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 내가 어젯밤에 있었던 ‘썰’을 푼다니까. 넌 그냥 내가 말하는 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돼. 알았지? 그럼 점심때 보는 거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인도 식당으로 나오라는 Y의 전화였다. 칼럼 마감날이 다가오면 ‘예민 보스’가 되어 책상만 지키고 있는 나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불러내는 걸 보면 분명 어젯밤에 대단한 일이 있긴 있었나 보다.     차이(Chai)를 마시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때 Y가 상기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그 왜, ‘토끼팡팡’이라고 예전에 누가 너한테 제보했다던 체위 말이야." "응? 그게, 뭔데, 뭔데?" 옆에 있던 J가 Y를 재촉했다. 귀여운 이름의 정체는 내가 섹스 칼럼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 한 여자 독자가 제보해 준 체위였다.   "예전에 너한테 듣고는 그냥 웃고 넘겼는데 어제 갑자기 그게 생각난 거야." "그러니까 여자가 바닥에 눕고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서 그네 타듯이?" "그래 그 거." 때마침 웨이터가 테이블로 음식을 내 오자 Y는 웨이터의 눈치를 살피며 속삭였다. J도 목소리를 낮춰 쿡쿡거리며 웃었다.    "여자와 남자가 반대로 자세를 잡아도 가능해. 그러면 여자의 골반이 수축하면서 색다른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그림이 좀 웃기겠다." "그렇긴 한데, 그게 어느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느낌이 오더라 이 말씀이야. 그 후에 생각해 보니까 삽입 섹스는 역시 각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예전에는 일반적인 정상위를 안 좋아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베개를 엉덩이에 깔고 하면 좋다고 하길래 시도해보니까 뭔가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었어." 이과 출신인 Y가 진지하게 말을 받았다.   "그런데 체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카마수트라라고 잡지나 앱에서 소개하는 체위 모음집 있잖아. 거기 보면 뭐 온갖 요상한 체위가 100가지도 넘던데. 대부분이 너무 비현실적이던데?" 커리에 난을 찍어 먹으며 J가 말했다.   "하긴 몇 년 전 한 산부인과 의사가 쓴 칼럼을 봤는데 질 오르가슴을 느끼려면 오히려 체위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그래. 카마수트라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사실 체위 이야기는 그 책에 20% 정도밖에 안 돼. 그 당시 사랑에 대한 철학을 쓴 책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부분만 부각 된 거 같아. 책을 정독해 보면 결국은 섹스나 육체적인 매력도 한때고, 연인의 매력을 결정짓는 건 위트나 교양이다. 이런 얘기가 많아(그렇지 않아도 이번 칼럼 때문에 카마수트라 번역판을 구해 읽던 중이었다).   "그런 얘기는 너무 뻔하잖아. 난 ‘남친’과 침대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필요하다고. 나처럼 이제 막 불타오르기 시작한 커플들은 재미 삼아 한 번씩 따라 해 볼 만도 한 것 같아. 솔직히 매번 같은 자세보다 낫지 뭐. 커플 요가처럼 운동도 되고 좋잖아. 요상한 자세 때문에 웃기도 하면서 더 친해지는 거지 뭐."   그때 문득 Y의 뒤에 걸린 카펫이 내 눈에 띄었다. 카펫 위에는 10만 년 동안 10만 8천 가지의 체위로 사랑을 나눴다는 인도 신화 속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가 그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파르바티와 Y의 분위기가 묘하게 닮은 것 같아 몰래 웃었다.   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