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는 연기에 미쳐있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바냐 아저씨’와 ‘억울한 여자’에서 내면의 무게에 천착했던 이지하. 그녀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스텔라로 돌아온다. 드디어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는 기회를 잡았다. ::연극, 대학로, 바냐 아저씨, 억울한 여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스텔라, 엘레나, 유코,체홉, 엘르, 엣진, elle.co.kr:: | ::연극,대학로,바냐 아저씨,억울한 여자,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에서 엘레나 연기하는 거 봤다. 웬만하면 불쌍해서라도 바냐를 받아주지 그랬나? 그렇게까지 싫어하다니? (웃음) 대본에 그렇게 되어있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웃음) 손으로 막 휘졌던데. 아, 손사래 치는 거. 그건 내가 만들어낸 액션 중 하나다. 의 엘레나에 공감이 가나? 엘레나도 그렇고 의 유코도 그렇고, 현실보다는 이상에 떠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이하 )의 스텔라는 굉장히 현실적인 여자다. 사실 을 연기하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디테일적으로 인물에서 결이 달라지는 게 바로 이거구나. 지금까지는 대부분 그렇게 이상을 꿈꾸는 인물이거나 욕망을 절제하는 인물을 많이 해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스텔라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욕망에 솔직한 인물이다. ‘아, 이제 내가 다른 인물을 드디어 하는 구나’ 뭐 그런 느낌? 그런 점에서 엘레나랑 유코랑 스텔라는 일맥상통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너무나 다르고…. 시대적으로나 나라도 너무 다르고! 각 나라와 시대를 오고 가는 역할? 너무 다르다. 러시아, 일본, 미국이잖아. (웃음) 그 인물들을 불과 몇 달 안에 모두 하지 않았나?아, 그래서 제 정신이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짓을 내가 하는 거라서. 그래서 인터뷰 할 때 전작에 관한 질문을 안 좋아하는 거다. 아니다. 의 유코는 워낙 대단했던 역할이라 빼놓을 수 없다. 차이는 있지만 각각 여성의 내면이나 욕망을 다룬 작품이지 않나?엘레나에겐 욕망이라는 표현 자체가 너무 숨어 있어서 연기하기 힘들었던 거 같다. 연기를 떠나서 는 체홉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는 게 가장 힘들었고. 그걸 나뿐만 아니라 연출부터 모든 배우들이 다들 어려워했던 것 같다. 무대 구조라든지 모든 것을 소화하기도 힘들었고. 또한 배우들은 시간에 쫓겨 있었다. 연습하면서 힘들게 공연했던 작품이긴 하다. 엘레나는 허무주의자다. 허무주의자! 자신의 고독과 욕망에 대해서 철저히 숨기는, 손사래를 치는 그런 인물로 묘사를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내가 연기할 때 그 여자를 100% 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얘기해도 되나? (웃음) 그리고 엘레나는 대본상으로도 인물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았다. 무대 위에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그렇다. 만들어 내야 하는 게 굉장히 많고, 무대나 세트가 서포트 해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표출하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들어내기 위한 뭔가가 필요한 건가?맞다. 여러 가지 스태프들의 도움도 필요하고, 동선이라던가 관계 설정이나 연기 디테일에 있어서도 굉장히 많은 게 필요한 인물이라는 걸 공연이 끝나고 느낀 거다. 그때 연습하고 공연할 때는 단순히 ‘아, 난 왜 인물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맴돌까’라며, 고민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나 혼자만의 고민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공감한다. 기자 입장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연습했던 장소보다 무대가 컸다.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데, 소리를 크게 지를 수도 없고 절제해야 하니까 힘들었다. 무대의 크기를 계산 못했던 건 배우의 실책이지만. 의상 디테일까지 부족해서 연기하기에 아쉽고 억울한 인물이었다. 갑자기 또 억울해졌다. (웃음) 그런데 엘레나도 굉장히 억울한 여자이지 않나. 그렇게 예쁜 여자가 시골 아저씨들 사이에 껴서 고생이다.사실 그 인물을 분명하게 가고 싶었다. 근데 남자들이 그런 걸 원하지 않더라. 주변이 다 남자들이었다. 강한 것보단 어딘가 환상적인 여인이 되길 원한 건가?맞다. 그걸 원했다면 다른 것으로라도 나를 도와줬어야 했는데. 근데 그걸 배우의 기량으로만 끌어내라고 하면 내가 억울해진다. 그리고 나서 시즌3을 했다. 계속하다 보니깐 관록이 붙지 않았나?는 세 번째 하다 보니깐 (관록) 완전 너무 붙었다. 그래서 오히려 잘 하지 못했던 거 같다. 솔직히, 집중하지 못했다. 여러 작품 하면서 연습과 공연을 동시에 해야 했으니까. 입장으로 보자면 와 사이에 껴서 정말 억울했었거든. 또 억울해졌다! (웃음)정말 억울했었다.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었고, 유코한테는 굉장히 미안하다. 이번에 유코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 있나?생각이 바뀐 건 없다. 콘셉트나 배역이 바뀐 게 아니니까. 근데 확실히 세 번째 하다 보니까 배우들 전부 더 여유로워지고 여백들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작년보단 상처를 덜 받으면서 공연 한 것 같다. 작년엔 공연하면서 상처 많이 받았다. 왜 상처를 받나? 관객 반응이 낯설어서. 관객들이 너무 야유와 비난과 조롱을 하니까. 그런 반응이 있었나?대놓고 한다. 또 어떤 관객은 우는데, 바로 옆 사람은 “미친년 아니야?”이러고. 이런 경우들이 허다하다. 