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도시 컬렉션 리뷰 & 넥스트 시즌 트렌드 프리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4대 도시 컬렉션 리뷰 & 넥스트 시즌 트렌드 프리뷰

이제 막 S/S 아이템들을 좀 꺼내 입을까 싶더니 뉴욕, 런던, 밀란, 파리 4개 도시에서는 벌써 2010 F/W 컬렉션이 펼쳐졌다. 6개월 먼저 앞서가는 넥스트 트렌드지만 결코 그리 먼 얘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오감을 감동시켰던 넥스트 시즌 키 트렌드와 핫 이슈들, 신선한 업커밍 디자이너들과 자랑스러운 한국 디자이너들의 행보 등 지난 한 달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4대 도시 컬렉션 리뷰 & 넥스트 시즌 트렌드 프리뷰.

ELLE BY ELLE 20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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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들썩이며 브라보를 외치고 싶을 정도로 황홀경에 빠지게 했던, 패션 피플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훔쳐가 버린 2010 F/W 컬렉션의 베스트를 꼽았다.

1 Louise Goldin  런던의 재목이 된 루이스 골딘. 이제 니트 웨어 디자이너라는 꼬리표는 떼줘야겠다. 이번 시즌은 그런지하고 미래적인 밀리터리 무드에 집중했는데, 3-D적인 구조적인 실루엣의 룩을 다이내믹하게 선보였다. 육각형 모양으로 재단된 스커트, 아메리칸 풋볼 선수 운동복만한 듬직한 어깨의 톱, 비대칭 페플럼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딱딱하고 각진 원피스에는 방탄 조끼처럼 생긴 가죽 패드가 가슴, 어깨, 배에 덧대졌고 실제 군복처럼 큼직한 포켓도 부착되었다. 또 블루 컬러의 보디수트에는 팔 부분에 총알 디테일의 포켓까지 달아 현실감까지 더했다. 무엇보다 베스트에 넣을 수 있는 이유는 흔하디 흔한 밀리터리 트렌드를 옐로, 레드 컬러의 쇼츠를 레이어드해 아름답게 풀어낸 능력에 있다.

2 Missoni 몇 시즌 전만 해도, ‘미쏘니’가 밀라노에서 기대되는 빅 쇼가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다. 진부함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미쏘니를 재건한 데에는 안젤라 미쏘니의 역할이 컸다. 지난 시즌 노스탤지어를 향해 나아갔던 소녀들은 전사가 되어 돌아왔다. 밀리터리 무드와 펑키함이 가미된 청키한 니트 피스들은 새로운 파워풀함을 보여줬다. 각기 다른 패턴의 니트들로 패치워크한 빅 케이프는 물론 다양한 패턴의 스커트와 코트, 그리고 그 사이로 드러난 스포티한 브라 톱 등은 기존 고객들은 물론, 영 제너레이션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할 것이다. 컬렉션을 모던하게 완성하는 데 한몫한 마르게리타 미쏘니의 퓨처리스틱한 주얼리와 삭스, 앵클부츠의 경계선상에 있는 위트 넘치는 슈즈, 선글라스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

3 Dries Van Noten 실패의 원인은 대체로 둘 중 하나다. 힘을 싣는 데 실패하거나 힘을 빼는 법을 모르거나. 하지만 드리스 반 노튼의 이번 템포는 에누리 없이 정확한 ‘강약중간약’이었다. 꽉 들어찬 호사스러운 옷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은 룩들. 뭔가 안 어울리는 것들이 한데 섞였지만, 그런데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정확히 계산을 끝낸 듯한 리듬감. 밋밋한 스웨트 셔츠에는 화려한 프린트의 보라색 롱 스커트가 매치되고, 날카롭게 재단된 재킷의 보디 양 옆에는 워싱된 밀리터리 원단의 소매가 달려 있었다. 그레이 톤의 수트 뒤에는 시퀸 장식의 엠브로이더리 드레스가 이어 나왔다. 네이비와 카키, 올리브 그린과 그레이, 캐멀 등 클래식한 컬러를 매치하는 방식은 언제나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4 Celine 쇼장 앞은 예상대로 인산인해였다. 피비 파일로에 대한 기대감과 처음같진 않을거라는 질투 섞인 추측이 한데 뒤섞인 가운데 런웨이는 시작되었다. 지난 시즌, 셀린의 아이코닉 피스들을 깔끔하게 정돈해 선보인 그녀는 이번에도 비슷한 노선을 택했다. 셀린이 지닌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이미지에 집중한 것. 날렵하게 떨어지는 각 룩에는 귀족적인 스포츠, 승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부드러운 가죽 티셔츠와 소매가 짧고 목이 긴 피코트, 양쪽 허벅지에 달린 커다란 가죽 포켓, 둥근 버클이 달린 벨트, 양손의 골드 뱅글,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 등이 그것이다. 피비 파일로의 이번 시즌 컬렉션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자유로울 것. 동시에 아름다울 것.


