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보다 좋은 것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산해진미도 매일 먹어봐, 결국 질린다고. 그냥 먼저 솔직하게 얘기해. 뻔한 잠자리를 반복하는 건 재미없고, 네 욕구만 채우려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남자심리,여자심리,데이트 가이드,연애,19금,김얀,엘르,elle.co.kr:: | 남자심리,여자심리,데이트 가이드,연애,19금

"같이 살아 보니 어때?" 결혼에 앞서 연인과의 동거를 선택한 O에게 근황을 물었다. "뭐, 그냥 매일 밤이 전쟁이야." O는 장거리 연애를 청산하고 동거 선언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 내가 물었다. "매일 반복되는 침대 위 전쟁을 의미하는 거지." 3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싱글로 돌아온 P가 O를 대신해 말했다. "서로 궁합 잘 맞는다고 하지 않았어?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서둘러 합친 것도 그 이유가 컸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P의 확신에 찬 추측성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묻자 O가 말했다."야, 산해진미도 매일 먹어봐, 특별하게 느껴지겠어? 그런 건 다 자주 먹을 수 없어서 더 감동 받는 거라고. 연애도 비슷해.”“장거리 연애를 할 때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어떤 옷을 입을 지, 립스틱은 무슨 색으로 바를 지 고민하고, 어떤 곳에서 함께 밤을 보내게 될까 등 모든 순간이 두근두근하잖아.”“함께 살면 매일 똑같은 침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계속 반복하니까 금세 식상해지는 거야. 게다가 평일엔 매일 출근도 하는데 피곤하기도 하고." P가 공감하는 표정으로 O의 말을 거들기 시작했다. "아이까지 있다고 생각해 봐. 나는 수유하고 애 보느라 하루 종일 지치고 예민한데, 눈치 없이 달려들면 있던 정도 다 떨어진다니까.”“동거 초반에는 계속 거절하는 게 미안해서 생리 중이라고 거짓말하고 그러지? 결국은 이런 불만들이 모여서 이혼을 선택하게 되거나 함께 잠자리를 갖지 않는 부부가 된다고."  P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내가 입을 열었다. "너희 얘기만 듣고 있으면 난 절대 결혼 못 할 것 같아. 아니면 이건 어때? 상대는 바꿀 수 없으니까 일단 장소라도 바꿔 보는 거야.”“하루 정도는 호텔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 보는 거지. 그런 게 확실히 도움이 된대." 최근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섹스’에서 추천한 방법을 얘기하자 O가 인상을 찌푸렸다."그렇게까지 해서 꼭 그걸 해야 하는 거야? 정말 중요한 건 섹스가 아니라 내 기분인데, 왜 다들 그걸 무시하는 건지. 오늘 하루 어땠냐 물어보고, 내가 피곤하다고 얘기하면 존중해 줘야지.”“하고 싶다고 하니까, 여자 친구니까, 당연히 남자친구의 욕구를 받아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흥분이 안돼. 그럴 땐 마치 내가 텐가(남성용 자위 기구)가 된 기분이라고." O가 열을 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너 걔랑 헤어질 거야?" 내가 묻자 O가 망설였다. "먼저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어때. 매일 밥 챙겨 먹듯이 하는 거 재미없다고. 네 욕구만 채우려는 것 같아서 흥분 조차 안 된다고. 처음엔 충격 받더라도 이해할 거야. 섹스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무언가가 아직 있다면 말이야.” “생각해 보면 난 그 고비를 못 넘긴 것 같아. 그런 불만을 얘기 못 하니까 만사에 짜증이 나더라고. 결국 끝났지만, 너희는 돌이킬 수 있을 때 다시 한번 시작해 봐." P가 진지하게 말했다. "가끔 남자들이 파트너가 받아 주지 않으면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그런데 스트레스나 욕구를 섹스가 아닌 다른 걸로 푸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닐까”“아니면 여자가 진정으로 하고 싶게 만드는 법을 본인이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하고 싶다고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인 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내 말에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P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섹스 외에 두 사람이 몸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한번 찾아 봐. 요즘 우리 부모님은 함께 사교댄스를 배우던데,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더라고. 그 후로 여행도 자주 다니고. 이 나이에 동생 생길까 무섭다니까. 하하" "그래. 오래 만나도 한결같이 사이가 좋은 커플은 뭔가 공통된 취미가 있더라. 나는 남자친구 생기면 같이 수영 다니고 싶어. 매일 수영하는 남자, 너무 멋져. 다른 거보다 그 성실함이 섹시하다니까."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수영 하는 남자의 매력은 어깨지." 내 말에 바로 P가 응수했다.  "커플이 헬스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거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 수영을 시작으로 연인과 같이 하고 싶은 취미 리스트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몇 달 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포착한 O의 근황. 그녀는 티베트의 한 사원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 중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그 동거남이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선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평온함이 가득했다.김얀이 전하는 말 한국 나이 35세. 언제나 연애 중인 ‘연쇄 사랑마’. 예수님 믿으면 천국 가고 언니 믿으면 홍콩 간다. 여러분의 성진국 언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한 솔직한 글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학하는 언니 입니다. 그대들을 위해서라면 흑역사 공개도 두렵지 않은 언프리티 섹스타 김얀의 이야기는 elle.co.kr 에서 격주 수요일 찾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