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과 샴페인전복새해 수산시장에 가면 살집이 통통해 금방이라도 즙이 흘러나올 것 같은 싱싱한 전복이 천지다. 전복 내장은 제거하고 벌집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 그 위에 샴페인을 한 스푼씩 부어 뜨거운 수증기에 찌면 살은 부드러워지고 포도주 향이 얇은 베일처럼 밴다. 청주를 부은 것과 전혀 다른, 프랑스식 전복찜 맛이다. 대형 샴페인 하우스에서 만드는 미네랄과 산도가 찌를 듯 강렬한 샴페인 대신 소규모 생산자 디에볼 발르아(Diebolt -Vallois)가 재배하는 우아한 샤르도네로 만든 샴페인을 곁들이면 흰 꽃다발과 전복 햄퍼를 선물받은 듯 기묘하고 고급스러운 만찬이 완성된다.  흑맥주와 양송이살라미덴마크의 유명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이자 가로수 길에도 입성한 미켈러(Mikkeller)에서 만든 ‘브렉퍼스트’는 이름부터 ‘모닝주’다. 진하게 볶은 몰트에서 커피 향이 나는 스타우트인데, 라거 맥주보다 피니시가 훨씬 길고 묵직해 딱 한 잔만 하고 싶은 이른 아침에도 무리가 없다. 스타우트 맥주에는 냉장고 잔반으로 만든 안주라도 잘 어울린다. 양송이버섯의 심지는 똑똑 따내고 그 안에 이탈리아 햄 살라미를 잘게 조각 내 흩뿌린다. 올리브오일을 휙휙 뿌려 150℃ 오븐에서 10분 정도 굽는다. 익혀 먹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데워 먹는 느낌의 짭짤한 안주다. 수분 90% 이상으로 이뤄진 버섯에 살라미의 짠맛이 배어들면 천연 MSG 맛이 난다.  위스키와 정어리크루아상정유년을 형상화한 듯한 붉은 병에 담긴 맥캘란(The Macallan) ‘넘버 투’ 에디션은 올해의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두 번 오르고 <미슐랭 가이드> 3스타에 등극한 스페인 엘 셀러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 셰프와 협업해 만든 음식친화적(Food-Friendly) 술이다. 오렌지색의 온화한 빛으로 유혹하지만 48.2%에 육박하는 알코올은 코를 마비시킬 만큼 강렬하다. 한 잔의 강렬함이 사라지기 전에 체더 치즈와 ‘라 벨루아즈’ 캔에 담긴 부르타뉴산 유기농 정어리 한쪽을 차곡차곡 넣은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 물면, 빵을 이루는 버터 향과 발효된 속재료의 숙성 향, 술에 담긴 말린 과일과 오크 향이 후각을 넘어 오감을 자극한다.  사과증류주와 사과치즈과메기전통주의 위세가 당당했던 지난해였다. 올해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만드는 이들이 재료와 과정을 고민하고, 그 다음 과정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문경바람’도 그런 술에 속한다. 문경의 거친 바람을 견디고 뜨거운 햇빛 아래 농익은 사과를 증류해서 만든다. 입안에 머금자마자 사과 향과 함께 알코올은 우아하게 휘발된다. 사과 맛 나는 무언가를 부르는 맛이다. 사과 한 조각, 사과가 많이 나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연성 치즈 한 조각, 매끈매끈하게 살집이 오른 과메기 한 조각을 조합한다. 신맛, 고소한 맛, 기름진 맛의 3박자다. 이 맛이 40도가 넘는 알코올을 조화롭게 휘어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