5 Marc Jacobs ‘Somewhere over the rainbow~’ <오즈의 마법사> 타이틀곡이 흘러나왔을 때 감지했다. 냉소적인 사람들의 마음은 금세 훈훈해졌고, 이에 걸맞게 컬렉션 또한 아름다웠다. 쇼 시작 전 마크 제이콥스와 사업 파트너인 로버트 더피가 등장해 커다란 박스를 뜯어내자 모델 모두가 박스 안에 있었다. 발뒤꿈치를 두 번만 툭툭 치면 마법의 나라로 데려다줄 것 같은 앞끝이 뾰족한 플랫 슈즈, 고양이와 함께 뒹굴고 싶어지는 코지한 스웨터, 퍼로 뒤덮인 코트와 무심해 보이는 안경, 빈티지한 무드를 자극하는 그레이 톤의 컬러 등 컬렉션 전반에 걸쳐 매우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심플한 것이 아름답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마크 제이콥스에 대한 무한 애정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확실해졌다.

6 Haider Ackermann 마치 전사의 무리처럼 느리지만 단호한 발걸음으로, 강렬한 북소리와 함께 등장한 모델들. 그녀들의 몸에는 각각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게 재단된 옷들이 걸쳐 있었다. 가죽과 스웨이드 소재의 삼각형 조각들은 날카롭게 재단되어 허리와 목 주변을 감쌌다. 특히 그만의 유연한 드레이핑은 유지하면서 좀 더 커머셜해진 아이템들이 눈에 띄었다. 지퍼로 탈부착할 수 있는 페플럼 스커트나 코쿤 실루엣의 코트, 새틴 소재의 팬츠 등이 그것이다. 쇼가 진행되는 내내 교회의 실내는 고요했다. 관객들은 마지막 모델이 사라지고 나서야 “브라보!”를 외쳤다. 그것은 꾸준히 자신만의 컬러를 유지해 온,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약을 성공한
한 크리에이터를 향한 환호의 소리였다.

7 Christopher Kane 지난 시즌 가녀리고 여리여리한 착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케인이 이번에는 어딘가 비밀스럽고 음습해 보이는 ‘배드 걸’을 등장시켰다. 한마디로 알록달록한 꽃으로 뒤덮인 스코틀랜드의 검은 성에 사는 부잣집 소녀가 연상되는 컬렉션. 실제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딸 프리실라 프레슬리와 비행 소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케인은 블랙 레더, 블랙 레이스, 블랙 PVC 소재에 컨트리풍의 플라워 자수를 새겼다. 연속되는 플라워 패턴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수작업으로 섬세하게 수놓은 케인의 테크닉에 ‘역시 케인!’이라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칼라, 스커트 헴 라인, 가슴 앞 부분에 피어난 플라워 패턴은 배드걸과는 상관없는 바티칸 예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8 Jil Sander 라프 시몬스는 이번 시즌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떠났다. <툼 레이더> 의 라라 크로프드와 <셉템버 이슈>의 애나 윈투어가 영감을 준 주인공.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의 교차점을 그는 어떻게 그려냈을까. 라라 크로포드로부터 끌어낸 다이내믹한 에너지와 간결한 실루엣의 파워풀함, 애나 윈투어다운 클래식한 울 소재를 질 샌더 고유의 간결한 테일러링과 1990년대 아카이브에서 끌어낸 체크 패턴으로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키 피스는 쇼츠 수트 앙상블. 드레스 업 앤 다운이 동시에 가능한 이 모던한 피스들은 실용적이기까지 했다. 영화 <툼 레이더> 사운드를 배경으로 플랫 부츠를 신은 채 2배속의 워킹으로 거침없이 등장한 모델들은 쇼장을 엄청난 에너지로 채웠고, 쇼장 안에 있던 모두는 압도당했다.


