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남사친에게 고백 받았어요. “널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마음정리 다 했다. 후회하기 싫어서 지금에서라도 말한다”래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왜 설레죠? 정작 그 친구는 마음정리 다 했다는데. 그가 친구가 아니라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 어떡해요? A 당신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이미 ‘커플’이 되어 있겠죠? 네,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는요, 기본적으로 ‘마음정리’라는 개념이 없어요. 정리를 왜 해요, 남자가. 남자는 그냥 살아요. 마음에 꾹꾹 다 담아 놓고 산다고요. 그래서 남자는 마음속에 방이 많다고들 하잖아요. 물론 그 방 중 하나를 심장에서 먼 곳으로, 잘 안 보이게 밀어 둘 수는 있겠죠. 아, 그 남자가 방을 밀기 전에 특별 기술을 사용했네요. 바로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지금은 마음정리 다 했어” 멘트 시전. 님께서 걸려 드셨습니다. ‘마음정리’와 함께, 이 멘트에서 밑줄 그어야 할 부분은 ‘오랫동안’입니다. 사실일까요? 네, 그럴 수도 있겠죠. 고백을 해도 당신 같이 멋진 여자가 자신을 안 좋아할 것 같을 때, 그래서 도저히 마음을 전할 용기가 안 날 때 ‘오랫동안’ 혼자 좋아하게 되죠.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꽤 멋진 여자라는 건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이성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최근일 수도 있어요. 뭐, 여러 이유가 있겠죠.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거나, 오래 혼자 지냈는데 갑자기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거나, 그런 와중에 당신이 가까이 있다면, 고백하겠죠? 앞의 상황이건 뒤의 상황이건 무슨 상관입니까? 그 남자가 당신에게 관심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고, 당신은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니, 사귀세요. 충분히 즐기셔도 괜찮은 순간들입니다. 다만 제가 굳이 딴죽을 걸자면, ‘오랫동안’과 ‘마음정리’라는 ‘멘트’를 너무 믿지는 마세요. 뭐,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냐만. Who is he? <지큐>, <아레나 옴므+>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섹스 칼럼을 담당(하며 간행물심의위원회에서 경고를 받기도)한 그는, 일찍이 남자의 속사정과 엉뚱한 속내, 무지와 자의식을 낱낱이 고백한 저서 <여자는 모른다>를 집필한 바 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를 출간했다. 엘르 대나무숲 썸남의 생각, 애인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love.ellekorea@gmail.com으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세요. 매주 월요일에 문 여는 ‘오빠 생각’ 연애상담소에서 들어드립니다. 익명보장은 필수, 속 시원한 상담은 기본.