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테슬라를 탄다는 것

순수전기차 테슬라가 한국에 들어왔다. 어떤 외산차가 단지 한국에 수입된다는 것 이상의 의미, 상식을 파괴한 이 신생 자동차 브랜드는 한국의 도로 위 사정을 바꿀 수 있을까?

BYELLE2017.02.04


“‘전력공학과 무선통신 분야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우리는 이 남자의 이름과 마주치게 된다. 에디슨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공학도 사이에서 테슬라라는 이름은 천재라는 말과 동의어로 여겨진다.” 전기작가 장석봉이 한 매체에서 니콜라 테슬라를 표현한 말이다. 역사 속 전기공학자의 이름을 따왔지만 테슬라란 브랜드는 2003년에 설립된 신생 업체다. 또 한 명의 공학자이자 대담한 비즈니스맨, 영화 <아이언맨>의 모델이라고도 알려진 엘런 머스크가 만들었다. 미국 자동차 역사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외에 100년 만에 탄생한 완성차 업체인데, 전기차만 생산한다. 


그러나 테슬라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그 상식 파괴적 행보와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일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자동차를 이해하려는 것부터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는 생각보다 진부하다. 전 세계적인 규모와 온갖 법률과 규제 문제,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데다 수만 가지 기계설비부품들의 조합체라는 숙명적인 무게감. 자동차 사업은 굉장히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애플리케이션 하나 개발해서 대박이 나는 힙스터들의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보수적이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계를 가진 세계라는 말이다. 그런 곳에서 테슬라란 이단아는 브랜드를 설립한 지 5년 후, 최초의 양산 모델로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내놨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 대신 소형가전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전지를 6000개쯤 모아서 배터리를 새로 만들었다. 로드스터의 등장이 특히 화려했던 이유는 초기 모델 100대를 계약금 10만 달러(약 1억원)을 미리 지불한 사람들에게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구글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 & 세르게이 브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지 클루니 등이 그 100명 안에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팔았다. 테슬라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그 트렌드세터들이 이후의 소비자들을 그러모아 줬다.


이어 등장한 프리미엄 세단 ‘모델 S’, SUV인 ‘모델 X’ 역시 매우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자체 예상 판매대수를 훌쩍 넘길 만큼 팔렸다. 그러나 비싼 가격을 단순한 고가 정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미국 기준으로 테슬라 판매는 ‘본사-딜러-영업사원-소비자’ 단계를 ‘본사-소비자’로 간소화했다. 딜러 전시장이 없는 대신 본사가 체험 센터를 운영한다. 자동차 전시장 하면 으레 떠오르는 통창의 근사한 빌딩이 아니라, 쇼핑몰 한복판에 패션 브랜드들와 애플 스토어 사이에 입점한 매장에선 테슬라 운전석에 앉아 셀카를 찍으려는 젊은 애들뿐이고 모든 판매는 온라인으로 직접 이뤄진다. 


한국 진출이 확정됐지만 매장은 베일에 가려진 현재, 국내에서도 얼리어답터와 트렌드 리더들 사이에서 테슬라는 무척 기다려지는 존재다. 그러나 막상 판매가 시작된다 해도 쉽게 살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국내 수입이 확정된 모델 S모델 X 모두 1억 원이 넘는다. 보급형인 모델 3는 수입 시기가 미정이다. 가격만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모델 S 상위 버전은 제로 백이 2.5초에 불과해, 페라리보다 빠르다. 모델 X는 SUV임에도 양 문이 날개형으로 열리는 걸윙 도어다. 서울에서 이런 테슬라를 몰고 다니려면 주위의 오묘한 시선을 따갑게 받을 것이며, 교통법규라도 어겼다간 주위 차량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겉멋(?)만으로 테슬라를 산다는 비아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 X의 주행거리는 400km에 이른다(보통 전기차들이 100km대다). 게다가 테슬라가 직접 설치한 충전소에서 30~40분 안에 배터리의 80%를 충전할 수 있고, 휴대폰처럼 단 90초 만에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17인치 모니터를 달아 차의 모든 기능을 통제한다. 차의 기능은 마치 휴대폰 OS를 업그레이드하듯 통신망을 통해 이뤄진다. 자율주행기능 역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차 안에 집어넣었다. 

 
테슬라는 오랜 세월 동안 되풀이된 선입견 ‘전기차는 보편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전부 뒤엎었다. 자동차 생산은 당연하고 현시대의 문화 현상이자 아이콘이 되고 싶은 꿈도 이뤘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미국에서 온 테슬라에겐 낯설음 투성이다.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차를 보는 한국인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차를 만든 테슬라의 만남,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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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writer 임유신(CAR Columnist)
  • editor 이경은
  •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