9 Balenciaga 결코 익숙하지 않은,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워 보이는 컬렉션이었다. ‘진화’라는 말보다  발렌시아가를, 아니 니콜라스 케스키에르의 발렌시아가를 잘 설명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퀼팅 장식된  퍼 코트로 시작된 그의  컬렉션은 달콤한 컬러의 니트 웨어로 연결되고 날개가 달린 블랙 퀼팅 룩으로, 이어 레이저 커팅된 니트 룩으로, 다시 활자 프린트의 점프수트 작업복으로 연결되었다. 고집스럽게 지켜온 시그너처 스타일-퓨처리즘-을 담으면서도 또 한 번 진보한 작품을 내놓은 게스키에르. 게다가 그가 이번에 선보인 니트 웨어나  구멍 뚫린 실크 소재 드레스, 점프수트 등은 약간만 변형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커머셜 피스로 재탄생될 만한 것이었으니, 그는  과연 예술과 상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몇 안 되는 능력자  중 하나였다.

10 Thom Browne ‘주머니에 넣어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  톰 브라운의 컬렉션! 결코 수다스럽거나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위트가 살아숨쉬는 맨즈 컬렉션을 보여줬다. 톰 브라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는 ‘절제 있는 위트’다. 남자 모델에게 <델마와 루이스> 속 여주인공들처럼 스카프를 두르고, 엉덩이에는 털이 몽글몽글한 꼬리를 다는 등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잃지 않는 클래식하면서도 깔끔한 봉제의 수트 룩이란. 커다란 지퍼 포인트 디테일과 노르딕풍 벙어리 장갑과 머플러, 귀마개, 프렌치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해 소년과 청년의 경계를 서성거리며 나이를 잊은 클래식한 멘즈웨어를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11 Fendi  지난 시즌 로맨티시즘의 향연으로 칼 라거펠트식의 블랙 컬러 위주의 퓨처리스틱한 쇼를 예상한  이들을 놀라게 만든 펜디는 이번 시즌  또 한 번‘여성을 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내추럴’과 ‘클래식함’에 포커스를 맞춘 그 어느 때보다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의상들을 내놓은 것. 펜디의 뿌리이기도 한 퍼 소재는 각양각색으로 변주되어 진정한 하이엔드 패션을 보여주었고, 어느 한 부분도 날카롭지 않은 둥글고 여성적인 실루엣은 부드러운 볼륨감의 힘이 무엇인지 입증했다. 또한 톤다운된 네이비, 카키, 브라운, 머스터드 옐로로 이어지는 컬러 베리에이션은 ‘치유’의 힘이 느껴질 만큼 편안하고 따뜻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데다가 실용적으로까지 느껴진 황홀경을 선사한 라거펠트. 그의 저력은 실로 대단하다.

12 Burberry Prorsum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홈그라운드에서 홈런을 쳤다. 3D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소식에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더니 컬렉션의 결과물마저 알찼다. 돋보였던 것은 사관학교 생도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밀리터리 무드의 아우터(특히 에비에이터 스타일의 프록 코트는 버버리의 매출 곡선을 올려줄 효자 아이템이 분명하다!). 올리브 그린 컬러의 울 펠트 코트와 클래식한 초콜릿 컬러의 레더 재킷에는 정반대 요소인 크리미한 컬러의 양털이 안감이 부착되었다. 여기에 속이 비치는 레이스 소재의 드레스를 매치하고 사이하이부츠로 힘을 주는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지휘하는 버버리 부대의 여전사는 모두에게 호평 받아 마땅했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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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최순영, 채신선, 김선민, 김자혜, 김영글, 이경은
    IMAXTREE.COM(컬렉션), GETTYIMAGEs(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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