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얘가 만들었대요

2017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리는 의외의 제작자들. 역대급 별들의 전쟁이다.

BYELLE2017.01.26



문라이트 X 브래드 피트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문라이트>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화려한 수상 이력의 일부이다. 전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받은 상이 무려 120개를 넘는다. 몬스터급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문라이트>는 미국 사회의 소수자 이야기를 다뤄 놀라움을 더한다. 마약에 멍든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흑인이자 동성애자인 주인공의 현실, 절망과 행복, 성장통을 담아냈다. ‘작은 영화의 기적’을 일군 제작사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참여하기도 한 ‘플랜B’. 그리고 이곳의 공동 대표인 브래드 피트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대중의 취향에 비켜선 작품을 꽃길로 이끌었다. 3년 전 <노예 12년>을 제작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그의 출중한 선구안이 또 다시 통할까. 배우보다 제작자로 선택한 작품들이 잘 나가는 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X 맷 데이먼

갑작스런 형의 죽음으로 고향 맨체스터에 돌아온 주인공이 조카의 후견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맨체스터 바이 더 씨>. 타이틀 롤을 맡은 케이시 애플렉은 배우 이력보다 벤 애플렉의 동생으로 더 알려져 있다. <오션스> 시리즈와 <인터스텔라>에도 출연했지만 아카데미 감독상까지 거머쥔 ‘배트맨’ 형의 후광이 워낙 큰 탓이다. 잘난 형을 둔 케이시 애플렉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존재감을 일깨웠다. ‘인생 연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 작품 하나로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모으다시피 하고 있다. 그 동안 50번이나 후보에 올라 40번에 가까운 호명을 받았을 정도다. 원래 케이시 애플렉의 역할은 맷 데이먼이 연기하려고 했다. <굿 윌 헌팅>으로 각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그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이야기를 구상했고 주연과 연출까지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이슨 본> <마션>의 촬영 일정으로 제작에만 집중해야 했다.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주연과 연출을 교체한 일”이라고 셀프 디스를 마다하지 않은 그가 주연을 맡았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아무렴, 맷 데이먼인데.






펜스 X 덴젤 워싱턴

인종 차별에 밀려 끝내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해 분노와 좌절 속에 살아가는 청소부와 그의 가족들의 속사정을 그린 <펜스>에서 덴젤 워싱턴은 1인 3역을 소화했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펜스>는 2010년 덴젤 워싱턴이 공연했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는 자신에게 뮤지컬계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연극을 영화로 제작하기에 나섰고 직접 연출과 주연도 맡았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펜스>는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덴젤 워싱턴 스스로 멍석을 깔고 제대로 한 판 논 셈이다. 집안 어딘가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평생 공로상 트로피를 보관하고 있을 그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둘 중 무엇을 더 원할까.






히든 피겨스 X 퍼렐 윌리엄스

퍼렐 윌리엄스는 <슈퍼배드2>의 'Happy'로 2014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대진운이 아쉬웠다. 최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겨울왕국>의 'Let It Go'. 결과에 이견을 달기 어려웠다. 아카데미 무대에서 축하 공연을 꾸몄고 시상자로 나섰지만 정작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그가 이번에는 ‘해피!’를 외칠 수 있을까. 퍼렐 윌리엄스는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 프로젝트 성공을 이끌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연구원들의 실화를 그린 <히든 피겨스>의 OST에 참여했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도 합세했다. 두 사람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음악상 후보는 당연한 결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받아 든 결과는 탈락.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그가 제작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작품상 외에도 여우조연상, 각색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히든 피겨스>는 백악관에서 특별 상영된 후 미셸 오바마의 극찬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과연 퍼스트 레이디의 응원이 힘이 될 수 있을까. 아차, 오바마 부부는 백악관을 떠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