 그 드레스를 입은 나를 보며 오빠는 “이젠 넌 빠져!”라며 매몰차게 뒤돌아섰다. 그때만 해도 대장인 오빠와 언니, 나 이렇게 셋은 사내아이마냥 몰려다니며 일을 벌이기 일쑤였는데 드레스 하나 때문에 그 무리에서 퇴출당한 셈이었다.그럼 당신만의 스타일은 언제부터, 어떻게 만들어나가게 됐나.첫 딸 케이트를 가졌을 때였다. 당시 존 배리(John Barry)와 결혼했던 나를 어느 잡지에서 ‘존 베리의 E-타입 재큐어와 E-타입 아내(His E-type Jaguar and His E-type Wife, 클래식한 E-타입 재규어 자동차처럼 반듯하고 잘 다듬어진 이미지)’라고 표현한 문구를 봤다. 마음에 걸렸지만 억지로 뭔가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러다가 케이트를 임신했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960년 어느 날, 우연치 않게 C&A 미니드레스를 임부복으로 입고 파리에 갔는데 사람들이 다들 내 패션에 놀라더라. 내 스타일은 아마 그때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당신을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패션은 어떤건가.오버사이즈의 남자 옷을 입는 것. “난 별로 신경 안 써!”라는 무심한 애티튜드야말로 사람들이 나를 꽤 스타일리시하게 보는 요소인 것 같다.여성이 갖고 싶은 백으로 손꼽히는 버킨백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신의 이름을 딴 가방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물론 근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1980년 즈음에 나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있었다. 당시 이것저것 꽉꽉 차 있던 내 에르메스 오거나이즈가 옆사람에게 다 쏟아졌는데 그가 날 보더니 “가방 주머니 안에 넣어두지 그러냐?”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에르메스에서 주머니가 있는 가방을 만든다면 그렇게 할 텐데요.”라고 했더니 그가 알고 보니 에르메스의 CEO인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였다. “내가 바로 미스터 에르메스다. 당신을 위해 주머니가 있는 백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한 달 후, 그가 나에게 새로운 가방 디자인을 보여주며 가방 이름을 내 이름을 딴 ‘버킨백’으로 지어도 괜찮냐고 물어왔다. 버킨백의 판매 수익의 일부가 자선단체에 기부되니 제법 쓸모 있는 가방이라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잘 모르는 당신의 버릇이나 특별한 행동같은 게 있는지 궁금하다.내가 잠옷 차림으로 길거리를 배회한다면 믿어지나? 정말 파리에서 잠옷 차림으로 이곳저곳을 누비며 꽤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다. 거기에 고리 버들로 만든 바구니까지 들고 다니기도 하고. 세르주 (갱스부르)는 그런 내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끼익’ 하고 차를 세운 다음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지만 난 그저 영국인다운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당신이 갖고 있는 천국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인가.뭔가 새롭게 꿈꾸는 그런 천국이라기보단 내가 갖고 있는 오빠 앤드류(Andrew), 언니 린다(Linda)와의 기억이 나에겐 천국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부모님이 버크셔(Berkshire)에 농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 외에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중요하지 않은 그런 시절이었다.친한 친구들에 대해서도 얘기해달라.가장 친한 친구는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온 가브리엘 크로퍼드(Gabrielle Crawford)다. 함께 자란 것 말고도 우린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각각 새 남자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만났다. 내 첫 향수인 엉 쁘띠 히엥(Un Petit Rien)을 만들 수 있게 된 계기인 린 해리스(Lyn Harris)와 밀러 해리스(Miller Harris)를 소개해 준 것도 바로 가브리엘이고.애완동물도 키우는지.불독 한 마리를 키운다. 이름은 도라(Dora). 여행이 잦은 내 옆에는 언제나 도라가 함께한다. 도라가 가장 좋아하는 건 푹신한 소파 위에서 행복하게 잠자는 건데 아마도 기차나 차 안은 도라에게 불편할 거다. 참 착하고 헌신적이며, 든든한 동반자다.지금까지 당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나.65년 동안 예상치 못했던 우연한 일들이 나를 평범하지 않은 길로 이끌었던것 같다. 사실 원대한 꿈을 품었던 적은 없었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