반응은 다 다른데, 그 관객들끼리 이상하게 서로 반응을 세게 한다. 그게 당혹스러웠다. 매일 그렇지는 않지만 공연의 반 정도는 그렇다. 하루 걸러 하루는 이상한 반응을 받는다. 소극장이니까 반응이 다 보이지 않나?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그게 너무 힘들었다. 그게 너무 힘들었어. 그런 캐릭터 아니라고 설명해 주고 싶었겠다.정말 억울했다. 작년 공연에는 5장 모놀로그에서 유코의 독백들을 막 늘어놓는데 우는 관객도 있지만, 몇몇 관객들이 막 비웃고 조롱을 멈추지 않더라. 순간 몰린 거다. 이 관객들에게 정말 이지매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대 뒤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들어가서 통곡을 하고 속옷 다 얼룩지고 화장 지워지고. 6장엔 못 나왔다. 이런! 6장에서는 밝은 모습으로 나와야 하는데.가볍게 나와야 하는데 못 나온 거다. 눈물이 멈추질 않으니깐 나갈 수가 없었지. 그래서 앞에 있는 두 종업원이랑 사장님이 애드리브로 시간을 때우고 난리가 났었다. 다섯 번째 남편이 “선배님,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라며 위로하고. 결국 눈물 닦고 한 2분을 늦게 나갔다. 무대에서는 엄청난 거지. 작년 공연은 관객과의 싸움이었다. 연극 인생 15년 만에 유코만이 주는 유일한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심한 반응이라는 건 조롱이다. 조롱! 그게 딱 유코 심리 상태에 있다 보면 정말 내가 현장에서 그 사람들에게 당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막상 그 꼴 당하면 하고 싶지 않을 텐데.그렇지만 배우에게 그건 사실 희열이기도 하다. 다르게 맛보는 희열이니깐. 에선 드디어 노골적으로 욕망하나? 스텔라는 언니 블랑쉬한테 콤플렉스가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악착같이 살려고 한다. 나름 내가 콤플렉스가 많아 보이나 봐. 항상 그런 역을 맡긴다. 나도 그런 역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언니에 대한 콤플렉스와 열등감이 있지만 그만큼 사랑도 있다. 수위나 뉘앙스를 어떻게 조절할 건지는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워낙 블랑쉬 두 분(배종옥, 이승비)이 서로 다르고, 내 역할이 액션보다는 리액션을 주로 해야 하니 수위 조절은 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스텔라를 최대한 쉽고 현실감 있게 만들고 싶다. 언니 블랑쉬와의 다툼은 어떤가?수위 조절이라든지, 뉘앙스 조절을 어떻게 할 건지는 아직도 계속 디테일한 것까지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또 워낙 블랑쉬 두 분(배종옥, 이승비)이 다르고, 액션보다는 리액션 쪽이다 보니 맞추어서 수위 조절은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스텔라를 최대한 쉽고 현실 감각 있게 만들어 내고 싶다. 너무 복잡 미묘하게 그려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가장 복잡한 인물이다.그렇다. 사실 관계망이 다 걸려 있는 인물이지 않나. 사실 언니가 돋보일 수도 있지만 극에선 모두 동생과 관련 있다.연기하는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복잡한 인물은 스텔라다.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어려운 인물이다. 이 인물을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웃음) 고생만 하는?고생을 사서 하는. 배후에 있는 인물이라 빛도 못 본다. 이런 역할들을 많이 연기해 봐서 그게 어떤 건지 안다. 사실은 노력 대비 결과가 너무 안 오는 인물은 나이 먹으면 하기 싫어진다. 배우가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이면 다 알게 되니깐. 그래도 욕심이 난 거 아닌가?작업 하면서 좋은 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훌륭한 역이구나, 매력 있는 캐릭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불랑쉬만큼 재미있는 인물이다. 무대에서 승부를 볼 것들이 굉장히 많은 역할이다. 관객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무대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것들이 많다. 동생 스텔라도 자신의 인생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를 펼칠 시간이 필요하다. 드라마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대사는 없지만, 펼치라고 되어 있긴 하다. 대본에도!(웃음) 테네시는 대단한 극작가다. 그냥 일상적으로 하는 말인데도 강렬하다. 세계적인 극작가라 불리는 데에 이유가 있다. 역시 대단해! 처럼 클래식한 작품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되기 마련인데.그 화두는 변하지 않았다. 블랑쉬나 스탠리는 굉장히 고전적인 캐릭터다. 격변기의 미국 뉴올리언즈라는 환경에 밀착되어 있는 캐릭터라면 스텔라는 어떤 시대 어떤 환경에 밀어 넣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다. 작품 구성단계에서, ‘이 작품이 모던해 지려면 스텔라를 잘 풀어야 할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다. 작품을 연습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더욱 확실해진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많다. 근데 잘 안 된다. 아직 어렵다. 작년보다 얼굴이 훨씬 좋아 보인다.5kg 쪘다. 공연, 연습을 계속 하다 보니깐 공연 전엔 밥을 잘 못 먹는다. 공연 끝나면 에너지를 다 빼니깐 막 먹는다. 그래서 반년 만에 살이 쪘다. 이번 역엔 옷이 안 맞더라. 공연 중에 급하게 옷을 입다 보니깐 낀 거다. 옷을 갈아 입고 나가야 하는데. 못 나가니까. “이거 안 내려가. 어떡해. 찢어. 찢어!”라고 상대 배우에게 부탁했다. 결국 찢었다. (웃음) 그런 비애를 겪으면서 연기한다. 지금은 살 좀 빼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66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